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형 기자"이 정도면 보건소에 '저 양성이에요'라고 설득해야 할 판이에요"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목이 아프고 열이 나는 등 이상 증상이 있어서 자가진단 키트로 검사를 받았다. 당일 저녁에는 '음성'이 나왔지만, 다음날에도 증상이 계속되자 한번 더 자가진단 키트로 검사를 했고 이번엔 '양성'이 나왔다.
양성이 나온 키트를 들고 인근 보건소를 찾은 이씨는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보통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면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3일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수차례 보건소로 전화해 문의한 끝에 '양성' 통보 문자를 받았다.
이씨는 "자가진단에서 양성이 나왔을 때 밀접 접촉한 사람들에게는 미리 얘기를 해뒀지만 확실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검사도 못 받는 등 답답한 심정이었다"며 "(보건소에) 전화를 계속해야만 검사 결과를 알려주더라. 시스템이 완전 마비가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결국 이씨와 밀접 접촉자들은 뒤늦게 검사를 받았고, 일부는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황진환 기자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확진자 관리에 일부 구멍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다수의 확진자들이 재택치료 등 '셀프 관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담당 부서와 전화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남성 A(33)씨는 "양성이기 전부터 몸이 안 좋아서 자가격리를 했고, 이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근데 그 기간 동안 보건소에 전화를 수도 없이 했는데 한 번도 안 받더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내가 전화해서는 한 번도 연결이 된 적이 없고 나중에 보건소에서 확인 전화 올 때 그간 못 물어본 것들을 물어봤다"며 "(보건소가 전화를) 한 번도 안 받아서 매우 답답했다. 혼자 살아서 (약, 체온계 등을) 사러 나갈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3대가 함께 거주하고 있는 30대 여성 B씨는 "4살 아이를 제외하고 모두 확진된 상황"이라며 "60대 이상이신 어머님은 집중관리군에 속하는데 약 등 키트가 아직 안왔다. 안내 전화도 확진 후 하루 뒤에서야 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담당 공무원들과 전화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며 "우리 같은 경우 대가족 중에 4살 아이만 음성인데, 아이를 맡길 데가 따로 없어서 어떻게 격리시켜야 하는지 꼭 문의하고 싶었는데 아직 어떤 답변도 듣지 못한 상황"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4~5통 정도 전화를 해야 간신히 통화 연결이 되는데, 어렵게 통화가 됐을 때도 '당직이라 잘 모르니 내일 다시하라'고 하더라"며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쩔 수 없는 것은 이해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참 답답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황진환 기자지난 16일 60~70대 부모님과 본인까지 확진된 직장인 C씨는 "확진 다음 날 고위험군인 부모님 앞으로 재택치료 키트가 오지 않았다"며 "분가한 친언니가 어머니 대신 이비인후과에서 대리 처방을 받았고, 그 약을 가족들이 다 같이 먹는 중" 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부모님에겐 매일 전화와 어플 등을 통해 기록을 관리하지만, 20대인 저에겐 전화나 약, 어플 안내 등도 없었다"며 "그저 집에서 요양만이 살 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재택치료 중인 보건복지부 류근혁 제2차관 또한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료기관에 약 처방을 받으려 몇 번 전화했는데 안 받아 다른 쪽에서 처방받았다"며 "재택치료를 처음 받는 대부분 국민은 전화가 연결 안 되면 상당히 당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GPS 추적 등 일반관리군에 대한 적극적 관리가 없어지면서 이들이 수시로 외출하는 등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고위험군만 집중 관리하는 오미크론 맞춤형 '재택치료 관리체계'로 전환하면서 일반관리군에 대한 관리가 대폭 사라지자 방역수칙을 어기는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중구 지역에서 근무하는 20대 후반의 신모씨는 "지난주 친구가 확진된 지 3일 정도 지난 상황에서 술자리에 나왔더라"며 "증상도 줄어들고 (백신) 3차도 맞았고 하니까 본인 판단에 이제 전파력이 많이 없어졌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가 나온 것을 보고 뭐라고 하는 등 화를 냈는데, 정부에서 추적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시스템이 되다 보니까 나가고 싶으면 나가는 그런 상황이 된 것 같다"며 "확진된 친구도, 같이 마신 친구들도 코로나를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고 감기라고 생각하더라"고 덧붙였다.
취업준비생인 정모(25)씨 또한 "대학 동기가 확진됐다고 했는데, 며칠 후 지인이 동기를 만났다고 하더라"면서 "확진자 관리가 아예 안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치 추적 등 방역당국의 적극적인 관리는 사라졌지만 처벌이 면제되지는 않는다. 확진자가 방역 수칙을 위반하다가 적발될 경우 이전과 마찬가지로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고발될 수 있다.
이한형 기자이외에도 여전히 정부의 안내가 부족해 현장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 시흥시의 한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 이모(29)씨는 "최근 이상하게 확진자가 약국에 자주 오더라. 5명은 넘게 온 것 같다"며 "사전에 안내 받은 건 전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약국 시스템상에 바로 확진자라고 뜨는데, 이 사람이 무단으로 나온 것인지 담당 공무원 허가를 받았는지 전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이대로 처방을 해도 되는지, 대리인한테 해줘야 하는지 뭐가 원칙인지 들은 바가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언제든지 확진자가 올 경우를 대비해) 마스크나 장갑을 잘 쓰는 방법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확진자가 너무 많으니까 정부가 이에 대한 관리를 놓아버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확진 이후 관리는 증상이 있을 때 전화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며 "전화 연결이 잘 안 된다는 부분은 초기 상담병원이 800개에서 최근 5000개로 늘어나면서 안정화 되고 있다. 상담해주는 의료기간의 숫자를 계속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예전처럼 추적하고 담당 공무원이 전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시민들의 자율적인 방역수칙 준수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위반시 벌칙은 유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