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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손수호]청주 투신 여중생 사건, 판결문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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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광일 기자 (김현정 앵커 대신 진행)
■ 대담 : 손수호 (법무법인 지혁 대표변호사)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 봅니다. 탐정 손수호.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 보는 시간 탐정 손수호. 오늘도 손수호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 손수호> 안녕하세요. 
 
◇ 김광일> 오늘 다룰 사건 뭐죠? 
 
◆ 손수호> 지난주 금요일 1심 판결이 선고됐습니다. 청주에서 성범죄 피해자인 여중생 2명이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 김광일> 기억이 납니다. 너무 슬픈 사건이었어요. 
 
◆ 손수호> 지난 5월 12일이었죠.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화단에 중학교 2학년 A양과 B양이 쓰러져 있던 것을 행인이 발견해서 경찰에 신고했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안타깝게도 숨졌습니다. 22층 옥상에서 함께 뛰어내린 것이었는데요. 현장에서 유서도 발견됐습니다. 
 
◇ 김광일> 유서가 나왔었죠. 청주 오창에 있었던 사건이었던 것 같은데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이 나왔었던 걸까요? 
 
◆ 손수호> 이 둘은 친한 친구였어요. 그런데 성범죄 피해자로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B양이 친구 A양 집에 놀러갔다가 A양의 의붓아버지 C로부터 성범죄를 당했습니다. B양의 부모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C를 고소했는데,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A양 역시 계부로부터 성범죄를 당한 정황이 드러난 거죠.
 
◇ 김광일> 그래서 그때 수사도 하고 재판까지 진행이 된 거고 그래서 의붓아버지가 1심 유죄판결이 나온 거죠. 
 
◆ 손수호> 그렇습니다. 2월에 수사가 시작됐고, 6월에 구속기소 돼서 재판을 받았습니다. 검사가 무기징역 구형했지만, 지난주 금요일 합산 징역 20년이 선고됐죠.

유서 읽으며 눈물 흘리는 청주 여중생 유족 유서 읽으며 눈물 흘리는 청주 여중생 유족  
◇ 김광일> 제가 기억한 게 그때 청와대 국민청원이 엄청나게 쏟아졌던 것 같아요. 그 의붓아버지를 엄벌을 해 달라. 여기에 20만 명이 넘게 동의를 했고 청와대도 입장을 밝혔었던 것 같은데. 
 
◆ 손수호> 그렇습니다. "삶을 채 피워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고인에 대한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재판 과정을 통해 응당한 처벌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는데요. 사법부의 영역이기 때문에 원론적인 언급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 김광일> 그런데 그 당시에 의붓아버지의 범죄 사실은 뭘로 드러났나요?
 
◆ 손수호> 피고인인 의붓아버지가 바로 어제 판결문을 받았어요. 그리고 바로 항소했거든요. 억울하다는 입장이에요. 그런데 아직 유죄 판결이 확정된 건 아니거든요. 따라서 오늘은 이번에 나온 1심 판결문에 기초해서 말씀을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 김광일> 네. 판결문 내용으로 말씀해 주시죠. 
 
◆ 손수호> 피해자가 2명인데요. 먼저 피고인은 중학교 2학년인 의붓딸의 친구를 강간했고, 그로 인하여 처녀막파열상과 방광염 등 상해를 입혔습니다. 강간상해죠. 그리고 의붓딸에 대해서도, 2013년 대여섯 살 때 가슴과 성기를 만지고, 2020년 배과 가슴을 만지고, 집에서 팔과 다리를 밧줄로 묶고 유사 성행위를 하고, 또 네 차례에 걸쳐서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신 정서적 학대 혐의를 받았습니다. 
 
◇ 김광일> 그러니까 의붓아버지가 친딸은 유사성행위, 그리고 그 친딸의 친구는 성폭행을 했던 사건이라는 게 판결문에 적시된 얘기죠? 
 
◆ 손수호> 검찰은 의붓딸에 대해서도 강간, 그러니까 성폭행으로 기소했어요. 하지만 재판을 통해서 그 부분은 인정되지 않고 대신 유사 성행위로 인정된 겁니다. 
 
◇ 김광일> 판결문 내용이 그렇다는 거군요. 기억하기로 그때 경찰, 검찰 수사기관에 대한 비판여론이 상당했던 것 같은데. 
 
