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임기 마지막 '국민과의 대화'에서 단계적 일상회복 추진과 피해 보상 등 코로나19에 관련된 분야를 주로 언급했다.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공급 대책을 서둘러 내지 못한 것을 반성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 현안은 질문이 나오지 않았고, 문 대통령의 발언도 없었다.
文 "일상회복 조마조마해, 백신 접종 연령 낮춰나갈 것"
이날 오후 7시10분부터 100분간 KBS 주관으로 전국에 생중계된 '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의 부제는 '일상으로' 였다. 문 대통령은 시작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우려되는 점을 언급했으며, 패널들의 초중반 질문은 코로나19 이슈에 집중됐다.
문 대통령은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행된 것을 환영하면서도 일일 확진자 수가 닷새 연속 3천명대를 기록한 것을 두고 "조금 조마조마한 부분이 있다"며 "위중증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 병상 상황이 조금 빠듯해진 것이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병상 확보와 의료인력 확층, 추가접종 등을 강조한 문 대통령은 "백신접종률이 높아질수록 해이해지는 분위기가 있다"며 "유흥업소 등 단속이 필요한 경우에는 행정적 조치나 처벌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패널 질문에 답변하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4주간 1단계 일상회복 후 2주간 평가해 괜찮다고 판단되면 2단계 일상회복으로 나아가고, 또 평가를 거쳐 마지막 3단계 일상회복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의료 체계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위중증 환자 수가 늘어나면 다시 거리두기 강화 등의 조치가 없으리라는 법이 없다"고 말해 국민들의 협조를 구했다.
미성년자 백신 접종과 관련해 질문이 나오자 문 대통령은 "미국에서는 5~11세 접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며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한국도 연령을 낮춰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여름방학 때 고3 학생을 대상으로 접종해본 바에 의하면 면역 효과는 연세가 있는 분들보다 훨씬 높았고 이상반응 신고건수는 일반 성인들의 절반 이하였다"면서 "16세, 17세의 경우 70% 이상 접종을 받은 상태인데, 그 보다 어린 연령도 빠르게 접종할 수 있도록 학교를 방문해서 접종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백신 접종 후 돌파감염이 됐지만 대응 매뉴얼이 없어 힘들었다는 한 패널의 호소에 문 대통령은 "보건당국이나 보건소에서 매뉴얼이 있어서 '이렇게 대응하면 됩니다'라고 잘 알려드렸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돌파감염이 있을 수 있지만, 이 경우 신속하게 의료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매뉴얼을 잘 갖추겠다"며 "접종의 면역력이 떨어져 돌파감염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추가 접종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공급 대책 일찍 했었으면 좋았을 것, 임기내 하향 안정세가 목표"
연합뉴스중반이 지나면서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예상했다는 듯 "드디어 (문제로) 들어갔다"며 준비된 발언을 시작했다.
우선,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여러차례 송구스럽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렸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주택의 공급에 좀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한다. 2.4 대책 같은 것이 좀더 일찍 마련되고 실행됐으면 도움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반성했다.
다만 "우리정부는 역대 어느정부보다 입주 물량과 인허가 물량이 많고, 앞으로 계획되는 물량도 많다. 앞으로는 공급 문제가 해소되리라 생각한다"면서 "부동산 가격도 상당히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고, 정부는 남은 기간동안 '하락안정세'까지 목표를 두고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부동산 투기 문제에 대해서는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크다"며 "불로소득이나 초과이익 환수할 수 있는, 민간업자들이 과다한 이익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대책들을 정부가 검토하고 있고 법안도 제출돼 있다.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후반부에 임기 중 가장 후회하는 것도 '부동산'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에서 서민들에게 많은 박탈감을 드리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함으로써 무주택자, 청년들, 서민들에게 내집 마련의 기회를 충분히 드리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는 "내각의 판단을 신뢰한다"고 '전국민'보다 '선별'을 선호한다는 점을 못박았다. 이재명 대선후보가 전국민 방역지원금을 주장하다 이를 철회한 가운데 문 대통령은 "정부의 입장은 그런 (선별지원)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부터)과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2021 국민과의 대화 '일상으로'에 배석한 모습. 연합뉴스
'요소수 부족 사태'에 대해 문 대통령은 "문제를 일찍 파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문제를 파악하고 난 이후에는 정부가 매우 기민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서 지금은 문제가 거의 다 해소됐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안심시켰다. 또 "요소수 같은 문제가 언제든지 다른 품목에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더 경각심을 가지고 잘 관리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모든 면에서 톱10, 자화자찬 비판 알지만 자부심 가져달라"
100분간의 소통을 마친 뒤 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경제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국방, 문화, 보건·의료, 방역, 외교 모든 면에서 톱10의 나라가 됐다"며 "세계적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G7(주요 7개국)을 확대해 G10을 구성할 경우 가장 먼저 대상이 되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말했다.
특히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자화자찬이다', '국민 삶이 어려운데 무슨 소리냐' 하는 비판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이것은 우리의 주관적 평가가 아니라 세계가 하는 객관적 평가"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코로나 위기 극복과 관련 방역 ·민생경제를 주제로 진행된 2021 국민과의 대화 '일상으로'를 마친 뒤 현장 패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이 성취는 우리 정부만이 이룬 성취가 아니라 역대 모든 정부의 성취가 모인 것이고, 오랜 시간 우리 국민이 노력해 이룬 성취이다. 이런 성취를 부정한다면 국민이 이룩한 성취를 폄훼하거나 부정하는 것"이라며 "정부도 국가적 위상에 걸맞게 국민의 삶이 그만큼 향상되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민과의 대화에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200여명의 패널이 현장에 있었고, 100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주요 국무위원들도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참석했다. 하지만 시간 제약으로 질문 기회가 한정되다보니 코로나19에 집중된 반면 정치 현안 같은 민간함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몇몇 패널들도 문 대통령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