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연일 윤석열 대선후보의 당선 후 정계 개편설을 일축하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윤 후보도 후보 직속 기구 새시대준비위원회 중심의 정계 개편설을 부인했지만 당내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30일 오전 선대위 회의에서
"최근 지금 사실 상상할 필요 없는 얘기가 돌면서 우리 당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비롯한 동요하는 조짐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대선이 끝나면 정계 개편이 날 것처럼 국민의힘에서 변동이 일어날 것 같아 불안해하는 원외 위원장들이 있다"며 "
대선이 끝나도 정계 개편은 있을 수도 없고 그런 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도 김 위원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선대위 비공개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에 보면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무슨 정계개편이 있다는 소리가 많이 나온다"며 "그런 되지도 않는 소리가 안 나오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까지 연이어 이틀 간 정계 개편설을 콕 집어 언급하며 강하게 일축한 것이다. 대선 이후 정계 개편설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2일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새시대준비위가 당 선대위와 별도 기구로 출범하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새시대준비위는 호남과 중도 확장을 위해 구성된 조직이다. 윤 후보도 새시대준비위 출범식에서 진보, 보수 등 이념을 떠나 '실용주의'를 강조하며 김 전 대표에게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선 분위기가 달랐다.
표면적으로 중도 확장을 내걸었지만 당내 세력이 미약한 윤 후보가 대선 승리 후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정계 개편을 시도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새시대준비위가 막중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지난 12월 12일 열린 새시대준비위원회 현판식. 연합뉴스이 때문에 내년 3월 대선 직후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공천권을 둘러싼 기싸움이 지금부터 시작됐다는 게 당 일각에서 나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선출된 이준석 대표의 임기가 2년 보장된 가운데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이 유지될 경우, 이 대표가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등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윤 후보 입장에선 대선에 승리하더라도 지선 공천 과정에서 이 대표와 논의를 해야만 한다
. 따라서 이 대표의 공천 영향력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신당 창당 또는 합당 등을 통해 전당대회를 개최할 것이라는 구상이 정계개편설의 내용이다. 윤 후보가 대선에 승리하면 더불어민주당에서 일부 이탈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김 전 대표가 지렛대 역할을 하면서 신당 창당을 한다는 시나리오다.
왼쪽부터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연합뉴스·윤창원 기자일단 새시대준비와 윤 후보 측 모두 정계 개편설을 '터무니 없는 소리'라며 부인하고 있다. 새시대준비위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아직 대선이 끝나지도 않은 마당에 무슨 정계 개편이냐"며 "우리는 정권 교체, 그것 하나를 위해 모인 조직"이라고 말했다. 선대위 관계자도 "
정치 공학적으로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막상 실현하는 건 또 다른 얘기"라며 "수십 가지의 가정을 넘어야 하는 시나리오라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내부에선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 한 당협위원장은 통화에서
"윤 후보가 사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강하고 경선 도중에다 당 해체 발언 등을 한 적이 있어서 의심하는 분위기"라며 "윤 후보의 성향상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닌 것 같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당내 한 의원은 "
이 대표도 결국 정계 개편으로 윤 후보가 자신을 쳐낼 것이라는 가정 하에 저렇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설이 있다"며 "정계 개편론 자체가 사실이든 아니든 불안감을 불식시킬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단 게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