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작아지는 대한민국을 피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덜 작아지도록, 더딘 속도로 오도록 대비할 수는 있습니다. 초저출생은 여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녀 모두의 일입니다. 국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개인, 모든 세대의 일입니다. CBS는 연중기획 '초저출생: 미래가 없다'를 통해 저출산 대책의 명암을 짚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공존을 모색합니다. ▶birth.nocutnews.co.kr
스마트이미지 제공 '희망 출생'과 '현실 출생' 사이 차이가 산술적으로 '1명'이 넘는 사회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출생 지원 정책이 이 간극을 줄이는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자녀 누진성 혜택'이 대표적이다. 주거 지원도 예외가 아니다.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려면 자녀를 많이 낳을수록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끔 주거 정책을 손볼 필요가 있다.
희망 자녀 1.98명인데 실제 출산율 0.84명…'괴리감'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출산 의향의 실현 분석과 출산율 예측 연구'에 따르면 전국 25~39세 기혼 여성 3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희망 자녀 수(낳기를 원하는 자녀 수)는 1.98명으로 나타났다.
이상 자녀 수(한 가정에서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자녀 수)는 2.03명에 달하기까지 했다. 대체출생률(총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생률)인 2.01명에 근접하는 수치다.
하지만 같은 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4명에 그쳤다.
1.98명 또는 2.03명과 0.84명 사이에 존재하는 '1명' 넘는 차이야말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육아정책연구소 유해미 연구위원은 "출생 지원은 결국 아이를 아예 안 갖겠다는 가정보다는, 특정한 희망 자녀 수가 있는 가정이 그 희망을 실현하는 데 걸림돌을 제거해주는 방향이어야 한다"며 "그만큼 유자녀 가구에서 아이가 1명씩 늘어나는 데 대한 추가 지원이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혼부부보단 유자녀 가구에 주거 지원해야 '저출생 극복'
지난 7월 28일 3기 신도시와 수도권 공공택지의 사전청약 접수가 진행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정부의
주거 정책 역시 이러한 자녀 수에 따른
가중 혜택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제시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지난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저출산에 대응한 통합적 정책 방안'에 따르면 저출산 극복이라는 목표와는 달리 현재 신혼부부 주거 지원 정책의 성과 지표는 건설 실적 또는 대출 실적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공임대주택의 건설 계획 대비 달성 실적'이나 '주택 구입‧전세자금 대출'은 저출생 극복과는 관련성이 낮은 지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연구원 박미선 주거정책연구센터장은 "신혼가구 중심의 주거 지원은 출생 유도 효과가 뚜렷하지 않고, 오히려 혼인 시기 결정을 왜곡할 수 있다"라며 "아동을 양육하는 가구 자체에 중점을 두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게 적절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저출산 극복이라는 목표를 놓고 봤을 때 신혼가구 등을 지원하기보다는 출생 자녀 수 등과 연동된 정책을 펴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해외서도 '자녀 수 따른 주거 지원↑'이 대세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의 '다자녀 기준 완화 방안 검토를 위한 기초 연구'에 따르면, 해외 다수의 국가는 자녀 수 증가에 따른 점증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가령 2019년 국토연구원의 '저출산 시대에 대응한 양육친화적 주거정책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의 가족보조금 중 '가족 주거 보조금'은 가족 혹은 동거인과 거주하거나,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경우, 월세, 기숙사 등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 지역별 차이는 있으나, 가족 구성원 수와 가계 연소득에 따라
추가로
지원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가령 1존(파리와 주요 대도시) 기준 부양가족이 없는 부부는 평균적으로 월 355.85유로(약 49만 원), 부양가족이 있는 부부는 402.18유로(약 55만 원)를 받는다. 부양가족 1인당 추가액은 58.34유로(약 8만 원) 정도로 집계됐다.
프랑스는 2017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1.9명으로 EU 평균(1.6명)이나 OECD 평균(1.7명)보다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의 '다자녀 기준 완화 방안 검토를 위한 기초 연구'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출생률 반등에 성공한 독일의 경우 자녀를 둔 가족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아동수당'을 한시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2018년 이후부터 가족이 사용할 자가주택을 신축하거나 구입한 경우 아동수당 수급 자격이 있으면 신청 가능한 수당으로, 만 18세 미만 자녀당 1년에 1200유로(약 165만 원)의 보조금이 지원(연소득 상한선은 1자녀일 경우 9만 유로, 추가 자녀당 1만 5천 유로씩 상향)된다.
주택 소유가 유지될 경우 최대 10년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자녀당 최대 1만 2천 유로(약 1655만 원)까지 수급이 가능한 것이다.
독일의 합계출산율은 2016년 기준 1.57명으로 OECD 평균보다는 다소 낮지만 1990년대 이후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낮은 출생률을 오랜 기간 경험하다가 최근 반등을 보인 상태다.
보고서는 "독일의 경우 다자녀 가구를 3자녀 이상 가족으로 지칭해왔지만, 비교적 최근 도입된 제도들은 자녀 수 증가에 따라 지원이 강화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고, 주택아동수당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 다자녀 3명→2명 '변화의 첫걸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공 우리나라도 이런 흐름을 일부 따라가고는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해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에 따라 최근 다자녀 지원 기준을 기존 3자녀에서 2자녀로 완화해 교육‧양육, 주거 지원에 반영한다고 밝혔다.
새로 도입되는 통합공공임대(영구·국민·행복주택 통합) 다자녀 기준이 이에 따라 변경되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분양주택 다자녀 특별공급(특공) 기준은 변동이 없으며, 신혼부부 특공이나 신혼부부희망타운 등 신혼부부 중심의 주거 지원이 '저출생 대응 주거 지원'의 대표격으로 꼽히고 있는 데 대한 아쉬움은 크다.
'저출산에 대응한 통합적 정책 방안' 보고서는 "결혼 제도 속으로 진입한 가구, 결혼 후 일정기간 이내의 가구에만 지원을 하는 한계를 극복하고 포용성을 강화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저출생 정책의 목적에 맞게 자녀 수에 따른 할인폭을 강화하는 체계가 바람직하며, 신혼부부 특공 할당을 '생애최초'로 일원화하면서 무주택 기간과 자녀 수에 따른 가점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신혼부부 역시 인기 지역의 특공 당첨에는 사실상 자녀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있을 만큼 장벽이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혼인 7년이 넘어선 다자녀 가구의 경우 사정이 더 심각한데 특공이 늘면서 일반분양분도 줄고 있는 사정"이라며 "혼인기간에 차별을 두지 않고, 양육자 특성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괄하는 주거 지원 틀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