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삼척 산불 현장에서 자욱한 연기로 인해 헬기 투입이 지연되고 있다. 삼척시 제공강원 동해안 산불이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확산 초기에 불던 강한 바람이 잦아들었지만 산불 현장이 연기로 뒤덮혀 헬기 투입에 난항을 겪으면서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화마가 시작된 지난 4일 오후 경북 울진 산불에서 확산된 삼척 산불에 이어 강릉 성산과 옥계 등 2곳에서 몇 시간 차이로 산불이 잇따라 발생했다.
특히 산불 발생 초기인 지난 4일과 5일 동해안 지역에 강풍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순간 최대풍속 초속 20m 안팎의 '양간지풍'이 불면서 산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강릉 옥계 산불의 경우 인근 동해지역까지 순식간에 번져 대형산불로 확산했다.
양간지풍은 봄철 영동지방에서 부는 국지풍이다. 태풍을 능가할 정도로 바람의 세기가 강해 산불 확산속도가 진화속도 보다 빨라 단시간에 피해면적을 확대해 진화를 어렵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앞서 지난 2019년 4월 발생한 속초고성 산불 역시 양간지풍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당초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에 고전하던 산림당국은 강풍특보가 해제되면서 다시 한 번 힘을 냈다. 지난 7일 바람이 잦아들면서 산림당국은 낡이 밝자 헬기를 비롯해 가용한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 주불 진화를 목표로 대대적인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무라는 '복병'에 발목을 잡혔다.
산불 현장에 연기가 자욱하게 끼면서 앞을 보기 힘들 정도로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생겼기 때문이다. 다행히 바람의 세기가 초속 1~2m로 잦아들면서 산불 확산은 크게 줄었지만 연기가 상층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주변에 갇힌 것이다.
강릉 옥계 산불에 투입된 진화 헬기가 물을 뿌리고 있다. 강릉시 제공이로 인해 진화 현장에 투입됐던 헬기들은 다시 회항해야 했고 그러면서 진화작업은 곳곳에서 멈춰서야 했다. 삼척 산불 현장에서 헬기 진화작업은 오전부터 어려움을 호소했으며 강릉, 동해지역도 연무로 인해 진화에 차질을 빚으며 결국 일몰 전 주불 완료에 실패했다.
이어 8일에도 일출과 동시에 진화작업에 나섰지만 이번에도 연무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 삼척 산불 현장에서는 오전에 헬기를 띄우지 못하고 이날 오후 1시부터 투입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삼척시 관계자는 "산에서 불이 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되는데 헬기를 띄우지 못해 먼 산만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동해안 산지는 산세가 험하고 통상적으로 산불 진화에는 헬기 투입이 결정적인데 헬기가 뜨지 못하면서 진화 작업이 더뎌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연무도 결국 바람의 영향 등으로 발생한 현상으로 바람이 두 번 발목을 잡는 셈이다. 이로 인해 전날 오전 12시 기준 강릉·동해 90%, 삼척 80%를 보였던 진화율은 이날 낮 12시까지도 더 이상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강원기상청 관계자는 "안개나 해무는 아니고, 산불 현장이 태백산맥 동쪽에 위치해 있는데 낮에 습기를 머금은 해풍이 유입하면서 산불로 발생한 연기가 태백산맥에 막혀 연무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어제는 동해안 전체적으로 연무가 이어졌지만 오늘은 삼척지역을 중심으로 연무가 심한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산림당국은 "동해·강릉 산불 현장의 연무는 어느 정도 걷히면서 헬기가 집중적으로 투입되는 만큼 오늘 중 주불 진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삼척은 아직 헬기 투입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산불 인근 주민들은 "바람도 잦아지고 했는데 완전히 불을 껐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며 "동해안은 언제 또 강한 바람이 올지 모르는데 걱정"이라며 불안한 마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