◆ 손수호> 그렇습니다. 사실 1심 판결에 따르면, 의붓아버지가 자기 딸과 딸 친구한테 성범죄를 저지른 거잖아요. 하지만 초기에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서 3월에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 단계에서 반려됐습니다. 
 
◇ 김광일> 영장이. 
 
◆ 손수호> 네. 그리고 이후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역시 반려됐고요. 이후 학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거죠. 
 
◇ 김광일> 경찰이 신청한 영장이 법원으로 가기도 전에 그 사이에 검찰이 반려를 했다는 거군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사실 검찰이 반려한 게 잘못이고,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못 했으니까 검찰이 반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있었죠. 많은 언론이 이미 검찰과 경찰에 대해 강하게 지적했죠. 
 
◇ 김광일> 그런데 왜 반려를 했던 겁니까? 그때는. 
 
◆ 손수호> 심지어 아이들이 사망한 직후에도 세 번째 반려가 있었어요. 당시 검찰은, 피해자와 주변인의 진술이 일부 엇갈리고 일관성과 신빙성이 다소 모라자기 때문에 그 부분을 좀 더 살펴보라는 취지로 보완 수사를 요구했어요.
 
◇ 김광일> 보완수사를 요구하면서 반려를 했던 거군요. 
 
◆ 손수호> 네. 
 
◇ 김광일> 그때 여러 피해자 관련 단체들이 이 수사 잘못된 거라고 크게 반발했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단순 자살이 아니라 현행 법제도가 부른 사회적 타살이라고 지적했죠. 당시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재수사를 지휘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됐고, 또 영장이 발부되지 않더라도 긴급조치 등을 통해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지원했다면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있었죠.
 
◇ 김광일> 그러니까 피해자를 분리 조치하고 지원했더라면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얘기는, 피해자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건가요? 그때. 
 
◆ 손수호> 그 부분이 뼈아파요. 사실 딸이 같은 집에 살던 아빠를 성범죄로 신고한 건데, 그럼에도 분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 5월 친구의 계부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청주 여중생 A양의 유서. (사진=연합뉴스)지난 5월 친구의 계부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청주 여중생 A양의 유서. (사진=연합뉴스) 
◇ 김광일> 분리는 그렇고, 다시 넘어와서 수사 얘기를 좀 하면 수사 자체도 부실했던 정황이 있었던 걸까요?
 
◆ 손수호> 피고인은 1명이지만 피해자는 2명이잖아요. 그래서 2명에 대한 범죄를 나눠서 봐야 되는데요, 여기서 복잡해진 부분이 있어요. 우선 경찰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친구 B양을 대상으로 한 혐의 입증은 이미 가능했다. 다만 의붓딸 A양 관련해서는 보완할 부분이 있었다. 즉 구속영장 반려는 의붓딸 A 관련된 부분이지 친구 B와는 관련 없다. 그러니까 의붓딸 관련해서는 사실 혐의 입증이 간단치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 김광일> B양에 대한 수사는 잘 진행됐지만, A양 그러니까 딸에 대한 수사는 조금 애매했다는 거군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광일> 그럼 당시 수사가 부실했던 건지 아니면 다른 복잡한 사정이 있었던 건지, 이건 판결문을 통해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지난 금요일에 1심 판결이 나왔는데, 피고인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계속해서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함께 술 마신 거 외에는 전부 다 무죄라는 건데요. 애초에 그런 일 자체가 없었다는 거죠. 
 
◇ 김광일> 판결이 나왔는데도?
 
◆ 손수호> 네, 아직 이게 1심 판결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되겠고요. 무죄추정의 원칙은 모든 피고인에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이후 최종적인 판단은 판사가 하는 거죠. 지금 상황에서 피해자를 기준으로 나눠서 살펴보죠. 먼저 친구 B양에 대한 범죄는 증거가 상당히 많아 보여요. 올해 1월 16일에 두 친구가 A양의 집에서 놀다가 노래방, 공원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맥주를 마셨습니다. 그리고 계부까지 셋이 함께 소주, 양주 섞어 마시고 취해 잠들었어요. 이어진 17일 새벽에 계부가 B의 옷의 벗기고 다리를 억지로 벌리고 또 여러 가지 행위를 통해서 성폭행했다고 진술했는데, B의 진술의 일관성이 인정된 겁니다. 게다가 그 새벽에 친한 친구에게 B양이 여러 통의 메시지를 보냈거든요. 지금 화면에 나가고 있습니다.
 
