세월호 잊었나…되살아나고 있는 '해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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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16곳 중 12곳…해수부 출신 기관장
공직자 윤리법 3년 취업 제한 규정 '무용지물'
퇴임후 3년 안 돼 버젓이 공공기관 재취업
해운조합 등 세월호 직격탄 3곳도 '해피아 그림자'
세월호 책임 사퇴 해수부 간부…카페리선사 대표로 재직중
열의 아홉은 재취업 심사 통과…"예외 기준 강화해야"

연합뉴스연합뉴스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가장 큰 책임자로 지목돼 자리에서 물러났던 '해피아'들이 돌아오고 있다. 해피아는 해양수산부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다.
 
해수부 관료 출신들이 산하 관계 기관 보직을 독식하면서 '봐주기식' 일 처리로 감시·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해피아 비판의 핵심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민관유착을 막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했다. 퇴직 공무원의 취업 제한 대상을 시장형 공기업과 안전 감독, 인허가 규제, 조달 관련 공직 유관단체까지 확대했다. 취업 제한 기간도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특히 2급 이상 공무원 등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업무 관련성의 범위를 퇴직 전 5년간 소속된 기관 업무로 확대 해석하도록 했다.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16곳 중 12곳…해수부 출신 기관장


CBS노컷뉴스는 세월호 참사 8주기를 맞아 관피아 척결과 적폐청산을 내걸고 출발했던 문재인 정부 5년간 해수부 관료들의 재취업 실태를 전수조사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하고 있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와 '취업이력 공시'를 바탕으로 취재를 종합한 결과, 문 정부 출범 이후에도 해수부 관료들은 산하 관계기관은 물론 관계 민간 기업 등에까지 여전히 폭넓게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해수부 산하 16개 공공기관 가운데 12곳의 기관장 자리를 해수부와 해수부 산하기관 출신들이 꿰차고 있다.
 
부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해양환경공단, 한국해양진흥공사,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한국해양수산연수원, 한국어촌어항공단, 국립해양과학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한국항로표지기술원, 한국해양조사협회 등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수산연구원 등 일부 연구나 교육 목적의 기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관들은 해수부 관료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가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강준석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해수부 차관을 역임했다. 관료 생활 대부분을 항만하고는 연관이 적은 수산 분야에서 일한데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이력이 제기돼 취임당시 낙하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이들에겐 3년 취업 제한 규정도 무용지물이다. 해수부 출신 기관장 12명 중 9명은 3년 취업 제한 규정을 피해간 것으로 확인됐다.
 
김양수 전 해수부 차관은 2020년 8월 퇴임한 지 1년만에 한국해양진흥공단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준욱 전 해수부 해양정책실장(2019년 8월 퇴직) 역시 인천항만공사 사장에 임명되기까지 7개월 밖에 안 걸렸다.
 

해운조합 등 세월호 직격탄 3곳도 '해피아 그림자'


해양수산부·스마트이미지 제공해양수산부·스마트이미지 제공특히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 안전 관련 기관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당시 선박안전기술공단)과 한국선급, 한국해운조합 등에도 서서히 해피아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세월호 당시 이들 세 곳의 기관장들은 모두 해피아로 지목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세월호의 화물과적과 승선 인원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출항시켰다가 철퇴를 맞았던 한국해운조합은 참사 이후에도 핵심 보직을 해수부 관료들이 차지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부터 줄곧 경영지원본부장을 맡아온 전임자(2014년~2018년까지 이사장 대행)뿐만 아니라 현 본부장 A씨 역시 해수부 간부 출신이다. A씨는 2020년 1월 퇴직 후 3개월만에 해운조합에 재취업했다.
 
