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최근 IT업계에서 근로시간을 줄여 근로 여건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IT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노동의 '질적' 측면도 중요하다는 판단이 뒷받침된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개발자 부족 등 '인재난'이 심해지자, 근로 여건을 개선해 하나의 '인센티브'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32시간' 배민·'금요 조기 퇴근' 토스…근로시간 단축 움직임
23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전사 송년 행사를 통해 내년 1월부터 주 3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17년부터 일 7.5시간,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해 운영해왔다. 월요일은 오후 1시 출근, 오후 6시에 퇴근하는 방식이다. 화~금요일은 오전 9시 30분에 출근해서 오후 6시에 퇴근했다.
주 32시간제 근무가 시행되면서 우아한형제들 임직원들은 하루 근무시간이 30분~1시간씩 단축된다. 월요일의 경우 오후 1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한다. 화~금요일은 오후 5시 30분에 퇴근한다.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달부터 금요일 조기 퇴근제(얼리 프라이데이)를 정식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금요일 조기퇴근제는 앞서 4개월간의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쳤다. 이에 따라 토스 임직원들은 오후 2시 퇴근이 가능하다.
토스는 여기에 성탄절을 전후해 약 10일간 회사가 모두 쉬는 '겨울방학'도 정례화했다. 고객센터 등 일부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모든 팀원이 쉬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사내 메신저도 서로 답변을 요구하지 않는 휴식 상태로 전환한다.
카카오게임즈도 지난 4월부터 기존 '놀금(노는 금요일) 제도'를 월 1회에서 격주로 확대했다. 놀금 제도는 지난 2018년 7월부터 카카오게임즈가 도입한 제도로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전 직원이 함께 휴일을 즐기는 것을 말한다.
근로 시간 단축까진 아니지만 지나친 추가 근로를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4월 최대 근로 시간에 도달한 직원들의 사내 출입을 제한하는 게이트 오프 제도를 정식 도입했다. 월 최대 근로 시간에 도달한 엔씨 직원은 사옥 1층 출입구 '스피드 게이트'에서 출입증을 인식해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
네이버도 법정근로시간 최대치에 도달할 경우 시스템 접속을 제한하는 '셧다운'과 사옥 출입을 제한하는 '게이트오프' 도입을 노사 교섭 안건 중의 하나로 정하고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만족도·생산성 높이고, 인재 영입 '인센티브'로
IT기업들이 이렇듯 근로시간 단축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먼저 근로시간 단축이 직원들의 집중도와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재택근무를 진행하면서도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며 "회사가 강조하는 게 '책임'과 '몰입'인데 자율적인 환경과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워라밸이 하나의 시대정신이 된 만큼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감도 매우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토스 관계자는 "얼리 프라이데이를 해도 업무의 지장이 없을뿐더러 업무의 완성도가 높다는 것이 베타 테스트 기간을 거쳐 증명됐다"며 "구성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자는 취지로 정식 도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업계는 이러한 근로시간 단축이 인재 영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IT업계는 전례 없는 개발자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블록체인,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등 신기술이 등장하는데다가 금융·유통 등 전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히 급속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자 수요는 급증하는데, 개발자 공급은 한정돼있는 상황인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채용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조기 퇴근이나 금요 휴무 등에 대한 반응이 좋다고 하더라"며 "이같은 제도를 보고 지원하겠다고 하는 지원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 기업의 근로시간 단축엔 '임금 유지'가 전제되어있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고, 재원을 확보한 대기업이 아닌 이상 모두가 이러한 방식을 쫓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근로 환경 개선이나 유연한 노동시간 등은 좋은 변화"라면서도 "막 성장하려는 스타트업들은 대기업과 같은 환경을 제공하기 어렵다. 오히려 대기업과 중소규모 업체들의 격차가 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