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존중, 양보와 사과…그래도 올림픽은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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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아브라멘코를 뒤에서 안아준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부로프. 연합뉴스우크라이나의 아브라멘코를 뒤에서 안아준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부로프. 연합뉴스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대회 초반 편파판정이 휘몰아쳤고, 오심 문제도 발생했다. 이후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금지약물 복용으로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한 겨울의 올림픽은 언제나처럼 따뜻했다. 전쟁 위기 속에서도 말 없이 상대를 포옹했고, 금메달리스트가 최하위를 꽉 안아주기도 했다. 때로는 상대에게 양보했고, 또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도 올림픽의 백미였다.

평화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에어리얼 결승.

올렉산드르 아브라멘코(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의 첫 메달인 은메달을 확정한 뒤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기뻐했다. 이 때 뒤에서 동메달리스트가 다가와 아브라멘코의 손을 잡았다. 이내 뒤에서 아브라멘코를 안고 은메달을 축하했다.

동메달의 주인공은 일리아 부로프(러시아올림픽위원회)였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의 위협 속에서 상대를 포옹했다. 뉴욕타임스는 "두 나라 사이에 고조된 긴장을 극복하는 제스처"라고 박수를 보냈다.

컬링 믹스 더블에서도 미국과 중국 선수들이 우정을 나누는 장면이 나왔다.

미국은 베이징에 선수단을 파견했지만, 중국 내 인권 상황 등을 문제 삼아 정부 관리를 보내지 않는 '외교 보이콧'을 선언했다. 컬링 믹스 더블은 첫 미국과 중국의 맞대결이었다. 경기 후 링즈-판쑤위안(중국) 조는 크리스토퍼 플라이스-빅토리아 페르징거(미국) 조에 기념 배지 세트를 선물하며 활짝 웃었다.

이처럼 올림픽은 정치 갈등을 떠나 평화의 장이었다.

최하위의 어깨를 다독이는 금메달리스트 이보 니스카넨. 연합뉴스최하위의 어깨를 다독이는 금메달리스트 이보 니스카넨. 연합뉴스

존중

크로스컨트리 남자 15km 클래식.

가장 먼저 골인한 리보 니스카넨(핀란드)은 추위 속에서도 결승선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선수들이 하나둘 들어올 때도 누군가를 기다렸다. 그리고 카를로스 퀸타나(콜롬비아)가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하자 활짝 웃으면서 안아줬다. 최하위를 꼭 안아주는 진정한 챔피언이었다.

니스카넨은 "올림픽에 출전한 모든 선수는 올림픽을 위해 많은 땀을 쏟았다. 모두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지원받는 것이 아니다. 선수로서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노보드 남자 슬로프스타일 결선.

쑤이밍(중국)은 오심으로 금메달을 놓쳤다. 국제스키연맹(FIS)도 오심을 시인했다. 중국 팬들은 심판을 향한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쑤이밍은 오히려 "심판에 대한 비난을 멈춰달라"면서 오심 속 은메달을 받아들였다.

금메달을 딴 맥스 패럿(캐나다)에게도 축하 인사를 전했다. 패럿은 2018년 12월 림프계 암 일종인 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았지만, 암을 이겨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신이 양보한 출전권으로 금메달을 딴 에릭 잭슨을 안아주는 브리타니 보. 연합뉴스자신이 양보한 출전권으로 금메달을 딴 에릭 잭슨을 안아주는 브리타니 보. 연합뉴스

양보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카이 페르베이(네덜란드)는 인코스와 아웃코스가 교차하는 구간에서 속도를 줄였다. 로랑트 뒤브뢰유(캐나다)와 충돌할 위험이 오자 양보를 선택했다. 메달권 진입도 노릴 수 있는 상황. 경기 후 페르베이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내 "만약 내가 멈추지 않았다면 그와 충돌했을 것이다. 그의 올림픽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양보했다"고 강조했다.

은메달을 딴 뒤브레유도 "어떤 말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도 부족하다. 진정한 프로 정신을 발휘했고 품격있는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앞서 열린 미국 선발전에서 에린 잭슨은 출전권 획득에 실패했다. 하지만 베테랑 브리타니 보는 잭슨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출전권을 양보했다. 보의 양보와 함께 극적으로 올림픽 무대에 선 잭슨은 금메달로 화답했다. 보 역시 코로나19로 출전권을 포기한 선수가 생겨 올림픽에 출전했다. 양보에서 나온 아름다운 스토리였다.

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준결승에서 황대헌이 경기 도중 충돌한 캐나다 스티븐 뒤부아에게 사과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준결승에서 황대헌이 경기 도중 충돌한 캐나다 스티븐 뒤부아에게 사과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사과

올림픽을 준비하는 기간은 4년이다. 그만큼 메달, 또 더 좋은 성적을 향한 열망이 크다. 때로는 무리한 플레이가 나와 논란이 되기도 한다.

쇼트트랙 남자 500m 준결승.

황대헌(강원도청)은 마지막 바퀴에서 모험을 걸었다. 경기 후 "시도도 안 해보고 실패하는 것보다는 한 번 해보려고 했다"고 말한 장면이다. 하지만 추월 과정에서 스티븐 뒤부아와 살짝 충돌했다. 2위로 들어왔지만, 실격 처리됐다.

결과를 떠나 황대헌은 빛났다. 곧바로 뒤부아에게 다가가 사과했다. 황대헌은 "뒤부아에게 미안해서 사과를 했다"고 설명했다. 뒤부아도 웃으면서 황대헌의 사과를 받아줬다. 그리고 뒤부아는 어드밴스로 결승에 진출했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준결승.

박지우와 엘리자베타 골루베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함께 넘어졌다. 4년의 준비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 박지우는 다시 일어났고, 골루베바의 손을 잡았다. 결승 진출은 멀어졌지만, 둘은 완주로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박지우는 "뒤에 오던 러시아 선수가 날을 쳐서 넘어졌다"면서도 "그 선수가 본인이 친 것을 인지하고 '미안하다'고 했다. 나도 '일부러 친 것이 아니니 괜찮다'고 말했다. 계속 미안하다고 하더라"고 아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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