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서울시내 한 은행에 청년희망적금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이한형 기자최고 연 10% 금리 효과로 앱 접속 마비 사태까지 빚는 등 큰 인기를 끈 청년희망적금 대상 확대를 두고 은행권에서 거액의 이자를 부담하게 됐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많은 수요가 몰리면서 생색은 정부가 내고 비용은 은행이 부담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11개 은행이 지난달 21일부터 접수한 청년희망적금 가입 규모는 290만 명에 이른다. 정부가 관련 예산을 책정할 때 예상한 인원은 38만 명이었다. 예상치의 약 8배에 달하는 수요가 가입을 마친 셈이다. 당초 예상치에 따라 책정된 예산은 456억 원이었다.
청년희망적금은 정부가 지원하는 비과세 혜택·저축장려금과 은행이 지원하는 고금리 혜택으로 나뉜다. 현행 예·적금 금리는 높아도 3% 수준인데, 청년희망적금은 최대 이율 6.0%를 주는 상품이어서 은행으로선 부담스럽다. 2년 만기 이자액을 계산해보면 은행이 290만 명에게 약 1조 1240억 원의 추가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미래 고객인 청년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지만 가입이 늘수록 부담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높은 청년희망적금은 아무래도 팔수록 손해다. 정부도 38만 명으로 예상했는데 인기가 치솟자 신청을 더 받도록 했다. 갑자기 무한정 늘리면서 세부적인 사항이 잘 정리되지 않았고 은행으로서는 예상보다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가입 첫날 영업시간 전까지만 해도 예측 수요 38만 명을 당국이 각 은행에 할당량을 배분해주면 선착순으로 마감되는 방식으로 알고 있었다"며 "그런데 가입이 시작되자마자 신청이 급격히 늘며 일단 다 받으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7~8월쯤 청년희망적금 판매를 재개하기로 했다. 가입대상은 지난 2020년 소득이 없어 이번에 가입 신청을 하지 못한 청년이다. 높은 인기가 증명된 만큼 추가 가입도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자 차액을 어떻게 지급할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입자가 예상보다 8배가 늘어난 만큼 정부 예산만으로는 안될 것"이라며 "추가 비용은 은행이 부담케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한 은행 모바일뱅킹 앱을 통한 청년희망적금 가입 화면. 연합뉴스금융당국은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지난 6일 "청년희망적금은 서민금융진흥원, 은행연합회, 가입 신청을 접수하는 은행들과 협의 과정을 거치면서 운영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은행들도 사회공헌, 미래고객 유치 등을 위한 우대금리 제공, 자체 홍보 등을 통해 청년희망적금 취급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예상보다 수요가 증가한 것도 "레버리지를 동반한 부동산 등 실물자산 투자, 가상자산 거래 등이 확대됐던 상품 설계 당시와 달리 시장금리 상승 등 경제여건 변화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