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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부도 탈퇴한 말썽꾼 아들이었죠" 7년 방황 끝에 프로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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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보고 계신가요?" 이상일이 14일 '2022 DSD삼호컵 프로볼링대회' 남자부 결승에서 호쾌한 샷을 구사하고 있다. 수원=KPBA'부모님, 보고 계신가요?" 이상일이 14일 '2022 DSD삼호컵 프로볼링대회' 남자부 결승에서 호쾌한 샷을 구사하고 있다. 수원=KPBA
7년의 방황 끝에 다시 잡은 공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부모님에 의해 억지로 끌려갔지만 이제는 내가 먼저 찾아간 볼링장이었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프로 정상에 올랐다.

올해 한국프로볼링(KPBA) 개막전에서 이상일(33·팀 명인공조)이 우승을 차지했다. 5번째 대회 만에 들어올린 첫 우승컵이다.

프로 25기 이상일은 14일 경기도 수원시 빅볼 볼링경기장에서 열린 '2022 DSD삼호컵 프로볼링대회' 남자부 결승에서 문경호(팀 미스틱·21기)를 눌렀다. 예선에서 톱 시드를 차지한 문경호를 213 대 199로 제압했다.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장식했다. 앞서 4번의 대회에서 이상일은 4강만 2번 올랐지만 5번째 대회에서 결국 정상 등극을 이뤘다.

이날 이상일은 준결승 격인 3위 결정전에서 6연속 등 9개의 스트라이크를 잡는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4번 시드 김태훈(팀 브래그·20기)을 266 대 224로 크게 눌렀다.

기세는 결승까지 이어졌다. 이상일은 초반부터 연속 스트라이크로 4배거를 잡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9프레임에서 3번과 10번 핀을 남기는 스플릿을 범했지만 더 이상의 실수는 없었다. 통산 3승째를 노린 문경호는 4프레임까지 3개의 스트라이크를 잡았지만 이후 3연속 커버에 그쳐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경기 후 이상일은 "실감이 나지 않지만 기쁘다"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프로 처음 올 때부터 우승 꼭 한번 해야지보다 잘 치는 선수라는 인식을 3년 안에 심어주고 싶었는데 우승까지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상일이 14일  '2022 DSD삼호컵 프로볼링대회' 남자부 우승을 차지한 뒤 한국프로볼링협회 김언식 회장(오른쪽) 등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수원=KPBA이상일이 14일 '2022 DSD삼호컵 프로볼링대회' 남자부 우승을 차지한 뒤 한국프로볼링협회 김언식 회장(오른쪽) 등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수원=KPBA
방황을 딛고 일궈낸 우승이라 더 값졌다. 이상일은 "중학교 시절 말썽을 부려 부모님과 학교에 의해 반강압적으로 볼링부를 하게 됐다"면서 "너무 싫어서 대학교 2학년 때 어깨 수술을 받은 것을 핑계로 운동을 그만뒀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후 7년 동안 공은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깊은 내면에는 볼링에 대한 애정이 숨어 있었다. 이상일은 "통신업계에서 케이블 관련 일을 하다 우연히 볼링장에 갔는데 동호회 활동을 하게 됐다"면서 "이후 같은 선수였던 동생과 함께 프로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3살 어린 동생은 이상민(핑거하우스)으로 형과 프로 25기다. 두 형제는 경기도 양주시 덕정고와 백석고 등에서 엘리트 선수 생활을 했다.

이상일은 "어릴 때는 몰랐는데 이제 진정한 볼링의 재미를 깨달았다"면서 "어린 마음에 운동부를 탈퇴했는데 부모님께 죄송하다"고 뉘우쳤다. 이어 "좋은 기술을 얻게 해주셔서 부모님께 감사하고 볼링공을 놓을 때까지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강조했다.

즐기는 사람을 당할 수 없다고 했던가.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일을 마친 뒤 훈련을 하는 고된 일정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상일은 "사실 프로가 된 뒤 볼링장에 들어갔지만 코로나19로 수입이 줄어 자진해서 나왔다"면서 "생계를 위해 케이블 관련 일을 시작했는데 현장 일이라 힘든 날은 어려웠지만 일주일에 4~5번은 훈련하자 다짐하고 나름 열심히 했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는 부모님께 그나마 떳떳한 맏아들의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이상일은 "사실 동생이 프로에 도전하자고 했지만 부모님과 상의도 하지 못했다"면서 "그래도 우승을 했으니 지켜보실 것"이라고 귀띔했다.

동생을 챙기는 것도 형이다. 이상일은 "오늘 결승은 어떻게 했는지 모르게 치렀기 때문에 올해 TV 파이널에 또 진출해 여유있게 결승을 해보고 싶다"면서도 "프로로서 마지막 꿈은 동생과 결승에서 붙어보는 것"이라고 다짐했다. 과연 이들 형제의 결승이 성사될지, 둘의 부모님은 누굴 응원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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