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박종민 기자'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신규 확진자는 8천 명에 육박하며 1주일 만에 최다치를 경신했다.
'위드(with) 코로나' 체제의 최우선 방역지표인 위중증 환자도 900명대 중후반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당초 신규 환자가 정점을 찍는 이번 주 중반 방역상황을 지켜본 뒤 추가 방역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던
정부는 결국 사적모임 제재 강화 및 영업시간 제한 등 종전의 '사회적 거리두기' 카드를 다시 꺼내기로 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본부장 정은경)는
15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850명 늘어 총 53만 6495명이 확진됐다고 밝혔다.
5천 명대 중후반에 머물렀던 전날(5567명)보다 무려 2283명이 폭증한 수치다.
앞서 진단검사량 감소에 따른
'주말 효과'로 지난 13일(5817명)과 14일(5567명), 5천 명대까지 떨어졌던 하루 확진자는 지난 10일(7021명·당초 7022명 발표에서 정정) 이후 닷새 만에 다시 7천 명대로 올라섰다. 신규 환자는 통상 평일 검사량이 회복되는 수요일 또는 목요일쯤 주간 최고치를 나타내는 경향을 보여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상 처음으로 7천 명을 넘기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지난주 수요일(8일·7174명)과 비교했을 때도 676명이 더 많다. 전날 하루 동안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은 의심환자는 총 7만 3938명으로 파악됐다. 전국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는 19만 3512건의 진단검사가 이뤄졌고, 3천 명에 가까운 인원(2904명)이 양성으로 확인됐다. 총 검사건수는 26만 7450건으로 당일 기준 양성률은 2.7%다.
기존 확진자와 접촉한 의심환자뿐 아니라 임의롭게 검사를 받는 시민들 중에도 확진자가 다수 나오면서 검사 대비 확진비율은 2~3% 내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파경로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지역사회의 '숨은 감염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위중증 또 최다·'1천 명' 목전…수도권 병상 대기자 1145명
서울시립서북병원 주차장에 위중증 환자 급증에 대비해 설치된 이동형 음압 병실. 이한형 기자인공호흡기 또는 고유량(high flow) 산소요법,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 지속적신대체요법(CRRT) 등의 치료를 받는
위중증 환자는 하루 새 58명이 급증해 총 964명으로 집계됐다.
900명을 돌파하며 최다치를 경신한 전날(906명)에 이어 이틀째 최고기록이다.
60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 확진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으로 급격히 높아지면서, 위중증 환자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왔다.
일상회복 1단계 시행 한 달 만인 이달 1일, 700명대(723명)로 진입한 중증환자는 1주일 만인 8일 800명을 넘겼고(840명), 엿새 만인 전날 900명대에 들어섰다. 지금의 증가속도라면
하루 이틀 내로 '1천 명' 선도 깨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1천 명을 넘을 경우, 의료체계에 직격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박향 방역총괄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중환자 수가 1천 명 이상 나온다면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더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일반 진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환자가 중증병상으로 오지 못하고 중등증 병상에 머무르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병상 대란'에 현장 의료인력의 피로 누적까지 겹쳐지면서 의료체계는 이미 붕괴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날 기준 위중증 환자의 84.96%(819명)는 사망으로 직결될 위험이 높은 60세 이상 고령층으로 파악됐다. 60대가 292명(30.29%), 70대 345명(35.79%), 80세 이상 182명(18.88%) 등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100명에 근접한 사망자(94명)가 나온 전날에 이어 이날도 70명이나 되는 사망환자가 추가됐다.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숨진 사망자는 누적 4456명으로 집계됐다. '위드 코로나' 초기만 해도 0.8%가 채 안 됐던 치명률은 0.83%까지 상승했다.
확진자가 대거 밀집된 수도권은 의료대응역량을 초과한 발생이 이어지면서 임계점을 넘어선 상황이다.
중수본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 수도권 소재 중환자 전담병상 총 837개 중 723개가 사용돼 가동률은 86.38%에 달한다. 잔여병상은 114개뿐이지만, 이마저도 환자의 입원기간, 병상 교체기간, 투입가능 인력 등을 감안하면 전부를 실(實) 가용병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서울은 중환자병상 371개 중 331개가 쓰여 89.22%, 85병상 중 11병상만이 남은 인천은 87.06% 등 90%에 육박하는 병상 가동률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 지역은 83.46%(381병상 중 318병상 사용)로 상대적으로 약간의 여유가 있지만, 거의 '포화 상태'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수도권 환자가 이송되고 있는 인접권역의 병상도 빠르게 줄고 있다.
대전은 중환자병상 28개가 꽉 찼고, 세종(6병상 중 4병상 사용)·충북(32병상 중 30병상 사용) 등은 겨우 2병상만이 비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지역은 43병상 중 입원환자를 새로 받을 수 있는 병상이 8개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도 중증환자 병상은 80%를 웃도는 가동률(81.36%)을 기록하고 있다. 총 1298병상 중 1056병상이 사용되고 있는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도권에서는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상으로 즉시 옮겨지지 못하고 자택 등에서 대기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하루 이상 의료기관 입원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는 728명,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대기 중인 확진자는 417명이다. 1천 명이 훌쩍 넘는 환자(1145명)가 즉각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비수도권 지역은 하루 이상 병상 배정을 기다리는 환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도권 발생만 6천 명 육박…오미크론 감염 9명↑·누적 128명 확진
지난 9일 서울역광장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박종민 기자신규 확진의 전파경로는
국내 발생이 7828명, 해외유입이 22명으로 나타났다.
