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허일영. KBL 제공"욕심을 내면서 힘이 많이 들어간 것 같아요."
허일영은 지난 5월 FA(자유계약) 자격으로 SK로 이적했다. 2009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오리온의 지명을 받은 뒤 줄곧 오리온에서만 뛰었던 허일영의 첫 이적이었다. 어느덧 서른 중반을 넘긴 허일영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SK가 허일영에게 기대한 것은 역시 슛이다. 통산 3점슛 성공률 40.4%를 자랑하는 허일영의 영입으로, 그동안 약점이었던 외곽을 보강하겠다는 복안이었다.
SK 데뷔전이 된 KBL 컵대회.
허일영은 KCC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9점을 올렸고, LG와 2차전에서는 3점에 그쳤다. 3점슛은 6개를 던져 2개를 넣었다. 기대 만큼의 성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17일 KT와 4강에서 12점을 올렸다. 3점슛은 2개였지만, 2점슛 3개를 모두 성공했다. 특히 공격 리바운드 3개 등 리바운드 7개를 잡았다. SK는 KT를 83대78로 격파하며 DB와 컵대회 우승을 놓고 다투게 됐다.
허일영은 "지난해 컵대회에서도 오리온 소속으로 결승에 갔다. 그 때 SK와 결승을 했는데 이번에는 SK 소속으로 결승에 가 기분이 조금 다르긴 한데 결승에 가서 좋다"면서 "선수들도, 코칭스태프도 다 편하게 해줘서 좋은 경기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선 두 경기에서 주춤했지만, SK 전희철 감독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허일영에게 고마워했다. 슛감이 좋지 않을 것을 미리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전희철 감독은 "2경기가 안 좋으면 3번째 경기는 들어가니까 괜찮았다"면서 "오히려 고마운 것이 본인이 먼저 감이 안 좋다고 이야기를 했다. 선수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기 힘들 수도 있는데 선수를 기용하는 부분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오늘은 감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안 하길래 잘 들어갈 줄 알았다"고 웃었다.
프로 입단 후 첫 이적. 늦은 나이에 처음 팀을 옮긴 만큼 욕심도 컸다. 그래서 더 힘이 들어갔고, 슛은 번번이 림을 외면했다.
허일영은 "팀을 처음 옮겼다. 감독님께서 '연차가 있는데 뭘 그리 절고 그러냐'라고 하셨다. 잘하고 싶어서, 또 나에게 원하는 것이 뭔지 알기에 욕심을 내서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면서 "슛 말고도 할 것이 많으니까 천천히 풀어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께서 계속 믿어주시니까 경기력이 나온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활할 때도, 운동할 때도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 마음 편하게 운동만 하면 된다. 후배들도 편하게 해줘서 원래 있었던 팀이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라면서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슛은 들어갈 때도, 안 들어갈 때도 있다. 다른 부분에서 꾸준히 보여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