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몇 살까지 할 수 있을까요'.
한 30대 요양보호사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입니다. 그는 70대까지 요양보호사로 일하기를 꿈꾼다고 말합니다. 실제 '요양보호사'는 고령 구직자들이 많이 선택하는 노후 직업입니다. 연령과 학력에 제한이 없고, 일자리도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인데요.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취업 잘 되는 자격증'으로 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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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는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국가자격제도로 도입됐습니다. 초기에는 일정 교육만 이수하면 자격을 취득했지만, 2010년부터는 시험이 시행됐는데요. 합격자 수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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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제36회 요양보호사 자격시험 응시자는 총 7만 6655명으로, 2010년 제1회 시험을 친 3만 6968명보다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최근 10차례 시험의 평균 합격률은 87.7%인데요. 요양보호사 자격시험 누적 합격자 수는 118만여 명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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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자는 많아도, 일손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고강도 노동과 열악한 처우 때문인데요.
CBS노컷뉴스가 보건복지부에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올 6월 기준 전국 요양보호사 근무자는 51만 3천여 명입니다. 자격시험 누적 합격자 수와 비교해보면 절반도 채 일하지 않는 것이죠. 매년 현직자 수가 꾸준히 증가했지만, 늘어나는 돌봄 수요를 따라가진 못하고 있습니다.
요양보호사의 고령화로 장기근속이 어려운 탓도 있습니다. 요양보호사 10명 중 8명이 50·60대인 실버세대인데요.
OECD가 지난해 6월 펴낸 '누가 돌보나? 노인 돌봄 노동자 모집과 유지' 보고서를 보면, 한국 장기요양 돌봄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58.9세입니다. OECD 평균은 45세에도 미치지 않습니다.
한국 상황을 보면 평균 연령은 가장 높으면서, 근속기간은 가장 짧아 2년을 겨우 넘는 정도입니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다, 또 돌봄을 받게 되는 현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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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일자리는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제도에 따라 등급판정 및 인정을 받은 65세 이상 노인과 치매 등 노인성 질병으로 6개월 이상 스스로 생활이 어려운 65세 미만자가 '장기요양 대상자'인데요.
이들에게 장기요양급여가 제공됩니다. '재가급여'로 가정에서, '시설급여'로는 요양원에서 돌봄서비스를 받습니다. 이에 재가요양보호사와 시설요양보호사로 나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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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노인인구는 늘어나는데, 이중 장기요양 대상자를 인정하는 비율도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장기요양 등급판정 기준인 인정점수를 하향하는 등 대상자의 인정범위를 점차 확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에 따라 현역 요양보호사 공급도 맞춰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의료보장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은 848만여 명으로, 전년대비 6% 증가했습니다. 이중 장기요양 대상자는 85만 8천여 명으로 나타났죠. 지난해 기준 현역 48만여 명인 걸 고려하면, 요양보호사 1명당 돌봐야 하는 노인은 1.79명입니다.
이마저도 수치상 계산일 뿐, 현실적으로 연차와 휴게시간을 고려하면 요양보호사 한 명이 돌봐야 할 노인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요양시설 입소자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을 둬야 하는데요. 실효가 없습니다. 법적 기준에 맞게 요양보호사를 고용했어도, 인건비 절감 등 이유로 근무일이나 시간이 조절되기 때문이죠.
요양보호사 세계에서는 하루 쉬고 하루 일하는 '퐁당', 3교대인 '주주야야비비'라는 말이 흔히 쓰이기도 합니다. 이에 요양보호사 1명이 노인 2.5명 이상을 돌보는 경우는 다반사죠.
"요양원의 경우 어르신 대비 요양보호사 숫자가 2.5:1이라고 하면 한 직원이 어르신 2~3명을 모시는 줄 아는데 실제 전체 인원 대비 숫자 비율이라 낮에 7명 이상, 야간에는 20명 이상, 30명까지도 혼자 돌보는 경우가 있다.보호자들이야 제 부모에게 집중하기를 바라며 이것저것 요구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2020 비정규 노동 수기 공모전 최우수상, 이미영作 우리는 '똥 치우는 아줌마'가 아니다 中
강도 높은 돌봄노동에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한 요양보호사는 일하다 근골격계 질환을 얻었다며 업무상 재해를 주장했습니다. 그는 요양시설에서 약 3년간 하루 12시간씩 일했으며, 매일 약 26회 정도 최소 40kg 이상인 대상자들의 몸자세를 바꿔줘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산재 요양급여를 받지 못하게 되자, 2013년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의 나이, 기왕력, 근무기간이 중요하게 고려돼, 결국 업무상 인과관계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8년 한국장기요양학회가 발표한 '한국 요양보호사의 신체적 부담 현황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서울·경기도 노인 요양 시설의 요양보호사 280명 가운데 일을 시작하고부터 요통이 생겼다고 응답한 직원이 70%가 넘었습니다.