◇ 김광일> 당시 상황을 직접 보낸 문자메시지가 있군요. 
 
◆ 손수호> 이런 내용도 판결문에 다 담겨있어요.
 
◇ 김광일> 그러면 그 의붓아버지, 피고인은 뭐라고 반박했어요?
 
◆ 손수호> 그런 일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어요. 여러 가지 근거를 들었는데요. 첫 번째는 발기부전이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평소에도 약을 먹고 성관계를 했기 때문에 무죄 증거가 아니라고 봤고요. 두 번째, 내가 강간했다면 피해자 성기에 열상 즉 찢어진 상처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게다가 피고인은 성기 확대수술을 받은 상태였거든요. 그러나 법원은 요즘 학생들은 체구가 크기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이 아닌 이상 열상이 생기는 일이 드물다고 봤습니다. 
 
◇ 김광일> 이 주장도 법원에서 기각이 된 거군요. 
 
◆ 손수호> 그리고 세 번째, 그날 점심에도 밥을 셋이서 먹었고 그 후 두 친구가 산책까지 하고 집에 갔어요. 하지만 법원은 B양이 친한 친구 A가 충격 받을까 봐 내색하지 않고 평소처럼 행동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결국 수사단계에서도 친구 B양에 대한 범죄 부분은 증거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었던 거죠.


◇ 김광일> 그러니까 친구에 대한 증거는 어느 정도 명확했다. 그런데 의붓딸 A양에 대한 부분은 좀 애매했다는 거군요. 
 
◆ 손수호> 그게 참 혼란스러워요. 왜냐면 제가 애초에 경찰, 검찰, 학교 등의 대응이 아쉽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시작한 주제인데, 판결문을 보면 볼수록 수사 단계에서 경찰, 검찰의 대응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김광일> 이해가 될 만한 부분들이 있다는 얘기인가요?
 
◆ 손수호> 물론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기는 했어요. 그렇게 확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죠. 하지만 수사와 재판은 다르거든요. 판결은 양쪽 주장을 충분히 다 듣고 증거를 직접 확인하고 이야기 들으면서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거지만, 수사는 재판이 열리기 한참 전 단계잖아요. 따라서 이번 1심 재판 결과를 들어서 지금 시점에서 무조건 수사기관을 비난만 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 않겠느냐는 거죠.
 
◇ 김광일> 결과적으로 아쉽지만 그때는 이해할 부분도 있는 거 아니냐, 이런 말씀. 
 
◆ 손수호> 그럼에도 이런 부분은 아쉽습니다. 의붓딸 부분이 애매했다면 친구 부분만으로도 먼저 구속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다 보니 오늘 경찰, 검찰 편들어 준다는 오해 살까 봐 걱정되기도 합니다. 
 
◇ 김광일> 그럼 의붓딸, 그러니까 A양에 대한 판결문 내용도 좀 살펴볼까요? 
 
◆ 손수호> 우선 증거는 의붓딸의 진술이었고요. 그 진술의 신빙성 여부가 계부의 유무죄를 가르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피고인인 계부는 물론이고 A양의 친모 역시 매우 강하게 일관되게 우리 남편은 그런 일 한 적 없다고 했습니다. 
 
◇ 김광일> 하지만 이런 사건에서는 어쨌든 친모는 딸을 지키기 위해서 이렇게 보호하는 진술을 하는 경우들이 많잖아요. 
 
◆ 손수호> 그렇죠. 그런데 친모는 특히 딸에 대해 이런 말도 있습니다. "얘는 조금 전에 있었던 일도 기억을 못 한다." 
 
◇ 김광일> 그냥 기억력이 안 좋을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 손수호> 그런데 실제로 검사해 보니까 지능 지수가 92가 나왔습니다. 
 
◇ 김광일> 경계선에 있는 거군요. 
 
◆ 손수호> 하지만 법원은 A양이 우울증상을 호소하면서도 이 정도라면 잠재능력에 문제가 없고, 의식수준이 명료하고 조리 있게 말했다는 의사의 증언도 있었기 때문에, 인지기능에 문제가 없으므로 진술을 믿을 수 있다고 본 거죠.


◇ 김광일> 이것도 그러면 피고인 주장이 기각됐다고 볼 수가 있겠군요. 또 다른 증거가 있습니까? 
 
