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한 스터디카페에서 관계자가 방역패스 안내문을 제거하고 있다. 연합뉴스정부가
코로나19 '방역 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학원과 독서실 등으로 확대적용한 가운데
법원이 '학습권 침해'라며 반격에 나선 백신 미접종자의 손을 들어줬다. 미접종자가 전체 중증환자·사망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이유로 방역패스의 불가피성을 강조해온 정부의 정책기조에 차질이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종환 부장판사)는 4일
함께하는사교육연합·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방역패스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3일 복지부가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를 방역패스 의무적용시설로 지정한 '특별방역대책' 후속조치는 소송 본안 1심 판결 때까지 효력을 잃게 됐다.
현재 방역패스를 보유해야 입장이 가능한 '학원'의 범주에는 대학 입시를 위한 교육시설 외 성인들이 취업을 위해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학원 등도 들어간다.
만 12~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방역패스는 3월 1일부터 시행돼 아직 해당사항이 없지만, 학원·스터디카페 등을 이용하는 성인들은 당장 방역패스를 제시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본안 소송을 신속히 진행하고,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에 대해서도 법무부와 협의하여 집행정지 결정에 불복하는 즉시항고 여부를 조속히 결정할 예정"이라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의 방역상황을 두고 "성인 인구의 6.2%에 불과한 미접종자들이 12세 이상 확진자의 30%, 중증환자 사망자의 53%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 시기에는 미접종자의 건강상 피해를 보호하고 중증의료체계의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방역패스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법원은
정부의 조치가 미접종자들의 권리를 직접적으로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황진환 기자
재판부는 "(복지부의) 처분은 사실상 백신 미접종자 집단이 학원·독서실 등에 접근하고 이용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미접종자 중 학원·독서실 등을 이용해 진학·취직·자격시험 등에 대비하려는 사람은 학습권이 제한돼 사실상 그들의 교육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직접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접종자라는 특정 집단의 국민에 대해서만 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불리한 처우를 하려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백신 접종자(접종완료자)의
돌파감염도 상당수 벌어지는 점 등에 비춰보면 시설 이용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백신 미접종자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위험이 현저히 크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치료제가 도입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백신(접종)이 적극 권유될 수 있지만, 그런 사정을 고려해도 미접종자의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충분히 존중돼야 하며 결코 경시돼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특히 "코로나19 감염이 일부 건강한 사람도 위중증에 이르게 하지만, 고위험군과 기저질환자 등이 상대적으로 위중증률과 치명률이 높게 나타난다"며
"청소년의 경우, 중증이나 사망에 이를 확률이 현저히 낮다"고 덧붙였다.
앞서 함께하는사교육연합 등은 지난달 17일 "정부의 방역패스 정책은 백신 접종을 강제해 청소년의 신체의 자유, 일반적 행동 자유권, 학습권, 학원의 영업권 등을 침해한다"며 행정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