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의 당사자인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왼쪽 두번째)와 황희석 최고위원(오른쪽 두번째)이 13일 서초동 대검찰청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검찰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을 두고 각종 고소·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여러 수사기관에 동시다발로 사건을 접수하면서 서로 물고 물리는 난타전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13일 고발 사주 의혹의 수사를 촉구하며 대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피고소인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배우자 김건희씨 △손준성 검사 △한동훈 검사장 △국민의힘 김웅·정점식 의원 △성명불상자 등 7명이다.
고소 혐의로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선거방해·공무상비밀누설·직권남용·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5가지를 적시했다. 선거범죄 이외 혐의는 검찰의 직접수사가 불가능하지만, 최 의원은 "검찰에게 명예 회복의 기회를 주고 싶어 대검을 찾았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문제가 되고 있는 고발장에 '피고발인'으로 적혀있는 직접 당사자다. 앞서 인터넷매체 뉴스버스는 손 검사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지난해 4월, 최 대표 등 범여권 인사들을 피고발인으로 기재한 고발장을 김웅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최 대표와 함께 피고발인으로 적힌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도 이날 고소장에 이름을 올렸다. 황 최고위원은 "이번 사건은 검찰이 총선에 개입하려 한 정치 공작"이라며 "문제가 심각한 만큼 검찰이 선거범죄로 다뤄달라"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캠프 정치공작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박민식(가운데) 전 의원과 변호인들이 1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박지원 국정원장과 조성은 씨 등을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이에 맞서 윤 전 총장 측은 고발 사주 의혹 자체가 공작이라고 주장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고발했다. 조씨는 고발 사주 의혹을 뉴스버스에 제보한 인물이다.
현재 윤 전 총장 측은 제보자 조씨와 박지원 국정원장이 지난달 11일 만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두 사람이 고발 사주 의혹의 언론 제보를 사전에 공모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여기에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라는 시각이 깔려있다.
윤 전 총장 측은 "박 원장과 조씨가 윤 전 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하게 하기로 공모하고, 지난 2일 뉴스버스에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 측은 박 원장도 국정원법·공직선거법·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도 이날 국민의힘 김웅·정점식 의원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정 의원은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보냈다고 지목된 고발장의 내용을 당에 전달해 실제 검찰 고발로 이어지게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사세행은 지난 6일에도 윤 전 총장과 손 검사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후 공수처는 두 사람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지난 10일 김웅 의원 국회 사무실 압수수색에 실패한 공수처는 사흘만인 이날 다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한편 김 의원은 공수처의 압수수색이 위법해 영장 집행을 취소해 달라는 준항고를 법원에 신청했다. 공수처가 김 의원과 변호사 입회 없이 영장을 집행했고, 압수물 대상에 적시되지 않은 서류를 조사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