앞서 2016년 보건사회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퇴사 및 이직경험은 15.9%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부당업무 지시로 정신적 스트레스도 느낍니다. 고된 야간근무나 고정 출퇴근이 부담스러워 시설이 아닌, 가정으로 방문하는 재가요양보호사가 인기인데요. 이들도 돌봄 외 집안일 요구 때문에 고충이 있습니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재가서비스를 제공하는 53세 A씨는 어르신들의 무리한 지시에 곤혹스럽습니다. A씨는 "방문할 때마다 간단한 청소 정도는 해드렸지만, 이불 빨래나 대청소를 요구하기도 한다"며 "한 번은 자식들 줄 반찬을 만들라고 장을 봐오라고 하질 않나, 파출부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공공 돌봄서비스 기관인 사회서비스원에 소속된 A씨의 주된 업무는 '일상생활지원'입니다. 이에 A씨는 "90분 정도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마치 파출부처럼 부리는 통에 몇 시간씩 숨이 막힐 정도"라며 "업무지침도 포괄적이라 상황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적용할 뿐"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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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강도 때문이 아니라, 부당한 일을 겪고 퇴직에 이르기도 합니다. 지난해 서울시의회가 주최한 요양보호사 실태에 관한 토론회 자료를 보면, 요양보호사 퇴직 이유의 절반이 부당 업무, 낮은 처우, 성희롱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돌봄 현장에서의 '성희롱'은 요양보호사 구인난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지난해 9월 서울시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가 요양보호사 231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무려 42.4%인 98명이 성희롱·성폭력을 당했다고 답했습니다.
"가족한테 말 못하지"
"내가 일을 그만둬야지 해결된다"
"내가 뭐 하려고 이 짓을 하고 있나. 내가 돈을 얼마나 버는 것도 아닌데"
서울동북여성민우회가 성적 괴롭힘 피해를 겪은 요양보호사들을 인터뷰해 담은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요양보호사들의 일터가 대부분 밀폐된 곳이기에 성희롱 등 범죄에 취약합니다. 그러나 피해 방지책조차 없어 일을 그만두는 원인이 되고 있는데요. 실제 성적 괴롭힘을 당한 요양보호사 중 5.1%는 일을 그만두기를 택했습니다. 요양보호사가 필수노동자인 시대에 이러한 퇴직은 사회적 손실일뿐더러, 직업적 자긍심을 잃게 만들고 개인에게 큰 상처를 안겨 줍니다.
지난 6월 경기도청 정문에서 열린 '경기도사회서비스원 돌봄필수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와 차별문제에 대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직법 해결촉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삭발 및 단식 기자회견'. 민주노총 전국사회서비스원노조 경기지부 제공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는 사회서비스원에서 돌봄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 질 높은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추진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사회서비스원은 보육‧노인‧장애인에게 공공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도지사가 설립한 공익법인입니다.
현재 11개 시·도로 확대돼 사회서비스원 소속 돌봄 노동자는 2500여 명에 달합니다. 그러나 당초 계획과 달리, 절반가량인 45.5%가 비정규직입니다.
경기도사회서비스원 노동조합 관계자는 "구체적인 업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으면 돌봄 현장에서의 부당 대우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데다 비정규직 비율만 높아지면 근무 환경은 더 악화될 게 뻔하다"고 우려했습니다.
고용불안만 아니라 비현실적인 임금도 근로의욕을 떨어뜨립니다. 지난달 공공운수노조 실태조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69%는 공휴일 근무를 하고도 가산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답했는데요.
"50‧60대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딸 때는 내 가족을 돌보는 목적이 많지, 직업전선에 뛰어들어 돈 벌겠다는 생각은 거의 안 해요. 어르신한테, 보호자한테, 관리자한테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데다 최저임금 받으면서 몸은 몸대로 상하죠."
이미영씨는 7년 경력의 요양보호사입니다. 이씨는 근무 중 허리를 다쳐 일을 그만두게 됐는데요. 당시 병원에 갔지만 돌아온 말은, "그 나이에 허리 아픈 건 당연한 거다"일뿐이었습니다. 이씨는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지난해 말까지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경기지부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일 이미영씨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거대한 포부를 갖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일하겠다는 건 어려운 발상"이라며 "아무리 봉사정신을 가져도 막상 현장에 닥쳐보면 어르신 돌봄만 아니라, 청소나 빨래 등 고된 일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럼에도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건 고령자들이 다른 데 취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연구원은 2019년 보고서를 통해 "2020년부터 현재 규모 이상의 요양보호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요양보호사 수요를 주기적으로 추계하여 교육기관의 공급을 조절하고, 우선적으로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으로 자격증 소지자의 현장 근무 비율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죠.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며 고령사회를 지탱하는 요양보호사들. 국가가 자격을 부여하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먼저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 누구나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싶게 만드는 게 우선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