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겨울'이 왔다. 메모리반도체 D램 가격의 하락이 심상치 않다. LCD 패널 역시 마찬가지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각각 20%와 4%가량을 차지하는 주력 상품이다. 기업들은 차세대 기술인 DDR5(Double Data Rate 5)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전환에 속도를 내며 다가올 '봄'을 기다리고 있다.
겨울 맞은 D램…삼성전자·SK하이닉스, DDR5 '세대교체' 준비 마쳐
인텔은 최근 최초로 DDR5를 지원하는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엘더 레이크'를 출시했다. 인텔 제공13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4일 최초로 DDR5를 지원하는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엘더 레이크'를 출시했다. 내년 1월에는 DDR5를 지원하는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도 출시한다. 인텔은 서버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만큼 DDR5로의 세대 교체가 본격화되는 셈이다.
DDR5는 전작인 DDR4 대비 속도가 2배 이상 빠르고 전력 소모가 적은 차세대 D램 규격이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머신러닝 등에 활용할 수 있어 데이터센터와 슈퍼컴퓨터, 기업용 서버 시장에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세계 D램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DDR5로의 전환 준비를 일찍이 마치고 성능 고도화에 한창이다. 지난해 7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PC·서버용 DDR5 D램의 표준 규격을 공식 발표한 이후 인텔의 관련 제품 출시만 기다려 왔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LPDDR5X D램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삼성전자는 9일 EUV(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한 업계 최선단 14㎚(나노미터, 10억분의 1m) D램인 'LPDDR5X Low Power Double Data Rate 5X)'를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LPDDR5X의 동작 속도는 현존하는 모바일 D램 중 가장 빠른 최대 8.5Gbps로, 이전 세대 제품인 LPDDR5의 동작속도 6.4Gbps 대비 1.3배 빠르다. 또한 14나노 공정 적용으로 전작 대비 소비전력 효율이 약 20%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5G 시대 고용량 데이터 시장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번 LPDDR5X의 단일칩 용량을 16Gb로 개발하고 모바일 D램 단일 패키지 용량을 최대 64GB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신규 CPU와 DDR5 도입에 따른 수요 증가세가 기대되는 서버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신규 CPU를 탑재한 PC용 D램 판매를 본격화하는 동시에 고성능 게임용 DDR5 양산을 통해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RAM설계팀 황상준 전무는 "최근 증강현실, 메타버스, AI 등 고속으로 대용량의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첨단 산업이 확대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이번 LPDDR5X를 통해 모바일 시장뿐만 아니라 서버, 오토모티브 시장까지 고성능 저전력 메모리 수요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조만간 DDR5 D램 양산에 들어가고, 업계 3위인 마이크론도 지난달 27일 DDR5 신제품을 출시했다. 반도체 초호황기를 지나 '겨울'을 맞은 D램 업체들이 세대 교체에 속도를 내며 반등을 노리는 것이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0월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보다 0.39달러 하락한 3.71달러를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9.51% 떨어진 가격이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 평균 거래가격이 직전 분기 대비 3~8%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내년 1분기에는 10% 이상으로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차세대 D램 DDR5 확산과 계절적 성수기 진입의 영향으로 가격 하락세가 완만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락하는 LCD 패널 가격…차세대 OLED로 위기 돌파
LCD 패널 가격의 하락은 더 가파르다. 디스플레이 시장조사기관 DSCC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4·4분기 평균가격은 전분기보다 26% 낮을 것"이라면서 "11월과 12월 32%의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10월 하반월 기준 32인치 LCD패널 가격은 44달러로, 전년 동기(56달러)보다 21.4% 낮은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8월(42달러) 이후 최저치다.
하나금융투자가 TV용 LCD 패널의 4분기 평균 가격을 직전 분기와 비교한 결과 32형은 37.8% 하락했다. △43인치(-29.2%) △55인치(-24.7%) △65인치(-16.3%) △75인치(-11.3%) 등 모든 제품에서 두 자릿수 이상 가격이 내려간 것으로 집계됐다.
LCD 패널 가격은 코로나 19에 따른 TV 펜트업 수요로 6월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다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라 수요 증가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중국산 저가 공세 탓이다. TV에 들어가는 LCD 패널은 기술적으로 완성된 상태여서 진입 장벽이 매우 낮다. 뒤늦게 LCD 시장에 뛰어든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미 주도권을 차지했다.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 9월 경기도 평택시 LG디지털파크 내 LG전자 HE연구소를 방문해 OLED 대세화 추진 현황을 살피고 있다. LG그룹 제공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차별적인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최상위 제품군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시장으로의 '세대 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18년에 비해 LCD 패널의 연간 생산 능력을 올해 25% 줄였다. 특히 TV용 패널의 경우 40%를 감축했다. 대신 OLED 패널의 매출 비중은 올해 38%에서 내년 45%까지 늘릴 예정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OLED TV 패널을 양산하는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스마트폰, IT 기기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 패널 사업에 4조 9천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서동희 전무는 최근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부분적으로 공장별로 일부 라인들의 감량을 이미 실시했다"며 "수익성과 경쟁력을 고려해 남은 라인도 적절하게 탄력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역시 LCD 패널 생산라인의 축소, 나아가 철수까지 검토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8일 콘퍼런스콜에서 LCD '출구 전략'을 묻는 패널의 질의에 "내년 이후 추가 LCD 생산 여부는 내부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사의 LCD 패널 공급 요청으로 연말까지는 생산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LCD 패널 판가가 급속히 하락하는 상황에서 고객사의 요구까지를 감안해서 저희가 굉장히 탄력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7월 TV용 LCD를 생산하는 L8라인의 일부 설비를 철거하고 QD 라인 구축을 위한 설비를 반입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제공삼성디스플레이는 4분기 중 아산캠퍼스에서 'QD(퀀텀닷)-OLED'로 불리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양산을 개시할 계획이다. 앞서 삼성은 2019년 QD-OLED 전환 발표 당시 2025년까지 총 13조1천억원을 QD-OLED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는 이미 QD-OLED 시제품을 받아 품질과 규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년 1월 'CES 2022'에서 QD-OLED를 적용한 차세대 TV를 공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색재현율, 시야각, 휘도 측면에서 기존 제품 대비 강점을 많이 보유한 QD 디스플레이를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선보일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향후 사업을 QD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