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2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전북선대위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2일 저소득·저학력층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윤 후보는 최소한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책임을 언급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억압된 이들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감수성이 부족해 보이는 실언이 반복되며 정치적 공감능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윤 후보는 22일 전북대 학생들과 함께한 타운홀 미팅에서 "
극빈한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 지에 대한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은 자유의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들린다.
사진공동취재단
윤 후보는 진짜 의도는 이와 다른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사회에서 산출된 생산물이 시장을 통해 분배되지만, 상당한 정도의 세금을 걷어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그분들에 대한 교육과 경제의 기초를 만들어주는 것이 자유의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유를 위해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 모든 구성원들에게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끼니를 걱정해야 하고 사는 것이 힘들면 그런 것(자유)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나온 해명까지 종합해 윤 후보의 발언 의도를 보면,
지난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빵 먹을 자유' 발언과 취지가 유사하다. 당시 김 위원장은 중위소득 50% 이하의 계층까지 국가가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해 빈곤 제로를 만들겠다는 '보수판 기본소득'을 제시했다. 그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 먹을 수 없다면, 그 사람한테 무슨 자유가 있겠는가? 그 가능성을 높여야 자유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과 윤 후보의 발언에는 큰 차이가 있다.
김 위원장이 '빵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빗대서 빈곤이 자유를 짓누르는 상황을 얘기했다면, 윤 후보는 '빵이 없고 배운 게 없다면 자유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억압된 이들의 자발성과 주체성을 없애 버렸다. 해당 발언이 저소득과 저학력에 대한 차별로 읽히는 이유다.박종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김우영 대변인은 "국민을 빈부로 나누고, 학력으로 갈라 차별적으로 바라보는 윤 후보의 인식이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지적했고, 정의당 선대위 오현주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선거운동 이전에
부디 자당 후보의 인권과 차별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부터 점검하길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윤 후보의 진짜 의도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실언이 계속해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한 두번은 정치 초보의 실수로 여겨질 수 있지만, 반복될 경우 정치적 역량에 대한 의문까지 자아낼 수 있는 사안이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
여의도 문법은 어디다 가져다 놓아도 다 맞는 문장이 돼야 한다"며 "일생 동안 관료 생활만 했던 윤 후보가 아직 다양한 경험도, 정치 언어에 대한 훈련도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윤 후보가 누군가를 비하하기 위해 일부러 표현을 찾아 쓰지는 않았을 테지만, 오해를 살 만한 표현임은 분명하다"며 "
주변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을 계속해서 일깨워 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