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EUV 中반입에 제동…삼성은 美공장에 EUV 구축[인더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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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Industry)을 읽다(讀)]⑨미국이 EUV의 中반입 막는 이유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으로 그 사이에 낀 우리 기업은 난감한 처지입니다. SK하이닉스 외에도 중국에 첨단 생산 시설을 두고 있는 한국 기업은 여러 곳입니다. 반도체를 넘어 미국과 중국의 테크 전쟁이 길어질 경우 우리 기업이 애꿎은 희생양이 될 수도 있습니다.

큰 박스 모양의 EUV 스캐너 모습. ASML 제공큰 박스 모양의 EUV 스캐너 모습. ASML 제공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에 반도체 초미세공정 핵심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배치하려는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첨단기술로서 민감하고 국가안보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미국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미국에 파운드리 제2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조만간 부지를 확정해 발표합니다. 삼성전자는 EUV 라인을 구축해 차세대 초미세 공정인 3나노미터(㎚)의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업을 읽는 인더독 시리즈, 이번에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그 중심으로 떠오른 EUV의 정체를 알아볼까 합니다.

EUV 공정은 반도체 생산성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마법의 도구'

반도체 제조는 수율(收率)과의 싸움입니다. 지름 12인치(300mm) 크기의 실리콘 기반 원판인 웨이퍼(wafer) 하나에서 결함이 없는 양품(良品)을 얼마나 많이 생산해내느냐에 따라 원가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수율은 애초 설계된 최대 칩의 개수 대비 실제 생산된 정상 칩의 개수를 백분율로 나타낸 수치입니다. 쉽게 말해 불량률의 반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수율을 높이려면 웨이퍼의 가장자리 부분에 있는 반도체 칩까지 정상 제품으로 양산할 수 있는 공정 능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반도체 칩을 생산할 때 웨이퍼는 감광물질로 코팅이 되고, 스캐너라고 하는 포토공정 설비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설비 안에서 회로 패턴을 새겨 넣기 위해 레이저 광원을 웨이퍼에 투사하는 노광(photolithography) 작업을 진행합니다.

이렇게 해서 반도체 칩 안에 현미경으로 봐야 보일 정도로 작고 미세한 회로소자 수십억개를 형성하게 됩니다. 극자외선(EUV) 공정은 이런 노광 단계를 극자외선 파장을 가진 광원을 활용해 진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반도체 칩 제조 분야에선 웨이퍼 위에 극도로 미세한 회로를 새겨 넣는 것이 필수입니다. 그래야만 트랜지스터와 콘덴서 등 소자들을 지름 300mm의 제한된 웨이퍼 공간에 더 많이 집적하고, 성능과 전력효율 또한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UV 공정은 기존 불화아르곤(ArF)의 광원보다 파장의 길이가 짧아 반도체에 미세회로 패턴을 구현할 때 유리하고 성능과 생산성도 높일 수 있는 최첨단 공정이다. 삼성전자 제공EUV 공정은 기존 불화아르곤(ArF)의 광원보다 파장의 길이가 짧아 반도체에 미세회로 패턴을 구현할 때 유리하고 성능과 생산성도 높일 수 있는 최첨단 공정이다. 삼성전자 제공EUV 광원은 기존 공정에 적용 중인 불화아르곤(ArF) 광원보다 파장이 훨씬 짧아 더 미세하고 오밀조밀하게 패턴을 새길 수 있습니다. EUV 스캐너는 13.5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파장의 EUV를 활용하며, 이는 불화아르곤 엑시머 레이저 스캐너가 사용하는 빛 파장(193nm)의 10분의 1 미만에 불과합니다.

아울러 기존에는 미세회로를 만들기 위해 여러 차례 노광 공정을 반복해야 했지만 EUV 장비는 공정 단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팹리스, Fabless) 입장에선 칩 디자인 과정이 간단해지고, 전체 마스크(반도체 회로가 새겨진 필름) 숫자 역시 줄어드는 파격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웨이퍼에 화학물질을 도포하는 과정이 줄어들면 그만큼 오차가 생길 가능성도 감소됩니다. 반도체 공정은 단 1나노미터 차이로 결함 여부가 결정될 정도로 굉장히 미세합니다. 복잡한 시스템반도체를 제조하는 파운드리 산업에서 EUV 공정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마법의 도구'인 셈입니다.

