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감사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개방형 감사관직'이 감사원 직원의 '쉬운 일자리'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청의 경우 개방형 감사관직이 시행된 2010년부터 현재까지 13년째 모두 감사원 현직이 차지했다는 지적이 공론화 되기도 했다.
개방형 감사관직 임기를 마친 뒤에는 대부분 감사원으로 복귀한다는 점에서 '회전문 인사' 논란도 있다. 개방형 감사관직에 지원할 때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오지만, 복귀할 때는 별도의 시험도 거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개방형 감사관직을 내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와 감사원 간의 '유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러한 행태를 두고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해석을 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개방형 감사관직-감사원 복귀 업무 '회전문'…권익위 "이해충돌 소지"
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9일 시민단체 '위례시민연대'는 권익위에 '사직서를 낸 감사원 직원이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개방형 감사관직을 역임하고 감사원으로 복귀한 뒤 해당 기관·단체에 대한 감사단에 편성된 경우 이해충돌 방지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질의했다.
연합뉴스이에 권익위는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를 감사하는 감사단에 소속된 단장 또는 직원은 감사, 조사 등에 관계되는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에 해당한다"며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라 사적 이해 관계자이므로 이를 신고하고 회피신청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권익위는 이해충돌방지법 제2조를 근거로 들었다.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이익 또는 불이익을 직접적으로 받는 개인이나 법인 또는 단체', '공직자로 채용·임용되기 전 2년 이내에 공직자 자신이 재직했던 법인 또는 단체' 등의 조항을 대입한 결과,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개방형 감사관직을 지낸 감사원 직원이 감사원으로 복귀해 관련 업무를 수행할 경우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실이 받은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감사원 직원 총 57명이 사직서를 내고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개방형 감사관직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임기를 마치지 않은 18명을 제외하고, 39명 전원이 개방형 감사관직 임기를 마친 뒤 곧바로 감사원에 복귀했다.
이득형 위례시민연대 행정감시위원장은 "감사원은 결론적으로 모든 피감기관과 이해충돌 관계라서 현직이 피감기관 감사기구장이 되는 것은 공공감사법의 '이해충돌 방지 규정' 제정 취지에 위반한다"며 "임기를 마친 뒤 아무런 제재 없이 감사원으로 그대로 복귀하는 관행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감사원 측은 "중앙행정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개방형 직위에 임용된 후 임기가 만료된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개방형 직위 및 공모 직위의 운영 등에 관한 규정' 제10조 등에 따라 감사원 직원으로 다시 임용하고 있다"며 "위 규정에 따라 임용할 때에는 '공무원임용시험령' 등의 특례 규정으로서 재임용을 위한 별도의 시험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해명했다.
개방형 감사관직, 감사원 '밥그릇' 전락?…인사 독점 논란도
하지만 이러한 관행이 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개방형 감사관직은 지난 2010년 각 기관 내 부정 비위 행위 감시를 강화하고 민간 감사 개방, 독립성 확보 등을 위해 감사원 소관 법령인 '공공감사법' 제정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결국 감사원의 이른바 '밥그릇 챙기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사세행)은 감사원의 '무시험 채용 관행'을 지적하며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감사원이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개방형 감사관직을 지낸 감사원 퇴직자 23명을 그대로 채용했다는 것이다.
사세행 측은 "공무원임용시험령상 특정직·특수경력직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위해 퇴직한 사람이 일반 공무원으로 재임용 되는 경우 시험이 면제되지만, 부처 및 지자체 등의 개방형 공무원들은 일반직 공무원에 해당해 시험 면제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해당 사건은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이송된 상태다.
아울러 '회전문 인사' 논란 뿐만 아니라 감사원의 '인사 독점' 문제도 공론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청의 경우 지난달 24일 개방형 감사관으로 감사원 직원 A씨를 채용하면서 13년째 모두 감사원 현직을 채용하는 기록을 낳았다.
연합뉴스경찰청은 "개방형 직위는 인사혁신처를 통해 추천을 받았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직위의 최종 임용권자라는 점에서 지나친 '감사원 현직 모셔오기'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이 나온다. 그간 전문성을 고려했다는 설명과는 달리, 경찰청은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서 중앙부처 중 유일하게 최하위 등급을 받기도 했다.
한편 감사원 측은 현재 감사원 직원이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개방형 감사관직을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관련 자료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 않아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답변이 없다"고 밝혔다. 또 인사 독점 지적과 관련해선 "해당 기관에서 개방형 공모직 운영 관계 법령에 따라 대상자를 공개 모집하고 시험을 거쳐 공정하게 채용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