국내 지역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 3157명 △부산 343명 △대구 177명 △인천 475명 △광주 59명 △대전 164명 △울산 59명 △세종 26명 △경기 2296명 △강원 160명 △충북 105명 △충남 209명 △전북 120명 △전남 59명 △경북 193명 △경남 194명 △제주 32명 등이다.
서울에서만 3천 명이 넘는 인원이 무더기로 확진된 가운데 수도권에서는 6천 명에 가까운 환자(5928명)가 쏟아져 나왔다.
전체 대비 75.73%로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이다.
비수도권 지역은 1900명이 새롭게 확진돼 전체 24.27%의 비율을 나타냈다.
해외유입 사례(22명)는 입국 당시 검역을 통해 4명이 확진됐고, 입국 이후 지자체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인원이 18명으로 확인됐다.
유입 추정국가는 중국 1명, △러시아 1명 △베트남 2명 △일본 2명 △싱가포르 1명 △태국 1명 △아랍에미리트 1명 △이스라엘 1명 등 중국 외 아시아 지역이 9명, △영국 1명 △스페인 1명 △그리스 1명 △이탈리아 1명 등 유럽 지역이 4명, 미국 7명, 나미비아 1명 등으로 조사됐다. 국적별로 내국인이 13명, 외국인이 9명이다.
신종 변이인
'오미크론'은 'n차 감염'을 통해 확산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날 0시 기준으로 국내 감염 확정사례는
지역발생 4명, 해외유입 5명 등 9명이 늘어 누적 확진자는 128명(해외유입 33명·국내감염 95명)으로 집계됐다.
해외유입 사례는 나이지리아발(發) 환자가 3명, 영국과 미국에서 입국한 확진자가 각각 1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감염 사례는 국내 최초 확진자가 나온 인천 미추홀구 교회 또는 최근 전남·서울 등까지 확산이 이어지고 있는 전북 유학생 관련 사례로 추정된다.
정부는 고령층에 대한 집중적인 '3차 접종'(추가접종) 및 10대 청소년에 대한 기본접종률 제고에 승부수를 걸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전날 백신 1차 접종을 받은 인원은 5만 4184명으로 누적 접종자는 4310만 4019명이다. 전체 대비 83.9%로 만 18세 이상 성인 기준으로 보면 94.2%(60세 이상 기준 93.7%)다.
2차 접종을 받은 국민은 4만 3060명이 늘어 총 4180만 7882명이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완료했다. 전체 81.4%로 성인 인구의 92.3%(60세 이상 기준 92.6%) 수준이다.
'3차 접종'에 해당하는 부스터샷(효과 보강을 위한 추가접종)을 맞은 대상자는 78만 7801명이 증가했다.
지금까지 추가접종을 받은 60세 이상 고령층, 요양병원·시설의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 면역저하자 등은 총 793만 7480명이다.
전체 인구의 15.5%로 성인 기준 18%(60세 이상 기준 42.1%)로 나타났다.
金총리 "더 강력한 거리두기 강화조치…손실보상 방안 마련할 것"
김부겸 국무총리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연일 거세지는 확산세에도 예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회귀할 수는 없다며 마지막까지 방역 강화를 미뤘던 정부는
결국 사적모임 인원 축소 등 추가방역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현 상황을 매우 엄중하고 보고, 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조치를 시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가적인 사적모임 규모 축소와 영업시간 제한까지도 포함하는 대책을 검토 중이며, 이른 시일 내에 확정·발표하겠다"며 일상회복을 사실상 잠시 중단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일 사적모임 규모를 수도권 6인·비수도권 8인 등으로 줄이고 '방역 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식당·카페 등으로 전면 확대하는 '특별방역대책'(지난 6일부터 시행)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동과 모임이 잦은 연말연시에 '하루 확진 7천 명'까지 치솟은 확산세를 누그러뜨리기엔 실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수도권의 사적모임 가능인원을 4명으로 줄이고, 별도의 영업제한을 받고 있지 않은 식당·카페 등 다중시설의 영업시간을 자정(밤 12시)이나 밤 10시 등으로 단축하는 대책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종전 '거리두기 4단계'와 같이 저녁 6시 이후 사적모임을 2명으로 줄이는 등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확정안은 오는 17일 중대본 회의를 거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김 총리는
"대책이 시행된다면 또다시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분들을 위해 적절한 손실보상 방안도 함께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또 이번 유행의 최대 분수령이 될 연말까지 정부는 '병상 확보'와 '백신 접종'에 방역의 우선순위를 두겠다"며 "의료진의 소진을 막고 국민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병상을 확충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말까지 중등증 이상 병상 5800개를 추가 확보하겠다. 이를 위해 병원 전체를 코로나19 병상으로 전환하는 거점전담병원을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확대하고, 고령의 병상대기자를 줄이기 위해 감염병전담 요양병원도 6곳을 추가로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내년 2월부터 방역패스 적용이 예정된 청소년들의 접종과 관련해서는
"다행히 오늘 기준 12~15세의 1차 접종 예약율이 56%까지 올라갔다"며
"사전예약 없는 당일 접종 허용, 학교 방문 접종, 접종 의료기관 연계 등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편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다시 위기와 어려움이 닥쳤다. 하지만 우리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냈고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키워냈다"며 "국민 한분 한분이 힘을 모아주신다면 이번 고비를 충분히 이겨내고, 일상회복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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