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도시 전면봉쇄로 우리 교민과 기업체, 유학생들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교민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할 상하이 총영사관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고초를 겪는 교민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는 글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상하이 총영사관은 10일 발표한 '상하이에 계신 재외국민 여러분께 올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발표문에서 "영사관 모든 직원들도 격리되어 있어 실질적인 도움을 즉시 드리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이어 "총영사관에서는 현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해 중국어 능통자와 장기 거주 직원들을 위주로 현안 대응팀을 구성해 재택에서 24시간 운영중에 있다"며 "한국상회 등 관련 단체와 합동 대응팀을 구성해 정보를 상호 공유하고 긴급하거나 공통적인 문제를 추려 상하이 당국에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대응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귀국을 위해 중국에서 영문으로 작성된 PCR 검사서를 받아야 하는 조건을 본국 정부와 협의해 해제하고 여권 발급, 유학생 지원, 기업 불편 해소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발표문은 기조는 노력하고 있지만 상하이시 당국의 엄격한 방역 정책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국민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봉쇄된 상하이 민항구의 한 아파트. 이 아파트는 한국 교민들도 많이 거주하는 단지다. 연합뉴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발표문에 대한 상하이 교민사회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못해 냉소적이다.
상하이 교민 신문에 실린 발표문에는 "차라니 이런 거 보내지 말지 그러셨어요", "비상 전화로 전화하면 격리중이어서 도와줄 방법 없으니 한국상회로 연락해 보라는 답변이 정말로 잘하는 비상 전화의 근무 응대라고 생각하는지" 등의 댓글이 달렸다.
"교민신문 사이트에는 댓글이 가능하지만 영사관에서 올린 글에는 댓글란이 없다", "배달부 아저씨도 통행증을 가지고 라이브 방송하는데 통행증을 영사관에 안보내주나 보네요" 등의 글도 붙었다.
상하이시 당국의 엄격한 방역 정책으로 우리 총영사관의 활동이 제약 받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럼에도 총영사관이 사과문인지 해명서인지 모를 발표문을 내게 된 상황에 대해서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2020년 1월 하순에 우한에 코로나19가 퍼졌고 미국 영사관을 필두로 역병의 땅을 빠져 나오는데 급급했을 때 우한 총영사관은 교민보호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3차에 걸친 전세기로 우리 교민들을 다 철수시킨 뒤에도 현지에 남아 있는 교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부총영사 등이 잔류를 선택했다.
이들은 후베이성과 우한시 방역 당국으로부터 긴급 통행증을 발급 받아 햇반에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해 가며 우리 교민들에게 식료품과 의약품을 전달했고 교민은 물론 현지 중국인들의 마음을 샀다.
지금도 재직하고 있는 총영사는 다른 사람들이 다 빠져 나올 때 방역 물자를 실은 화물기를 타고 우한으로 역행해 중국인들에게 감동을 줬다.
지난 8일 상하이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한 공동구매 식품. 연합뉴스상하이 총영사관도 나름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손에 잡히는 교민 보호 실적이 없는 상황이어서 교민들의 마음을 사지는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보도에 따르면 외교부 당국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주상하이 총영사관을 중심으로 전담 지원 TF를 구성해 교민, 기업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상하이 당국과 연락하면서 집중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에서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한 게 지난달 초부터이고 말부터는 푸동지역이 전면봉쇄 됐다. 전담 지원 TF가 꾸려진 시점이 궁금하다. 봉쇄된 지 한참 지나서 교민들의 불편이 가시화되자 부랴부랴 꾸렸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