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12일 만남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당선인은 10일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을 나서며 기자들과 만나 "화요일(12일) 오후에 일정이 잡힌 것 같다"며 박 전 대통령 예방 계획을 공식 확인했다.
윤 당선인이 11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대구와 경북을 방문하는데 12일 오후 2시 대구 달성군 박 전 대통령 사저에서 만날 예정이다.
윤 당선인 측은 그동안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성사하기 위해 특별히 공을 들여왔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해 대구 달성 사저에 입주한 지난달 24일, 서일준 인수위 행정실장을 보내 퇴원 축하난을 전달하며 "건강이 허락하신다면 다음 주라도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이) 퇴원하시고 사저에 오시길 기다리며 대구 경북 방문을 연기해 왔다"고도 말했다. 이후에도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물밑접촉을 계속하며 일정을 조율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8일 유튜브를 통해 최측근인 국민의힘 소속 유영하 대구시장 예비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모습. 유영하TV 캡처
특히 이번 만남은 박 전 대통령이 지난 8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 출마한 측근 유 변호사에 대해 공개 지지를 하면서 이른바 '사저 정치'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6월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박' 세력의 반감을 해소하고 보수층의 결집을 이뤄내겠다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그러나 당선인 측은 취임 이전에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당선인께서 임기 시작 전에 박 전 대통령과 만나 앙금을 풀고 감정적인 부분을 털고 가고 싶은 차원에서의 만남일 뿐이다"라고 전했다.
윤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묵은 감정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 사건을 수사하면서 윤 당선인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당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화제를 모은 윤 당선인은 박근혜 정부 내내 지방을 전전하며 한직을 맴돌았다. 윤 당선인은 차라리 그만두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주변의 권유에도 "공소 유지를 마무리할 때까지는 자리를 지키겠다"고 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 탄핵 계기가 된 국정농단 사태 당시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됐다. '적폐 청산' 수사와 공소 유지를 진두지휘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을 끌어내면서 두 사람 관계가 '악연(惡緣)'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박 전 대통령을 향해 "공직자로서 직분에 의한 일이었다 하더라도 정치적, 정서적으로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인간적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오는 5월10일 국회에서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에 박 전 대통령이 참석해줄 것을 직접 요청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이 윤 당선인과의 만남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하나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