선박검사와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경우 세월호 이후 해수부 관료들의 재취업 심사가 강화됐다. 하지만 정권 말기들어 느슨해진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전신인 선박안전기술공단에서 전환하면서 초대 이사장은 민간인 출신인 이연승 홍익대 교수가 맡았었다. 이어 지난해 5월 2대 이사장으로 김경석 한국해양수산연수원(해수부 산하기관) 교수가 선임됐다. 김 이사장이 직접적인 해수부 관료 출신은 아니지만 해수부 해사안전국을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는 한국해양대를 나온 점은 해수부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또 최근 1~2년 전부터는 공단의 취업문을 두드리는 해수부 간부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취업 심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월 한 해경 간부는 공단의 임원으로 재취업하기 위해 취업승인을 받았다. 앞서 2020년 12월에는 해경 한 고위간부가 공단 이사장 지원을 위한 취업이 허용됐다. 또 같은해 해수부 간부와 해경 간부가 공단 본부장에 지원했다가 둘 다 1차 취업제한 판정을 받았지만 이의신청 끝에 취업승인을 받아냈다. 다만 네 사람 모두 최종 임명에서는 탈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수부 산하 14개 기관들의 모임인 전국해양수산노동조합연합 한 관계자는 "해수부 출신들이 무조건 잘 못 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산하기관에 해수부 관료들이 상당수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고 우려하고 있다"며 "해피아로 인한 부작용이 없도록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책임 사퇴 해수부 간부…카페리선사 대표로 재직중


해수부 관료들이 민간 기업으로 재취업하는 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더욱이 이들은 대부분 고위직인데다 해수부와 산하 공공기관 등을 거치면서 잔뼈가 굵어 민관 유착이 우려된다.
 
한중카페리선사인 B사는 지속적으로 해수부 출신 관료를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있다. 2018년에는 부산지방해양청장을 지낸 뒤 한국해양수산연수원장 거친 C씨를 대표이사 자리에 앉혔다. C씨는 원장직 사퇴 후 곧바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에도 해수부 간부 출신인 전 선박안전기술공단(현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이었던 D씨를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D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해피아로 지목돼 이사장직을 사퇴했던 인물이다.
 
이밖에도 해수부 출신 E씨는 해양환경관리공단 임원을 거쳐 2019년 8월 한 연안 여객 업체의 고문으로 이직했고, 해수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내고 부산항만공사 사장까지 역임한 F씨도 지난 2019년부터 국내 한 대형 해운회사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또 지난해 인천에서는 항만 배후단지의 민간개발을 추진했던 해수부 간부가 퇴직후 한 민간개발 SPC(특수목적법인)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인천항만공사 노조 관계자는 "해수부 출신이, 그것도 배후단지의 민간개발을 주관했던 간부가 해당 사업장 대표로 간 것 자체가 매우 석연치 않다"며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는 모르겠으나, 상황만 놓고 보면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열의 아홉은 재취업 심사 통과…"예외 기준 강화해야"


'해피아'의 부활은 정부의 공직자 재취업 심사가 상당히 느슨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5년간 해수부 출신 관료가 공직자윤리위에 재취업 심사를 의뢰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121건 가운데 취업을 제한하거나 승인하지 않은 사례는 15건으로 12%에 불과했다. 그 중 제한이 4건, 불승인 11건이었다.
 
반면 취업가능 판정은 83건, 승인은 23건에 달했다. 결국 심사대상자 가운데 열의 아홉명은 심사를 통과해 무난히 취업한 셈이다. 공직자윤리법 강화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봐도 무방한 결과다.
 
이 때문에 예외 기준을 더 엄격히 해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양대 행정학과 최병대 명예교수는 "해수부 등 정부 부처에서 근무하다 유관기관으로 갈 경우, 전문성이 있다는 장점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런 관료들 중 일부가 나중 일을 고려해 불필요한 인맥을 만든다거나, 관리감독을 소극적으로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부 전문가로 꾸린 독립된 제3기관을 만들어 인사 검증을 해야 한다"며 "사전에 로비하는 문제도 막기 위해 인력풀을 최대한 늘리고, 무작위로 위원회를 꾸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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