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캡처 늦은 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난폭운전을 한 운전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남산 소월길(남산순환도로)에서 과속한 차량 1천여 대를 단속하고, 운전자 23명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3개월 간 이동식 과속 단속 카메라를 활용해 과속 차량을 단속했다. 또 주요 지점에 잠복해 난폭운전 차량의 운행 장면을 증거로 수집한 뒤 영상을 분석해 운전자들을 붙잡았다.
남산 소월길은 급커브 구간이 많은 도로로, 늦은 밤 스피드를 즐기고 자신의 차량을 과시하려는 젊은 운전자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이 때문에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과 심각한 소음공해에 시달려 왔다. 지난해 남산 소월길에서 발생한 난폭운전·소음피해 관련 112신고는 매주 평균 70여 건에 달한다.
소월길 근처에서 30년째 살며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 서모(55)씨는 "도로가 곡선이라 밤에 굉음을 내며 다니는 외제차들이 있다"며 "남산 도서관 앞에서는 사고도 종종 일어났다. 차들이 가로수와 충돌해 나무껍질이 다 벗겨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소월길 인근 가로수. 소월길 바로 옆에서 10년째 매점을 운영하는 김모(61)씨는 "남산 도서관 앞 횡단보도에 큰 은행나무가 있었는데, 거기서 하도 사고가 많이 나다 보니 아예 나무를 베어버렸다"고 했다. 임민정 기자.
인근에서 10년째 매점을 운영하는 김모(61)씨는 "남산 도서관 앞 횡단보도에 큰 은행나무가 있었는데, 거기서 하도 사고가 많이 나다 보니 아예 나무를 베어버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밤 10시가 넘은 한밤 중에 스포츠가 레이싱 할 때 나는 '부아앙' 같은 소리가 난다"며 "도로와 집이 직선 거리로 얼마 안 돼 시끄럽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남산도서관 앞이 신고가 제일 많이 들어오는 곳"이라며 "단속 시작 전엔 차들이 드리프트를 해 차량 타이어 자국이 많았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남산 소월길의 제한속도는 50km/h지만, 과속 운전자 대부분은 70~80km/h의 속도로 운전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에 걸린 이들 중엔 동호회 회원도 있고, 소문을 듣고 경기도 김포나 충청도 등 지방에서 올라오는 운전자도 있었다"며 "연령은 대부분 20대이며 30대 초반까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운전자들은 차량 소음기를 개조하거나 정차 상태에서 공회전하는 등 급출발하면서 소음을 발생시키기도 했다"며 "다만 현장 적발이 어렵, 대부분 구조변경 승인을 받은 데다 배기 소음 기준(100~105dB)이 지나치게 높아 단속이 어려운 한계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남산 소월길. 서울 용산경찰서는 20일 남산 소월길(남산순환도로)에서 과속차량 1천여 대를 단속하고 난폭운전을 한 23명을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임민정 기자 남산 소월길은 교통사고 위험이 큰 도로이기도 하다. 최근 3년 사이엔 전치 3주 이상의 중상자가 발생한 교통사고도 21건 발생해 총 32명이 다쳤다. 지난 3월에는 한밤 중 128km/h 속도로 달리던 운전자가 중앙선을 넘고 반대편 승용차를 들이받아 피해자가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 단속 이후 심야 소음피해·난폭운전 관련 112신고는 주 평균 6건까지 떨어져 약 91% 감소했다. 경찰은 심야 단속을 강화하고 용산구청과 협의해 남산 소월길 곳곳에 고정식 과속 단속카메라를 설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