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끈으로 출입제한을 알리고 있는 송악산 해안절벽. 제주도의회 제공제주 송악산 해안절벽이 붕괴돼 관람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지만 관리책임을 두고 행정기관끼리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오영희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에 따르면 2013년 송악산 동북쪽 해안절벽이 첫 붕괴되면서 동굴진지 1번과 2번 입구가 훼손됐다.
지난 3월 해안절벽이 무너지면서 또다시 동굴진지 한 곳의 입구가 막혔고, 이달 초에는 해안절벽 진입로 옆 절벽이 무너지는 등 해안절벽 곳곳에 크고 작은 붕괴가 이어지고 있다.
4차례의 추가 붕괴에 이 곳 진지동굴 15개 중 6개가 매몰됐고, 2곳은 함몰돼 입구가 막혔다.
송악산 해안절벽에는 태평양전쟁 말기 일제가 연합군 상륙을 막기 위해 제주도민을 강제동원해 파놓은 동굴진지가 남아 있다.
현재 이 곳 동굴진지와 산책로, 난간이 무너져 안전사고 위험이 높지만 진입을 막는 표지판 하나 없이 노끈으로 진입만 막고 있다.
송악산은 2010년 안전진단용역 결과 절벽붕괴를 막기 위해 옹벽 설치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안전시설 보강 등의 대책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013년 10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해안의 응회암층이 붕괴하면서 밑에 있던 동굴진지 입구 3곳이 파묻혔다. 표시한 부분은 무너져내린 응회암층. 연합뉴스이처럼 붕괴가 반복되면서 관람객들의 안전이 위협받는데도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건 행정기관간 관리책임을 서로에게 떠밀고 있기 때문이다.
서귀포시는 송악산 절벽지역 일대가 문화재로 등록돼 있어 세계자연유산본부가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세계자연유산본부는 아직 문화재 지정 전이어서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을 수년째 벌이고 있다.
15일 서귀포시를 상대로 한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오영희 의원(국민의 힘, 비례대표)은 "제주가 국내 관광도시 1번지라고 자부하면서도 실상은 송악산 해안절벽이 무너져도 관광객 안전에는 무신경한 핑퐁 논리만 펴는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안절벽이 붕괴되고 있지만 표지판 하나 없이 노끈으로 묶어 안전사고에 대응하고 있다"며 "도민과 관광객 안전에 방관하는 처사를 두고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김태엽 서귀포시장은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의 불편과 안전사고에 대비해 기반시설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