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등 켜진 전북경찰. 연합뉴스경찰이 용의자를 추적하던 중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오인해 체포하고 폭행하는 사건이 뒤늦게 드러났다.
피해자가 발길질까지 당하고 코뼈가 부러졌으나 경찰은 "정당한 공무집행"이라며 "감찰이나 수사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북경찰청은 7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4월 25일 새벽 부산역에서 완주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일반 시민을 용의자로 오인해 체포하며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 시민 김모(32)씨에게 발길질을 하고 전기충격기까지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릎으로 목 졸라 의식잃어…코뼈 부러지고 전치 4주
이한형 기자김씨는 "서울에서 부산역에 도착하자 경찰들이 베트남인들을 체포하고 있었다"며 "무슨 일인가 싶어 보고 있었는데 누군가 가방을 당기자 놀라서 움직이다 넘어졌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어 "경찰들이 발로 차고 무릎으로 목을 졸라 괴한들이 습격한 것으로 알았다"며 "숨을 못 쉴 정도로 목을 졸라 의식을 잃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살려달라'고 고함을 지르고 '왜 이러냐', '아프다'고 해도 듣지도 않았다"며 "정신을 차리고 '뭘 잘 못했냐'고 우리말을 하자 뒤늦게 수갑을 풀어줬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씨에 따르면 경찰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으며 사건 이후 피해자가 명함을 요구하니 그제 서야 전달했다.
김씨는 경찰들의 폭행으로 코뼈가 부러지고 입술이 터졌다. 그는 병원에서 전치 4주와 정신과에서 불안증세를 진단받았다. 그는 해당 경찰관들이 징계나 처벌을 받기 원하지만 고소장은 접수하지 않을 예정이다.
김씨는 "경찰은 피해 보상방법에 대해 설명도 하지 않았다"며 "꿈에도 나올 정도로 힘들었고 당시 경찰관을 피하고 싶어 연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당한 공무집행'이라는 경찰…"감찰·수사는 없다"
황진환 기자경찰은 "본의 아니게 피해가 발생한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도주를 하면 다른 시민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발버둥치는 행위를 체포 거부나 저항의 행위로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감찰이나 수사 등은 없다는 입장으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피해자가 가해 경찰관을 고소하지는 않았으나 처벌 의사를 밝혔고, 이번 사건에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독직폭행'이나 '업무상 과실치상'의 형법은 반의사불벌죄나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경찰이 지난해 4월 12일 완주군 삼례읍의 한 도로에서 집단으로 흉기를 사용해 폭행 사건을 벌이고 도주한 외국인 노동자 5명을 추적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완주경찰서는 부산경찰과 공조해 전북 경찰 소속 2명, 부산 경찰 소속 14명을 보내 부산역에서 용의자를 찾고 있었다. 실제 피의자인 B씨 등 4명이 부산역에서 검거됐으나 일반 시민이 경찰에 체포되는 등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