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상가에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한형 기자 "기대는 안했지만 너무 푼돈이네요"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정부의 코로나 손실보상이 외면을 받고 있다. 올들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강력하게 요구했던 정부의 손실보상이지만 막상 신청률과 지급률은 예상보다 저조하기 때문이다.
손실보상 6일째였던 지난 1일 오전 11시를 기준으로 '신속보상' 대상 62만개 업체 가운데 보상을 신청한 업체는 61.3%인 38만개 업체이고, 이 가운데 보상금을 실제로 지급받은 업체는 전체의 53%인 33만개 업체에 머물렀다. 보상금액을 조회만 하고 지급 신청을 하지 않은 업체는 9만개이고 조회조차 하지 않은 업체도 15만개에 이르렀다. 상당수 업체가 신속보상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신속하게' 보상한다는 신속보상이 이처럼 예상 밖의 푸대접을 받는 이유는 우선 인터넷 시스템 오류를 들 수 있다. 피해 지원금 지급 과정의 혼잡과 오류 등을 이미 경험한 터라 담당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손실 보상금 시스템 구축에 집중했다. 손실보상금 신청 전날에는 문제없이 작동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27일 보상 신청 첫날부터 사이트는 먹통이 됐다. 이날 오후 중기부가 시스템 긴급 증설에 나서기도 했지만 그 뒤 며칠동안 이용자 입장에서 사이트는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았다.
전국자영업자비대위원회 김기홍 위원장은 "초기 이틀 정도는 전산상의 오류가 너무 심해 신청을 진행하기조차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보상금 신청에 성공한 다른 자영업자들도 2,3일에 걸쳐 접속을 시도한 경우가 많았고 접속 이후에도 최종 단계까지 가려면 2,3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자영업자들이 신속보상을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상금액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보상금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코로나 이후인 2021년 사이의 매출 '감소액'에 2019년 영업이익률과 인건비 및 임차료 비율을 합친 숫자를 곱한 뒤 80%를 또 곱해 산출한다. 2021년 매출이 2019년에 비해 감소하지 않았거나 각종 항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보상금액이 작거나 아예 못받을 수 있다.
이한형 기자 김기홍 자영업자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산정한 신속보상 금액을 보면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100%를 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그 정도 적자를 보면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한 단란주점 업주는 "집합금지 업종이라 올해 7~9월에는 문을 열지도 않아 매출이 '0'이었는데 정부 손실보상 산정 근거에는 몇 십만 원씩 매출이 잡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 스터디 카페 업자는 "계산식 각 항목의 표기에는 오류가 있지만 보상금액 결과값은 맞는다거나 반대로 각 항목 표기는 제대로 돼 있는데 결과값은 틀린 경우도 있고 둘 다 틀린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오류가 아닌 오해로 인해 보상금액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인건비나 임차료 항목이 제대로 반영이 안됐다는 불만인데, 국세청에 종합소득세 신고할 때 이 항목들이 제대로 신고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A씨는 "인건비 비중이 매출의 35% 정도를 차지하는데 정부 손실보상 산정에는 인건비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알고 보니 인건비 항목이 아니라 '지급수수료' 항목으로 기장돼 신고됐던 것. 임차료의 경우도 임대인이 제대로 임대 소득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손실보상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손실보상금 산정에 쓰이는 각종 데이터들은 국세청 자료를 그대로 끌어온 것이기 때문에 데이터 이전 과정에서의 오류는 발생할 수 없다"며 '신고한대로 산정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오류 또는 오해로 인해 예상했던 것보다 작은 보상금액이 산정되자 적지 않은 자영업자들이 '신속보상' 대신 '확인보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신속보상은 정부가 국세청 자료를 바탕으로 보상금액을 산정하는 방식이고 확인보상은 자영업자들이 증빙서류를 직접 제출해 보상금액을 산정받는 방식이다. PC방을 운영하는 B씨는 "신속보상보다 확인보상이 두배 정도 많게 나온다는 말이 있어 신속보상은 신청하지도 않았다"며 "확인보상을 선택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속보상을 선택한 자영업자들도 '어쩔 수 없이' 신속보상을 선택한 경우가 적지 않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C씨는 "정부가 손실보상을 한다는 말이 나오자 건물주가 전화를 해서 '어떻게 할 거냐'고 묻길래 '월세로 모두 쓰겠다'고 대답했다"며 "실제로 보상금을 받자마자 모두 건물주에게 송금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확인보상을 신청하려면 세무사를 통해 각종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여기에 또 돈이 든다"며 "확인보상이 인정될지, 인정되더라도 세무사 비용 이상으로 보상금이 나올지 확신이 안서 확인보상을 포기하고 신속보상을 그냥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