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윤창원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5일 현행 0.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소수의견이 나오는 등 금리조정의 여지를 강하게 남겼다.
이주열 한은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세계경제가 백신접종 확대 영향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 경제도 양호한 회복세를 이어나간 가운데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고 있어 앞으로의 전개 추이와 그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국내 경제의 견실한 회복세가 지속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되,경기회복세와 물가 오름세 그리고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통화정책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방향을 밝혔다.
통화정책 완화정도의 조정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이 말은 지난해 7월 이후 이어온 돈줄 풀기 정책의 방향을 바꾸겠다는 시그널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황진환 기자 이주열 총재는 설명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한 금통이 결정에 대해서 고승범 위원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나타내었다"고 소개했다.
기준금리 움직임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7명 금통위원 가운데 2명 이상이 소수의견을 내면 그다음 다음번 금통위에서 반영돼온 것을 관례로 보고 있는데 이 총재가 공개한 소수의견은 금통위원들 사이에서 금리인상론의 무게가 더 높아져 가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실마리다.
또 최근의 코로나19 재확산세와 관련한 이주열 총재의 인식 역시 금리인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전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민간소비가 일정부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정부의 빠른 방역과 백신접종 확대 계획이 이행되면서 확산세가 좀 진정되고 여기에 정부의 추경 효과가 더해진다고 하면 경기회복세를 크게 훼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금년중 성장률은 지난 5월에 전망했던 4% 수준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저희들은 보고 있다"면서 "지난겨울 확산기 때와는 달리 대규모 백신 접종이 예정돼 있고 백신이 중증 방지효과가 상당히 입증돼 있다그래서 경제주체들의 학습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데 일부 품목에 국한하지 않고 전반적으로 커져 가는 점을 유의하고 있다"면서 "5월 전망에 비해 좀 높은 수준으로 2%를 상회하다 조금 낮아지더라도 2% 내외에서 등락하는 그런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른바 물가당국으로 불리는 한은이 물가상승 압력에 대해 크게 주목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총재는 또 "거시경제 여건이 개선되는 상황에서 완화기조를 너무 오랫동안 끌고 간다면 금융불균형 누적에 따른 부작용이 더욱 커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현재의 거시경제 상황과 금리에 대한 인식을 나타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월 기획재정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 이주열 총재는 "5월 회의 때는 '당분간은' 현재의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면서 "당분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다음 회의 시부터는 통화정책 완화정도의 조정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이제부터는 좀 논의하고 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본다)"고 말해 완화기조를 바꿀 생각, 즉 기준금리를 올릴 생각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8월 인상론과 관련해서는 "타임테이블을 정해놓고 하는 것은 아니다"며 "코로나 상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달려 있고 경기회복세가 다시 확인된다면 금리정상화를 하는 것이 장기적 경제안정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는데 많은 위원들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이 총재는 말했다.
다만 "연내에는 무조건 올리겠다고 하는 그런 시간표를 미리 짜놓고 하는 것은 아니지요"며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