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동갑내기 친구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에게 법원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내렸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는 지난 9일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모(25)씨가 낸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80시간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신상정보 공개 15년, 아동 청소년 관련 시설 취업제한 2년 명령 등의 처분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앞서 최씨는 지난 2020년 12월 12일 동갑내기 친구 A씨를 주먹과 슬리퍼 등으로 마구 때리고 발로 걷어차 넘어뜨려 뇌출혈로 사망하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특히 의식을 잃고 쓰러진 피해자의 하의와 속옷을 벗긴 뒤 자신의 성기를 꺼내 조롱하고, 사건 당일을 비롯해 3차례에 걸쳐 골프채 등으로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속초지원은 최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또 폭행에 가담하거나 방조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 된 친구 4명 중 3명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40시간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160시간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나머지 1명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1심 판결에 불복한 최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고, 검찰은 "형이 가볍다"고 항소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오랜 기간 피해자를 반복적으로 괴롭혔다. 원심의 징역 10년은 너무 가볍다"며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같은 날 최씨는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사죄하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겉으로는 친했으나 인격적으로 무시해 사실상 학대자와 피학대자의 관계였다"며 "피해자를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혔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이어 "잔혹한 폭행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피해자의 하의를 벗겨 조롱했고, 증거를 인멸하려고도 했다"며 "이 사건으로 피해자 유족이 커다란 슬픔과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원심 형량은 권고형의 범위 내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해 숨진 피해자와 친했던 한 친구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가해자들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또한 피해자의 누나 등 유족 측은 법정에서 "불쌍하게 죽어간 저희 동생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도록 엄벌을 내려달라"고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