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경기지역에 사는 학생이면 누구나 태블릿을 보급 받는다. 다만 선택권 없이 사는 곳에 따라 삼성전자, 중소기업, 중국산 제품 중 하나를 받게 된다.
각 지역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인데,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불평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대기업·중소기업·중국기업…뒤죽박죽된 보급 사업
경기도교육청 전경. 경기도교육청 제공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도내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3학년 31만여 명에게 태블릿을 지급하는 '학교 스마트단말기 보급 사업'을 추진 중이다.
도교육청은 2021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1817억 9000만원을 확보, 올해말까지 태블릿을 구매해 내년 초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지역 사정, 학생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게 계약은 일선 교육지원청이 담당한다. 교육지원청은 수요조사를 통해 원하는 운영체계, 저장 용량, 해상도 등을 골라 업체를 선정한다.
문제는 각자 다른 기준으로 업체를 선정하다보니 최종 낙찰된 제품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일례로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은 저장장치 부분에서 '내장 128GB 이상'이라는 조건을 달아 나라장터로 입찰을 진행했다.
그 결과 국내 중소기업 A사의 태블릿,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중국기업 레노버의 태블릿 등 3개 제품이 맞붙었다.
하지만 A사의 제품은 64GB 외장 메모리를 달아 조건을 충족했다는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값싼 레노버 태블릿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고양교육지원청은 비교적 완화된 '내장 64GB 이상'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레노버보다 값싼 A사의 제품이 낙찰됐다.
용인교육지원청의 경우 해상도 2000×1200의 제품을 구매하기로 결정, 제품군이 다양하지 않은 A사는 입찰의 기회도 얻지 못했다. 결국 삼성전자 태블릿과 레노버 태블릿이 맞붙어 삼성전자가 입찰을 따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타 시도교육청은 일괄 구매해 학교에 스마트단말기를 보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 교육청은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교육지원청에 구매 업무를 맡겼다"고 설명했다.
문제 많은 중국 제품…어떻게 낙찰 됐나?
서울 성동구 무학초등학교 긴급돌봄교실에서 2학년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현재까지 진행된 입찰은 전부 A사, 삼성전자, 레노버의 삼파전이 되고 있다. 이중 레노버 제품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제품은 이전 세대의 CPU가 탑재된 모델로, 중국 현지에서는 이미 단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약에 따라 4~5년간 AS를 보장해야 하지만, 레노버코리아의 하자보수기간은 1년에 불과하다.
A사 관계자는 "중국 레노버 본사에서 전 세계 공통인 1년 보증기간을 한국 시장만 특별히 추가로 연장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제품에 문제가 생길 경우 AS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이 불편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레노버 제품이 낙찰된 이유는 레노버코리아로부터 제품을 받아 유통하는 업체가 국내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A사와 같은 배점으로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레노버 제품을 공급한다는 것은 국내 기업이 아닌 중국기업의 배만 불리는 일 밖에 되지 않는다"며 "국익을 위해서라도 향후 이뤄질 나머지 물량에 대한 입찰은 중소기업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생 자녀를 둔 김모(41·여)씨는 "중국 제품과 대기업 제품, 중소기업 제품 중에 선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국산 제품을 고르지 누가 중국 제품을 쓰고 싶겠냐"며 "지역 상황을 배려하기 위한 선택이 오히려 불평등을 낳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