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청와대 제공연말 특별사면 시즌이 다가오면서 이명박, 박근혜 전직 대통령의 사면 여부가 수면 위에 올랐지만 청와대는 곧바로 "논의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물론 여권 전반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 선거날인 3월 9일 이전에 사면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대선 한 복판에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문 대통령의 입장과 맞물려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국민 정서 및 정치 지형과 연관된 문제로 향후 대선 정국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경선이 끝나고 본격적인 양강 구도의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사면은 두 진영 모두에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성향상 민감한 정치판에 이같은 모험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청와대 안팎에 지배적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끝까지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 하고, 이를 참모들에게도 강조하고 있다"며 "사면이라는 모험을 하기에는 대선이 너무 가까이 다가왔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후보 측에서도 대선 기간의 정치적 사면권 행사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가 주도해서 끌고 가지 않는 이상 사면 이슈는 선거 캠패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내부의 대체적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사면에 대해 국민 여론도 대체로 부정적인 것도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다.
지난 11월 5일 한국갤럽이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반대한다는 여론이 사면에 찬성한다는 응답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사면 찬성 여론이 50~60대 이상부터 높아지고 있는 반면에 젊은 층에서는 오히려 사면을 반대하는 여론이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젊은 층들의 거부감이 여전히 높고, 특별한 계기가 없는 상황에서 명분없는 사면권 행사는 국민의 반발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황진환 기자마지막으로 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일상회복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사면 이슈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는 것도 사면 회의론의 이유 중 하나다.
국정과제를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오미크론 발생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방역 지휘봉을 잡으며 실시간 보고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차기 정부에 부담을 넘기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대선이 끝난 뒤에 인수위 기간에 사면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3월 9일 대통령 선거 이후에 사면권 논의는 다시 수면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