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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성착취물 사라질 때까지…'불꽃'은 핀다[이슈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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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디지털성범죄는 현재진행형입니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n번방' 사건을 최초보도한 '불꽃' 활동가 단과 함께 아동 성착취물 제작자 최찬욱의 1심 판결문을 살펴보고 양형 문제를 중심으로 얘기해봤습니다.

불꽃 활동가 '단'. 본인 제공불꽃 활동가 '단'. 본인 제공
'n번방'은 불법 성착취물의 대명사가 됐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이 사건은 두 명의 대학생이 잠입 취재해 세상에 알려졌다. 활동가 '불'과 '단'이 만난 취재팀 '추적단 불꽃'(현 '불꽃')이다.

현재 '불'은 박지현이라는 실명을 공개하고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 겸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공동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나섰다. '단'은 신분을 밝히지 않고 혼자 '불꽃'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불꽃은 '불법성착취사이트R' 등 계속해서 디지털성범죄 사건을 취재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불법 성착취물은 'n번방'에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사건과 피해자가 있다. '온라인'의 그늘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불법 성착취물을 제작·유포·소비한 가해자들도 수없이 많다. 'n번방'만 기억할 순 없다.
 

아동 성착취물 제작 '최찬욱' 판결문 보니…피해자에 "박제할 거야"


지난해 6월 검찰로 송치될 당시 마스크를 벗고 취재진 앞에 선 최찬욱. 연합뉴스지난해 6월 검찰로 송치될 당시 마스크를 벗고 취재진 앞에 선 최찬욱. 연합뉴스

아동 성착취물 제작자 최찬욱(27)이 지난달 30일 항소심에서 '양형 부당'을 주장했다. 검찰은 징역 15년을 구형했지만, 최씨는 1심에서 선고 받은 '징역 12년도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징역 12년 너무 길다? 아동 성착취물 처벌 적정선은…[이슈시개])
 
CBS노컷뉴스는 지난 8일 불꽃 활동가 단을 만나 최찬욱의 1심 판결문을 함께 살펴보고, 디지털성범죄의 양형 문제에 관해 인터뷰했다.
 
2020년 7월 18일 최찬욱은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피해자 A씨(19)의 나체 사진과 영상을 제작 및 소지했다. 사흘 뒤인 7월 21일경 A씨가 최찬욱에게 "혹시 죄송하지만 어떻게 하면 그만 둘 수 있나요"라고 묻자 최찬욱은 "박제할 거야"라고 답했다.

이 말이 A씨에 대한 성착취물을 트위터에 게시할 것이라는 의미였다고 최찬욱은 사후 검찰조사에서 인정했다. 또 A씨가 "원하는 것 하나 해드릴 테니까 제발 그만하게 해주세요"라고 의사를 전했지만, 최찬욱은 A씨의 친구들에게 사실을 알리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단은 "(노예 역할극에) 분명히 거부 의사를 전했지만 피해자는 2차 가해를 계속 걱정하고, 그런 와중에 가해자가 재판에서 양형 부당을 주장하는 걸 보면 사회가 내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게 가해자의 가장 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최찬욱은 #초딩 #중일OO 등 또래인 것처럼 허위 계정 30개를 꾸며 피해자인 아동·청소년들에 접근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최찬욱은 2014년 일자불상경부터 2021년 5월 초중순경까지 8년간 아동 청소년 70명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압수된 휴대전화(SD메모리카드 포함) 1대 외 압축파일 7개에는 성착취물 900여 건, 6천여 건 등이 각각 저장돼 있었다. 피해 아동‧청소년 11명의 법정 진술, 21명의 경찰 진술 조서, 13명의 이메일 진술 조서가 확보됐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헌행)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 아동복지법위반 등 최찬욱의 8개 혐의 중 미성년자 상습 의제 강간 등 피해자 B(12)에 대한 일부 혐의는 상습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등 이유로 무죄라고 판단했다. 최찬욱에게 성폭력범죄 전력이 없어 이러한 범행이 '
습벽
발로
'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또 아동성착취물 소지죄에 대해서는 제작에 수반됐으며, 별도로 새로운 소지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무죄로 봤다.
 
