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원이 행정사무감사 대상 기관의 여성 기관장에게 '성을 직무에 이용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인격권 침해'라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2020년 11월 5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 회의록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모 시의원은 행정사무감사 대상이었던 여성 정모씨를 대상으로 성적 비위 의혹을 제기했다.
김 시의원은 "겉으로 볼 때는 '정모 소장이 아주 나이도 어리고 청순한 여성이고 저렇게 예쁜 여자가 어떻게 이 험한 곳에서 근무를 하느냐, 너무 안타깝다' 이런 것을 100% 활용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자 정씨는 "나이와 외모, 성을 직위 및 직무유지에 이용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각으로 인격과 명예를 훼손했다"고 반발하면서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김 시의원은 인권위에 "2019년 (정씨가 소장으로 재직한) 모 상담소의 내부고발을 접한 뒤 2년간 파악하고 조사한 내용을 지적한 것"이라며 "이를 그대로 밝히기보다 인권보호와 배려의 차원에서 에둘러서 압축해 발언하다 보니 나온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진정인은 7년 넘게 상담소에 근무하면서 한 번도 행정사무감사를 받지 않았고, 각종 비위와 비리, 부정 내용과 특히 성적 비위 혐의에 직접 가담하거나 연루됐다"며 자신의 입장을 주장을 굽히지 않았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권위는 김 시의원이 정씨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서울시의회 의장에게 김 시의원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피진정인의 발언은 직무에 남녀의 구별을 둔 차별적 발언으로서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으로 보일 소지가 다분하고 성인지감수성 역시 부족한 표현"이라고 판단했다.
또 "진정인을 배려하는 취지라는 (김 시의원의) 주장은 진정인의 성적 비위를 유추하게끔 하는 또 다른 언동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어서 그 적절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 없이 성적 비위를 유추하게끔 하는 언사는 자제하고 경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설령 사실관계가 판명된 구체적 정황에 근거한 것이라 하더라도 당시 행정사무감사가 공개적으로 진행됐고 회의록도 영구보존물로서 공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표현방법에 있어 진정인의 인격을 최대한 존중하는 차원에서 발언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 시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씨의 인격을 침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시의원이 행정감사를 하지 않고 비리를 두고 봐야 하는가. 내 의정활동의 일부"라고 거듭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