삼성전자, '슈퍼을' ASML의 EUV 라인 국내 이어 미국에도 구축

물론 EUV 공정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워낙 최첨단의 기술이다 보니 아무나 만들 수 없다는 점입니다. EUV 장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생산 기업인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습니다. 대당 가격은 2000억원에 달하지만 한 해 생산은 수십대에 불과합니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합니다. ASML이 '슈퍼을'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EUV 장비 생산 현황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왼쪽부터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피터 버닝크 ASML CEO. 삼성전자 제공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EUV 장비 생산 현황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왼쪽부터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피터 버닝크 ASML CEO. 삼성전자 제공올해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수감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찾았던 해외 출장지가 바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입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피터 버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등과 EUV 장비 공급계획 및 운영 기술 고도화 방안 등을 논의하고, EUV 장비 생산 현황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부터 ASML과 초미세 반도체 공정 기술 및 장비 개발을 위해 협력해 왔습니다. 2012년에는 ASML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를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1월에도 삼성전자를 방문한 버닝크 CEO 등을 만났고, 2019년 2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반도체 제조에 EUV 공정을 최초로 도입한 곳도 삼성전자입니다. 다만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는 설비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 현재 EUV 노광장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10nm 이하의 업계 최선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유이한 기업답게 삼성전자와 TSMC는 경쟁적으로 EUV 도입을 늘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화성 캠퍼스에 이어 세계 최대 규모인 평택 2라인에도 EUV 장비를 갖췄습니다.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업계 최선단 14나노 D램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5개의 레이어에 EUV 공정이 적용된 삼성전자 14나노 D램은 업계 최고의 웨이퍼 집적도로 이전 세대 대비 생산성이 약 20% 향상됐고, 소비전력은 약 20% 개선됐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첫 근무일이었던 지난 1월 4일 평택 2공장의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한 후 초미세 반도체 회로 구현에 필수적인 EUV 전용라인을 점검했다. 삼성전자 제공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첫 근무일이었던 지난 1월 4일 평택 2공장의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한 후 초미세 반도체 회로 구현에 필수적인 EUV 전용라인을 점검했다. 삼성전자 제공이 부회장은 올해 첫 근무일이었던 1월 4일 평택 2공장의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하고, 반도체부문 사장단과 중장기 전략을 점검하는 것으로 2021년 경영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EUV 전용라인을 점검한 뒤 "새해를 맞아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자. 함께 하면 미래를 활짝 열 수 있다.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신화를 만들자"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미국 파운드리 제2공장에도 EUV 장비를 구축해 차세대 초미세 공정인 3나노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이 부회장은 워싱턴D.C에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 등을 잇따라 만나 반도체 2공장을 포함한 반도체 공급망 현안 전반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이 부회장이 귀국하는 대로 최종 후보지가 발표될 전망입니다.

美, 국가안보 내세워 中 반입 제지…SK하이닉스 "새로운 뉴스 아냐"  

글로벌 D램 2위 업체인 SK하이닉스는 한 발 늦었습니다. 올해 2월에야 처음으로 경기도 이천 M16 공장에 EUV 노광 장비를 투입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EUV 장비 2대를 설치해 최근 4세대 10나노급 D램 EUV 적용 제품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 생산라인. SK하이닉스 제공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 생산라인. SK하이닉스 제공더구나 SK하이닉스는 향후 중국 장쑤성 우시 공장의 첨단화 계획에도 제동이 걸릴 위기에 처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8일 SK하이닉스가 중국 장쑤성 우시(無錫) 공장에 EUV 노광 장비를 반입하려 했으나 미국 정부의 견제로 투자 계획이 위험에 처했다고 전했습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SK하이닉스의 EUV 중국 반입을 허용할지 여부에는 구체적인 언급을 거부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군을 현대화하는 데 도움이 될 최첨단 반도체 제조 개발에 미국과 동맹국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막는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한국을 찾은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첨단기술로서 민감하고 국가안보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EUV의 중국 반입을 제지하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한 겁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때인 지난 2019년 네덜란드 외교관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좋은 동맹은 이런 장비를 중국에 팔지 않는다"며 EUV의 수출 제한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초 ASML은 중국 최대의 파운드리 업체인 국영 SMIC에 2019년 연말까지 EUV를 판매할 계획이었습니다.  

첨단 반도체의 자체 생산을 추진하며 '반도체 굴기'를 꿈꾸던 중국의 계획은 미국에 의해 엇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도 전임 행정부 기조를 이어받아 네덜란드 정부에 EUV를 팔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압력으로 ASML이 만든 EUV의 중국 수출 허가를 계속 보류 중입니다.

미국은 군사력 증대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즉 국가안보 상의 이유를 들어 첨단 장비의 중국 반입을 막고 있습니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VLSIresearch의 댄 허치슨 대표는 로이터 통신에 "중국에 EUV 장비를 반입하는 누구라도 결국 중국 정부에 그 역량을 부여하게 된다. 일단 중국에 장비가 들어가면 그 이후에 어디로 가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중국인들은 언제든지 장비를 손에 넣거나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 전경. SK하이닉스 제공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 전경. SK하이닉스 제공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으로 그 사이에 낀 우리 기업은 난감한 처지입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CEO는 22일 "일단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장은 "(EUV 공정을 적용한) 4세대(1a) D램은 지난 7월에 국내에서 양산을 시작했고 (중국 EUV 반입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얘기"라며 "앞으로 협조하면서 잘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SK하이닉스 외에도 중국에 첨단 생산 시설을 두고 있는 한국 기업은 여러 곳입니다. 반도체를 넘어 미국과 중국의 테크 전쟁이 길어질 경우 우리 기업이 애꿎은 희생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양국과의 관계를 중재하는 정부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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