단은 "8년이란 시간 동안 피해자들의 약점을 잡는 식으로 계속해서 범죄를 저질렀는데, '갓갓' 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최찬욱에) 징역 12년이 내려진 데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닉네임 '갓갓' 문형욱은 텔레그램 n번방을 처음 만든 주범으로 징역 34년이 확정됐다.
 
n번방 운영자 '갓갓' 문형욱. 권소영 기자n번방 운영자 '갓갓' 문형욱. 권소영 기자
재판부는 "자라나는 미래 세대인 아동 청소년들에게 장기간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었다"며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찬욱에 유리한 정상으로 "갓 성년이 되어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이 참작됐다.
 

양형기준 마련으로 '엄벌' 되는 건 아냐…피해자 목소리 더 들어야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안에 따르면 제작 범죄의 경우 △기본 5~9년 △가중처벌 7~13년 △특별가중처벌 7년~19년 6개월 △다수범 7년~29년 3개월 △상습범 10년 6개월~29년 3개월이다.
 
디지털성범죄 권고 양형기준 범위와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가 달라 최찬욱에게 처단형의 상한이 적용됐다. 여기에 양형기준이 없는 다수 경합범으로 처단형 징역 10년 6개월~50년이 됐다. 처단형은 선고형의 최종적인 기준이 된다. 최찬욱에게 최대 징역 50년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다.
 
'불꽃'은 시민단체 '리셋'과 함께 공동소송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2020년 6월부터 약 3달간 진행한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 설문조사 결과를 같은해 8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전달했다.

유효 응답자 7509명 중 97.5%는 '디지털성범죄 판결에서 특별한 사유에 따라 형량이 감경되면 안 된다'고 답했다. 또 67.7%는 '법관들 간 형량에 차이가 난다'고 보고 있었다. 디지털성범죄를 줄이려면 사법부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묻는 주관식 질문에는 '가중처벌'과 '형량 강화' 등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
 
디지털 성착취물 징역형 비율이 2%에서 지난 2020년 53.9%로 대폭 증가했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징역 42년, 박사방 2인자 강훈 징역 15년이 확정되면서 주범들은 '엄벌'에 처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단의 생각을 물었다.
 
"디지털성범죄 양형 기준이 20년도 말에 겨우 마련됐는데 오프라인 성범죄와 비교했을 때 이제야 심각성이 인정 되나 싶다가도, 피해자분들을 가까이서 보며 지원해 왔으니까 가해자들이 형을 다 살고 나온다 해도 피해물들이 다 삭제가 될까 생각해보게 되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져서 피해자의 고통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거죠."
 
단은 "가해자를 엄벌했다, 안했다 판단은 사회가 할 수 없다"며 "결국 피해자가 인정해야 하는 부분인데, 지금은 피해자의 목소리조차 법정에 잘 닿지 않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형량을 고려할 때 피해자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참작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꽃 제공불꽃 제공
"'답답함, 분노, 슬픔'과 같은 감정이 '뿌듯함, 희망,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을 매번 경험하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꽃은 자신들을 응원하는 '불씨'들에게 뉴스레터를 보냈다. 계속해서 디지털성범죄를 좇는 이유를 담았다. 이런 변화를 경험한 일화를 단에게 물었다.
 
"박사방 피해자분을 인터뷰했는데 피해사실을 남에게 알리는 게 저희가 처음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손을 정말 벌벌 떨면서 말씀하셨는데, 한 서너 달 뒤쯤 연락이 왔어요. 무지개 사진을 찍어 보내주시면서 선생님들 생각이 났다, 저희도 이걸 보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거든요. 그게 너무 뿌듯한 순간이었어요." 
 
단은 최근까지도 불법 성착취물 피해자들의 연락을 받고 있다. 특히, 피해 아동들의 신고가 올해 들어서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그는 아동청소년 성폭력 상담 활동을 하는 '탁틴내일'과 만나며 고민이 생겼다.
 
"경찰에 신고하면 접수 후 7일 이내 부모에게 통지하고, 동의를 그 이후에 얻으면 되는데 '탁틴내일'에서 문제제기했던 건 부모 동의가 없으면 그 자리에서 신고를 반려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어요. 보호자에게 알려서 같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과 아동‧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의사를 존중을 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 중 어떤 쪽이 피해 회복에 더 도움될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디지털성범죄 문제를 주목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탐색해가는 단의 눈빛에 '불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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