◆ 손수호> 그리고 이번에 인정된 범행 중 하나가 대여섯 살 때 가슴을 만졌다는 거였는데, 이거 너무 예전 이야기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고요. 또 유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 김광일> 유서 안에 있는 건, 제가 기억하기로 잘못된 사람을 벌을 받아야 된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 손수호> 그건 A양의 유서가 아니라 친구 B양의 유서입니다. 
 
◇ 김광일> 그래요?
 
◆ 손수호> 의붓딸 A양의 유서에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 "나는 계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하지 않았다. 계부는 무죄다."
 
◇ 김광일> 혼란스럽네요. 
 
◆ 손수호> 또 경찰 조사 때 진술도 문제됐는데요.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저는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침대에 누워있었습니다. 양팔이 밧줄로 기둥에 묶여 있었고, 아빠가 파스를 눈에 붙였습니다. 파스 냄새가 났습니다. 어떻게 해서 파스를 떼어냈는데 꿈속에서 크림 같은 것을 생식기에 짜놓고 성폭행을 했습니다. 어떻게 해서 일어나 앉았는데 바닥에 밧줄과 파스가 있었습니다. 완전히 일어나 보니 밧줄과 파스는 없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피고인은, 묶인 상태에서 어떻게 파스를 떼어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고, 당시 집에 있던 파스는 냄새가 안 나는 파스였다는 점을 근거로, 이건 꿈이었을 뿐 실제 성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했어요. 또 A양은 그 전에도 의사에게 꿈인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경찰조사에서는 꿈이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했고, 4월 해바라기센터에서도 성폭행당한 게 아니라고 말했어요. 
 
◇ 김광일> 그게 피고인 의붓아버지의 주장인 거고, 법원은 다르게 본 거죠. 
 
◆ 손수호> 그렇습니다. 법원은 이렇게 본 거죠. 당시 남자친구, 계부, A양 셋이 술 마시고 취해서 잠들었기 때문에 기억이 완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조금 전 말씀드린 꿈 이야기는 믿기 힘들지만, 그 외 다른 진술들은 상당히 자세하고 구체적이고 자발적이었으므로 믿을 수 있다. 또 엄마가 걱정할까 봐 계부를 보호하기 위해서 꿈이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어요. 그리고 한편 꿈에서 파스 냄새를 맡았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일반적으로 꿈에서 후각을 느끼지 못하고, 꿈에서 후각을 느끼는 건 조현병 증상이라고 합니다. 
 
◇ 김광일> 애초에 정신병력이 있던 건가요? 
 
◆ 손수호> 그건 아닙니다. A양에게는 조현병 증상이 없었다고 본 거죠.
 
◇ 김광일> 없었군요.
 
◆ 손수호> 그리고 예상과 달리 이런 배경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친부가 사망한 다음 친모로부터는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끼지 못했어요. 오히려 자신을 친구처럼 대하고 정서적인 소통이 가능한 계부에게 심리적으로 의존하고 강한 애착관계를 형성했습니다. 계부와 사이가 안 좋았던 게 아니라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러다 보니까 내가 신고해서 계부가 잘못될 수 있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이별의 공포를 느껴서 결국 범죄 피해 사실을 번복한 거다. 결국법원은 이런 부분이 A양이 피고인에게 보인 동조행동이었다고 본 거죠.
 
◇ 김광일> 약간 스톡홀름증후군 같은 그런 느낌인 것 같은데, 애초부터 단순한 사건이 아니었던 거군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물론 1심 판결이 현재까지 내려진 유일한 사법 판단이에요. 판결문을 보면 오늘 시간 관계상 소개하지 못한 중요사안과 쟁점이 많아요. 그리고 법원이 아이들의 진술을 믿게 만든 정황도 다양하게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 수사 단계에서 그걸 다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았겠느냐. 그래서 모두가 수사기관을 비난하지만, 의붓딸의 당시 상황과 진술을 보면 초기 수사 당시 그 진술의 신빙성을 꼼꼼히 따져봤다고 해서 비난하는 건 어렵지 않겠냐는 생각도 들어요.
 
오늘 이 사건 대단히 민감하고 두렵습니다. 이제 피고인이 항소했으니 2심 판결 그리고 이어서 대법원 판결까지 나올 텐데요. 그때 다시 한 번 더 깊게 들여다봐야 할 것 같고요. 그럼에도 제대로 된 분리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등은 문제로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 김광일> 여기까지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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