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미국 무대에 도전했던 양현종이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모습. 연합뉴스프로야구 KIA가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를 놓친 롯데의 전철을 피할 수 있을까.
KIA는 올 시즌 뒤 맷 윌리엄스 감독 및 조계현 단장, 이화원 대표이사까지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2017년 통합 우승과 이듬해 5위 이후 2019년 7위, 지난해 6위, 올해 9위 등 하위권에 그친 아쉬움을 씻기 위해 대대적으로 분위기를 쇄신했다.
키움 감독 출신 장정석 단장을 선임한 KIA는 '타이거즈맨' 김종국 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장 단장은 적극적인 전력 보강을 천명하며 김 신임 감독에 대한 선물을 예고했다.
올해 스토브 리그에서는 FA 외야수 최대어로 꼽히는 나성범(32)이 KIA로 갈 것이라는 소문이 기정사실화한 상황. KIA가 최원준의 군 입대 등으로 최약해진 외야진을 보강하기 위해 나성범을 적임자로 낙점해 6년 130억 원 이상의 실탄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나성범의 고향도 KIA의 연고지인 광주여서 언제든 발표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다.
이미 나성범의 원 소속 구단인 NC는 전력 유출을 대비해 두산 출신 FA 외야수 박건우를 영입했다. 6년 100억 원에 계약한 NC는 또 다른 두산 출신 FA 외야수 김재환과도 물밑 접촉 중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KIA 이적이 유력한 NC 출신 FA 외야수 나성범. 연합뉴스
나성범과 KIA 사이의 훈풍과 달리 호랑이 군단 에이스 양현종(33)의 계약 소식은 찬바람이 분다. 미국 도전을 마치고 KIA 복귀의 뜻을 밝힌 양현종이지만 포커스가 나성범에만 맞춰진 상황에 자존심이 살짝 상한 모양새다.
자칫 KIA가 롯데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롯데는 2017시즌 뒤 구단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국가대표 포수 FA 강민호에게 살짝 신경을 덜 쓴 사이 다른 구단에 뺏기고 말았다. 발 빠르게 움직인 삼성에 강민호를 내줘야 했다.
당시 롯데는 강민호에 손아섭까지 집안 FA 대어들과 동시에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만 강민호는 FA 재취득이었고 손아섭은 첫 FA 자격이어서 온도 차가 다소 달랐다. 4년 75억 원의 1차 FA 계약을 맺은 강민호는 당연히 롯데에 남을 것이라는 계산이었고, 선수 본인도 잔류 의지가 강했다. 반면 손아섭의 경우 다른 구단의 러브콜이 있던 터라 롯데는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롯데는 손아섭과 4년 98억 원에 계약했지만 그 사이 강민호를 놓쳤다. 두산 출신 외야수 민병헌을 부랴부랴 4년 80억 원에 영입했지만 주전 포수를 잃었다. 강민호도 민병헌과 같은 4년 80억 원에 삼성과 사인했다. 이후 4년 동안 롯데는 포수난에 시달리며 고전해야 했다.
물론 KIA와 당시 롯데의 상황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그러나 KIA 역시 양현종과 계약이 틀어진다면 당시 롯데처럼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을 게 뻔하다. 더군다나 KIA는 토종 에이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때문에 KIA도 나성범에 앞서 양현종과 계약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팀 에이스에 대한 예우를 한 뒤 외부 FA 영입이 이어지면 모양새도 훈훈하다.
KIA와 양현종 측은 내년 시즌을 같이 한다는 데는 뜻이 같지만 세부 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상황. 과연 KIA가 호랑이 에이스와 함께 나성범까지 내년 시즌 부활의 발판을 마련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