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차고 편의점에…성범죄자 '일할 권리' 어디까지?[이슈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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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전자발찌를 부착한 남성 A씨가 편의점에서 일하던 중 여아를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성범죄자가 편의점에서 일해도 되는지를 놓고 논란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성범죄자 취업제한제도가 있지만 제한업종에 편의점은 포함되지 않는데요. A씨의 경우 근로형태도 모호해서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입니다. 전자발찌도 성범죄자가 근로 중 재범을 저지르는데 예방 역할을 하기 어려운 현실인데요. 그러나 성범죄자도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존중받아야 하기에, 취업제한 기간이나 대상 업종의 범위에는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원남부경찰서. 연합뉴스수원남부경찰서. 연합뉴스60대 남성 A씨가 수원시의 한 편의점에서 '포켓몬빵'을 사러 온 10대 여아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수원지방법원(박정호 부장판사)은 지난 2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13세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위반 혐의로 A(63)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범죄가 소명되고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편의점 본사 측에 따르면 A씨는 편의점주의 남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13년 저지른 성범죄 전과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범행 당시 외출제한 준수사항 등을 위반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포털 댓글 캡처포털 댓글 캡처사건이 알려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선 성범죄자가 편의점에서 일해도 되느냐는 문제가 지적됐다. 편의점은 국세청이 선정한 '100대 생활밀접업종(이하 생활업종)'에 해당한다. 그만큼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 접점이 많은 일이다. 하지만 성범죄자가 이런 업종에 일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성범죄자 취업제한의 '사각지대'…업종 한계에 취업도 불명확하다면?

현재 성범죄자의 취업제한에 관한 법령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과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화물자동차법)'이다.

성범죄자의 취업제한 대상기관 목록 중 일부.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캡처성범죄자의 취업제한 대상기관 목록 중 일부.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캡처'아청법'에 따른 성범죄자의 취업제한 대상기관들은 명확히 제시돼있다. 이에 해당하는 업종에는 취업뿐만 아니라 창업도 할 수 없다. 여기에는 학원, 노래연습장, PC방 등 생활업종 일부도 포함돼있다. '화물자동차법'에 따르면 성범죄자는 택배업에도 종사할 수 없다.

여성가족부는 매년 성범죄자 취업제한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여가부는 지자체 및 교육청과 함께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아동과 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338만 명을 대상으로 취업제한 여부를 점검한 결과 총 67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적발된 기관의 이름과 주소는 '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여기에 편의점에서 일하는 성범죄자는 포함될 수 없는 실정이다.
 
사실 A씨의 경우는 성범죄자 취업제한제도의 '사각지대' 중에서도 극히 가려진 영역에 해당한다. 제한 업종도 아닌 데다 A씨는 부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을 대신 봐준 것으로 '취업'인지, '창업'인지도 모호하기 때문이다.

편의점 본사 측은 23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점주가) 일이 생겨서 잠깐 누가 와서 일해주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런 경우까지 본사가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사건 발생 지점이) 가맹점인데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본사가 우월적 지위에서 직원 채용이나 관리에 개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추가로 본사 측은 점주 교육 시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직원을 채용하도록 가이드를 제공한다며 "(직원 채용 가이드에) 구체적으로 범위를 명시하고 있진 않지만 이성적인 부분을 고려하고 문제 발생 소지가 없는 사람을 뽑도록 교육한다"고 밝혔다.

 

'전자발찌' 부착했어도 근로 중 재범 예방엔 한계 있어

A씨가 여아를 상대로 성추행을 벌일 때, 전자발찌가 예방 역할을 할 순 없었을까. 지난해 5월 기준 전자발찌 부착자는 총 4806명으로 이 중 53.1%인 2574명이 성폭력 범죄자다.

전자발찌는 '외출제한 시간'이나 '특정지역·장소 출입금지' 등을 위반했을 때 경고음이 울린다. 전자장치부착법에 따른 준수사항을 보면 '그밖에 부착명령을 선고받은 사람의 재범방지와 성행교정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이라는 포괄적 규정도 있다.

그러나 성범죄자들이 일하는 중에 발생하는 개별적 상황들에 대해 실시간으로 사람의 판단이 개입되지 않는 한, 포괄적 규정에 근거해 전자발찌에서 경고음이 울릴 수는 없다.
 
전자발찌 부착자를 감시하는 보호관찰 담당 인력도 있긴 하다. 지난해 8월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감독 인력 1인당 담당대상자 수는 17.3명이다.

법무부는 전자감독 전담 직원 281명이 1인당 17.3명의 대상자를 지도·감독하면서 준수사항 위반시 수사업무를 병행하고 있는데, 업무과다로 인해 적절한 대응에 애로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제공국회입법조사처 제공전자발찌 훼손 등 보호관찰 대상자의 규정 위반 행위가 발생하면 보호관찰소 신속수사팀이 실시간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현재 전국 13개 신속수사팀에 78명이 근무 중이다. 지난해 법무부는 "최근 5년간 평균 즉시 현장출동 비율은 18.4%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전자발찌를 찼다고 해서 모두가 재범을 저지르진 않는다. 법무부는 갱생보호제도 등으로 출소자의 취·창업을 지원하면서 사회복귀를 돕고 재범을 방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것이 개인·공공의 복지와 안전을 증진시킨다는 취지다.

그러나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 사건과 같이, 성범죄 전과자의 재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기도 한다. 강윤성은 지난해 5월 가출소한 당시 택배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직업선택의 자유'…성범죄자 취업제한 대상, 확대에 어려움 있어

그렇다면 성범죄자의 일할 권리를 제한하는 건 어디까지일까. 이 물음에는 헌법 제15조로 답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는 규정이다.

지난 2016년 헌법재판소가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에게 일괄적으로 10년간 취업을 제한하도록 한 아청법 제56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에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재판관 9명 전원 위헌 결정을 내렸다.

2018년 신설된 아청법 제56조 제2항에 따르면 성범죄자의 취업제한 기간은 10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돼있다. 현행법상 성범죄자의 전자발찌 부착기간은 최장 30년이다. 20년간 전자발찌를 찬 채로 구직활동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여성가족부 박선옥 아동청소년성보호과장은 "(A씨 사건의 경우) 편의점은 아동·청소년만 이용하는 게 아니고, 또 법령에 근거한 기관이 아니라 사업자 등록을 하는 단순 소매업이나 일반·휴게음식점인데 이런 업종은 사실상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립근거 등 법적정의가 불명확하다면 성범죄자 취창업제한 대상이 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실제 이런 경우를 두고 헌법소원에서 명확성원칙에 어긋난다며 국가가 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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