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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3년째 소송중"…해고 노동자가 겪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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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노동위 초심·재심 부당해고 판정에도 사측 '불복'
법원 3심까지 사실상 5심제 운영…결론에 최소 3~4년

▶ 2021.1.28. 서울행정법원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1심 판결
"이 사건 해고는 상벌위원회의 위원장 자격이 없는 자가 상벌위원회의 심의·의결에 관여한 절차적 하자가 존재한다. 징계사유 중 일부는 인정되지 않고, 나머지 인정되는 일부 징계사유만으로는 징계양정이 과중해 부당하다."

최근 들어 직장 내 성폭력이나 갑질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이 매우 높아졌지만 그래도 사람을 자르는 '해고' 징계는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노동조합 활동 과정에서 생긴 일을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더욱 정당성을 얻기 어려운데요. 그럼에도 뉴스에서는 노조원의 해고와 복직 투쟁 소식이 연일 끊이지 않습니다. 회사 입장에선 크게 잃을 것이 없는 싸움이기 때문일 겁니다.
 
경남 지역 철강업체 한국특강(옛 한국특수형강)에서도 3년째 진행 중인 복직 소송이 있습니다. 이 회사에 2013년 처음 노조를 만든 전 노조위원장 A씨의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입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한국특강에 A씨에 대한 부당해고를 구제하라고 내린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회사 측이 소를 제기한 겁니다.
   
A씨는 2019년 4월 해고됐습니다. 해고사유는 무려 12가지였는데 모욕과 업무방해, 공동감금, 폭행·상해, 건조물 침입, 협박, 불법적 쟁의행위로 회사에 재산상 손해, 사업장 무단이탈, 직장질서 문란행위, 업무상 상사지시 불복종, 업무성적 불량, 사내질서 문란행위 등입니다.
   
다소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모욕과 업무방해, 공동감금, 폭행·상해 등은 2016년 회사가 회생절차를 밟으며 어려웠던 시기에 기존 경영진과 노조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들이었습니다. 사측은 이미 해당 사유들에 대해선 2017년 A씨를 한차례 해고했다가 노사합의로 유보했고, 이후 A씨는 2019년 해고 전까지 급여를 받고 정상적으로 근무했습니다.
   
이외에 사업장 무단이탈은 A씨가 노조 설립신고를 하기 위해 외출한 것을 지적한 것이었습니다. 업무시간에 직원들에게 경영진을 격하게 비판하는 등 선동한 점이나 한 차례 업무성과가 낮게 책정된 점 등도 해고 사유로 적시됐습니다.
   
▶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정당성이 인정되고, 사회통념상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근로자의 행위로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앞서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한국특강의 해고가 '부당해고'라고 인정했고 해고기간 중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판정했습니다. 2심 격인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같은 판단을 내렸습니다.
   
회사 측은 중노위 판정에도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1심 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해고는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그 권한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A씨가 만취 상태로 출근해 업무와 관계없이 직원들과 담화를 나누는 등 상사의 지시를 위반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러한 비위행위가 A씨를 해고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2017년에 한차례 적용했던 해고사유를 2019년에 또 적용하는 것은 이중징계에 해당해 정당성을 얻기 어렵고, 나머지 사유들은 '해고'의 근거로 보기엔 부족하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회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현재 서울고법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A씨는 3년째 해고 상태로 소송을 하며 경제적인 어려움도 크지만, 그가 해고된 후 입사해 일면식이 없는 신입사원들까지 'A씨의 복직을 막아달라'는 탄원서를 내는 등 일종의 괴롭힘으로 인한 좌절감도 심하다고 토로합니다.
   
이같은 부당해고 소송으로 고통을 겪는 노동자는 비단 A씨만이 아닙니다. 파업을 이유로 해고당한 세종도시교통공사 전 노조위원장에 대해 지난 5일 서울고법은 1심과 마찬가지로 2심에서도 부당해고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해당 사건 역시 지방·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이 있었지만 공사 측은 수년 째 소송을 이어갔습니다.
 세종도시교통공사 노조 파업 출정식. 연합뉴스세종도시교통공사 노조 파업 출정식. 연합뉴스
부당해고 소송이 노동위원회(2심)와 법원(3심)까지 사실상 5심제로 운영되며 해고 상태를 장기화하는 상황. 그러나 무엇보다 해고 노동자들을 괴롭히는 것은 노동위원회의 초심·재심 판단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소송전을 벌이고야 마는 사측의 태도겠죠.
   
A씨 역시 2심에서 승소하더라도 사측이 상고한다면 내년 상반기에나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아볼 수 있을 겁니다. 그 이후에도, 복직을 하고 그간 밀린 임금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또 다른 싸움을 해야 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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