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80주년을 맞아 지난 15일 백두산 인근 삼지연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보고대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지난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적어도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동안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는 없었다.
2012년 런던 하계 올림픽에서부터 2021년 도쿄 올림픽까지 5차례의 하계·동계 올림픽이 그랬다.
북한은 올 1월에 7차례 각종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이번 중국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도 폐막을 하루 앞둔 19일 현재까지 무력시위를 하지 않았다. 북한은 올림픽 기간 중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80주년을 맞아 일주일 동안 대대적인 경축행사를 벌였으나 대외 메시지를 내지 않고 내부 단결에 주력했다.
김 위원장이 올림픽 개막 당일에 시진핑 주석에 보낸 축전은 무력시위 자제의 메시지로 풀이됐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올림픽 경기가 끝나가는 시점에는 달랐다. 북한은 지난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 올림픽 공식 종료 2일 전인 2월 21일 동계 훈련을 명목으로 신형 방사포 4발을 발사한 뒤 27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4발, 3월 3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은 특히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의 경우 경기 폐막 2일 뒤인 8월 24일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했다.
연합뉴스북한은 남한의 대선 때도 거의 대부분 미사일 발사 등 다양한 무력시위를 했다. 대선 전과 후에 다 했으나 새 정부가 탄생한 뒤에 더 강도 높은 무력시위를 했다.
2002년 대선 때는 선거 한 달 전인 11월 16일에 북한 경비정이 국방한계선(NLL)을 넘었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 하루 뒤인 20일에 또 다시 국방한계선을 침범했다. 이어 2003년 1월 10일 NPT 탈퇴, 2003년 2월 25일 지대함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이뤄졌다.
2012년 대선 때는 선거 일주일 전인 12월 12일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광명성 3호,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13년 2월 12일에 3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겨울이 아니라 5월 9일 봄에 선거가 실시된 2017년 대선 때는 선거 전인 2월 12일 북극성 2호, 3월 22일 무수단, 4월 5일, 16일, 29일에 세 차례에 걸친 중장거리 미사일 화성 12형의 시험 발사가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에는 9월 3일 6차 핵실험을 하고 그 해 11월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는 등 더욱 강도 높은 도발을 했다.
과거 20년 동안 대선 전후에 주목할 만한 무력시위가 없었던 것은 2007년 17대 대선이 유일하다.
북한이 시험발사한 지대지 전술유도탄 시험발사 장면. 연합뉴스아울러 북한은 2018년 이후 중국의 내부 정치 행사인 양회 기간을 피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점에서 최소한 3월 중순(3월 4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 3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까지는 전략무기 실험을 자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2015년 5월 14일 중국의 일대일로 정상포럼 개막일에 미사일을 쏘고, 2010년 11월 23 중국 광저우 아시안 게임 중에 연평도 포격 도발을 하는 등 중국을 배려하지 않은 사례도 많기 때문에 이번에 중국의 내부 정치행사를 의식할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은 과거 통상적으로 대선이 실시된 12월 19일을 전후해 무력시위를 했는데, 2017년 19대 대선만은 5월 9일에 실시된 만큼 이를 전후한 기간에 연속적인 무력시위를 했다.
북한이 올 1월에 7차례에 걸쳐 연달아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북미관계만이 아니라 3월 9일 봄에 실시되는 우리 대선을 의식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한 대선을 의식하고 중국 베이징 올림픽을 피해 1월로 당겨서 몰아치기로 미사일을 발사했을 가능성이다.
북한은 지난 달 19일 당 정치국회의를 열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 즉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모라토리엄의 철회에 대한 '신속한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신속한' 검토를 지시했음에도 아직 이와 관련한 동향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현재 북한의 무력시위는 지난 달 30일 화성 12형 발사를 끝으로 일단 잠잠한 상황이다.
연합뉴스그러나 북한 무력시위의 주요 변수가 되는 올림픽이 이제 끝나고 우리 대선은 한창 진행 중이다.
이른바 북풍은 국내 진보와 보수의 입장을 각각 강화시키기 때문에 과거처럼 우리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북한이 대선 전후에 무력시위를 반복하는 것은 어느 정부이든 자신들의 전략적 우위를 과시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강도, 중강도, 고강도 무력시위 등 다양한 도발을 통해 새 정부를 시험대에 올리는 것이다. 물론 북한의 전략도발은 2018년처럼 대화의 큰 국면으로 전환된 경우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중국 베이징 올림픽 이후 무력시위에 나서 3월 남한의 대선이후부터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까지 지난 1월처럼 집중적으로 각종 미사일을 발사한 가능성이 높다"며, 이 기간에 '북한의 예상되는 군사행동'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의 검수사격, 우주개발과 인공위성 개발을 명분으로 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대규모 열병식 개최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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