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전 의원. 윤창원 기자수산업자를 사칭한 김모(43·구속)씨로부터 고급 렌터카 여러 대를 무상 제공받은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아왔던 김무성 전 국회의원이 일부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송치됐다.
16일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김 전 의원에 대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전 의원은 현직 의원 시절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 김씨로부터 수개월간 벤츠와 카니발, 제네시스 등 렌터카 3대를 무상 제공받은 의혹을 받아 왔다. 김 전 의원이 의원 시절 타고 다닌 차량은 이 3대가 전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결과 경찰은 국산차 1대에 대해서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렌터카의 경우 제공받은 시점부터 반납할 때까지를 합해 '1회'로 보는데, 이 액수가 100만 원을 초과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은 금품 수수 가액이 1회 100만 원 또는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면 처벌받는다.
또 다른 국산차는 대여료를 매달 납부했기 때문에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벤츠의 경우 차량을 보관하게 된 경위와 사용한 횟수 등을 고려했을 때 청탁금지법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김 전 의원은 해당 차량을 무상으로 받은 게 아니라 투자 금액을 회수하기 위한 담보 성격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경찰은 시민단체가 고발한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차량 3대 모두 참고인 진술과 자료 등을 종합해 제공 경위에 대해서는 파악했지만, 정치 활동과는 관련성이 없고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치자금법은 정치활동을 위해 금품을 받아야 한다. 정치활동은 권력 획득을 위한 투쟁, 권력 유지와 존속 등인데 이런 것과는 관련성이 없다고 봤다"며 "뇌물 관련해서는 직무관련성이랑 대가성이 있어야 하는데 자료와 진술 등을 종합해 봤을 때 혐의 인정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 전 의원의 자택이나 휴대전화 등에 대해선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지만, 계좌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또 김 전 의원의 친형 등 관련자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수감돼 있는 '가짜 수산업자' 김씨의 경우 과거와는 달리 경찰 조사에는 응했지만, 구체적인 진술은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가짜 수산업자' 김씨는 100억 원대 투자 사기 혐의로 구속된 채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김씨의 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중 김씨가 검찰·경찰·언론인·정치인 등에게 금품 살포를 해 온 정황을 포착하고 추가 수사를 이어왔다.
그 결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 이방현 부부장검사, 조선일보 이동훈 전 논설위원, 중앙일보 이가영 논설위원, TV조선 엄성섭 앵커·정모 기자 등이 김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검찰로 송치됐다. 수수 가액이 높지 않았던 배모 총경(전 포항남부경찰서장)은 불송치로,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은 불입건으로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