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아파트 방음벽은 새들의 무덤?…죽은 사체가 '줄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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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음벽 쳐진 전북혁신도시, 전주에코시티
조사 중에도 '퍽'…길 따라 죽어가는 새들

혁신도시 방음벽 조사 중에 '퍽'소리를 내며 방음벽에 충돌한 후 바닥으로 추락한 새가 서서히 눈을 감고 죽어가는 모습. 전북녹색연합 제공혁신도시 방음벽 조사 중에 '퍽'소리를 내며 방음벽에 충돌한 후 바닥으로 추락한 새가 서서히 눈을 감고 죽어가는 모습. 전북녹색연합 제공
국도와 신도시 아파트 사이, 새들이 삶의 어떤 순간을 맞고 있다. 숨을 꼴딱꼴딱 쉬는 새, 움직임이 전혀 없는 새, 뼈와 깃털만 남은 새. 생을 마감하는 과정을 본 전북녹색연합 허지운 활동가는 "투명 방음벽 하나가 저 새들을 죽음으로 몰고 있다"고 설명했다.

7월 3일과 31일 전북혁신도시 1번 국도를 둘러봤다. 곡선형 도로를 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곳이다. 투명 방음벽이 우뚝 솟아있다. 아파트 단지와 맞닿은 투명 방음벽으로 다가갔다.

새들의 무덤이었다. 여러 새들이 죽고 있었다. 이틀 만에 약 100마리가 발견됐다. 아파트 단지 쪽에서 모은 것에 불과하다. 건너편인 도로 쪽에서도 많은 사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멧비둘기, 꾀꼬리, 참새, 부패로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종이다.

전북혁신도시 한국식품연구원과 신도시 아파트 단지 사이, 투명 방음벽과 충돌해 죽은 새의 모습들. 전북녹색연합전북혁신도시 한국식품연구원과 신도시 아파트 단지 사이, 투명 방음벽과 충돌해 죽은 새의 모습들. 전북녹색연합
전북혁신도시 한국식품연구원과 길을 사이에 두고 아파트 7개 동이 늘어선 구간엔 약 750m 길이의 투명 방음벽이 가로막고 있다.

도시가 팽창하면 새들은 점점 밖으로 밀려난다. 새롭게 조성된 신도시, 아파트 단지가 딱 그렇다. 전주시 송천동 에코시티엔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인구는 급증하고 주변 도로에서 오는 차량의 소음을 줄일 것이 필요했다. 투명 방음벽이 올라섰다. 새들의 무덤으로 변했다. 추가로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다보니 죽어갈 새들이 더 많아질 예정이다.

새의 죽음은 신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주시 팔복동의 천변을 낀 아파트 단지에도 많은 새 사체가 발견된다. 도로가 확장되며 투명 방음벽이 설치됐다. 전주시는 최근 예산 2천만 원을 들여 조류 충돌 방지 시트를 부착했다.

새는 사람과 달리 유리를 못 본다. 그래서 시속 36~72㎞ 수준의 속도로 날아가다 유리에 부딪히며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죽는다.
전주 혁신도시(왼쪽)와 에코시티 아파트 단지에 놓인 투명 방음벽 주변에서 발견된 죽은 새들이 점으로 찍혀 있다. 네이처링 제공전주 혁신도시(왼쪽)와 에코시티 아파트 단지에 놓인 투명 방음벽 주변에서 발견된 죽은 새들이 점으로 찍혀 있다. 네이처링 제공
대안은 조망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리에 문양을 넣는 것이다. 전북혁신도시와 에코시티에 설치된 투명 유리벽에는 독수리 모습의 맹금류 스티커가 크게 붙어 있다. 하지만 여백도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새들은 세로 5cm, 가로 10cm 미만인 공간은 통과하지 않으려는 습성을 갖고 있다. 이 규격을 지켜 아크릴 물감으로 점을 찍거나 스티커를 부착하면 충돌을 비교적 줄일 수 있다.

공공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환경부는 조류충돌 피해 저감을 위해 2019년 2월 대책을 수립하고 국립생태원과 함께 이행하고 있다. 문제의식을 느낀 자치단체들도 대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 구로구는 2019년 8월 전극 최초로 '조류 충돌 저감 조례'를 통과했고 이후 청주시 충주시 광주광역시 서산시 충청남도 등에서 관련 조례를 의결하는 등 야생 조류 보호에 나섰다.

전북녹색연합 허지운 활동가는 "조사 중에도 '퍽' 소리를 내며 방음벽에 충돌하고 서서히 죽어가는 새를 봤다"며 "투명 방음벽에 붙여진 맹금류 스티커는 흉내만 낼 뿐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제대로 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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