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윤창원 기자조직화된 2030 남성들의 목소리가 청년 세대 표심을 과잉 대표한다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일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일부 '이남자(20대 남자)'의 목소리를 의식해 2030 여성은 물론 사회적 약자들을 소외시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페미방송"이라는 '이남자' 항의에 확정된 일정 번복…당내서도 "지나치다"
29일 민주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선대위는 최근 유튜브 채널 '씨리얼' 출연 결정을 일방적으로 보류했다. 앞서 '씨리얼'이 이 후보 측과 출연 일정을 조율한 후 이 소식을 SNS를 통해 알리자 디씨인사이드, 에펨코리아 등 2030 남성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선대위에 강하게 항의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커뮤니티 회원들은 "페미니즘 또는 비슷한 부류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선대위 소속 의원들에게 전화나 문자 메시지, SNS 댓글과 메시지 등을 통해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민주당 선대위 온라인소통단장인 김남국 의원이 "적극적으로 주신 여러 의견을 누락 없이 일정·기획 담당자에게 전달해 진지하게 논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고, 이후 이 후보의 '씨리얼' 출연은 잠정 중단됐다.
문제는 '씨리얼'이 이들의 주장과 달리 사회적 소수자 이슈를 주로 다뤄 온 채널이라는 점이다. 민주당 선대위 고위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씨리얼'이 어떤 채널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며 "지지자들의 항의 문자와 메시지가 쇄도하다보니 의례적으로 '알겠다', '알아들었다'고 답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일부 남성 지지층의 무분별한 '페미니즘 낙인'과 '여혐' 정서에 기반한 항의에 민주당 의원들이 지나치게 경도된 나머지, 실체 파악조차 미뤄둔 셈이다. 유튜브 채널 '씨리얼' 캡처펨코 일독 권유 이어 '남혐여혐 싫어 위원회'…갈등 편승 혹은 회피
더 큰 문제는 민주당과 선대위가 2030 일부 남성들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2030 여성은 물론 청년 세대의 다른 목소리를 소외시키는 이같은 행태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도
이 후보는 선대위 회의에서 여성혐오 내용이 담긴 에펨코리아 게시글에 대해 일독을 권유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후보는 "요즘 (남성) 청년은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와 경쟁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세대 내 성별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식의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주당 선대위가 여혐성 의견에 동조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국회사진취재단당내에서는 당시 상황과 관련해
"아들만 둔 부모와 딸도 둔 부모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후보는 20대 아들만 둘을 둔 아버지의 전형같다", "김남국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국민의힘 경선에서 홍준표 의원이 탈락하자 이 후보가 홍 의원을 지지했던 '이남자'들의 표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같은 흐름은
"4.7 재보궐 선거를 통해 2030 남녀 모두에서 지지층 이탈이 있었는데, 여성 표심보다 남성 표심이 상대적으로 얻기 쉽다는 계산이 이런 식으로 나타나게 된 것(민주당 수도권 의원)" 이라는 분석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조직화돼 있으며 현안마다 반응이 빠른, 동시에 확보가 쉬운 표심이 2030 일부 남성들이라고 민주당 선대위가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민주당과 이 후보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을 바탕으로 청년 세대의 요구와 갈등에 반응하는 대신 젠더 갈등에 편승하거나 문제해결을 회피하는 것을 조직적·전략적으로 선택하기도 했다. 민주당 청년선대위의 '남혐·여혐 싫어 위원회'가 대표적이다. 위원회 측은 젠더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이라 주장하지만, 여성혐오에 대한 문제제기를 남혐으로 인식하는 2030 일부 남성들의 인식을 그대로 빌려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섣불리 '이남자'한테 접근하지 말고, '이여자'도 건드리지 마라"는 취지의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의 보고서 내용도 이 연장선상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 연합뉴스논란의 핵심은 '신념 없는 매표 행위'와 연결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세대 손희정 젠더연구소 박사는 "저도 역차별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청년들을 만나면 그렇게 이야기합니다"라는 김남국 의원의 말을 전하면서
"신념을 지키면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표를 얻기 위해 '누군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앵무새처럼 읊는 정치인"의 행태가 현재 민주당의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