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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학생회 개입 어려워"…방송대, 성추행 '2차 가해' 방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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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전국총학생회장이 부적절한 신체접촉 '논란'
학교, 징계 논의하기 위해 학생 지도위 열었으나 '부결'
임기 유지하는 회장…2차 가해 이어지는데 '방관'
"교육 등 필요한 노력 취했다"vs"교육부 매뉴얼에도 어긋나"

연합뉴스연합뉴스
국립대인 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송대)가 총학생회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의 2차 가해를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방송대 전국총학생회장은 올해 초 다른 지역 총학생회 여성 임원들을 상대로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저지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10만 대표 방송대 전국총학생회장 강제추행 사건, 징계 부결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방송대는 지난달 14일 이 학교 전국총학생회장 A씨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기 위해 학생지도위원회를 열었으나 찬성과 반대 의견 수가 같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방송대 전국총학생회장 A씨가 부산의 한 음식점에서 다른 지역 총학생회 여성 임원 2명을 상대로 여러 차례 동의 없는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의혹을 산 것이다. 방송대 전국총학생회는 13개 지역 총학생회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

회장 당선 등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A씨는 술에 취한 채로 피해자들을 갑자기 껴안거나 얼굴, 어깨 등을 만졌고 거부 의사를 밝힌 이후에도 이같은 행위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피해자들은 바로 학교 측에 해당 사실을 신고하는 한편, 수사기관에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학교 규정에 따라 소집된 성희롱·성폭력심의위원회는 지난 4월 15일 A씨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린 뒤, 총장에게 A씨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심의위가 징계를 요청할 때에는 징계의 양정에 관한 의견을 첨부해야 하는데, 심의위는 A씨의 일부 행위에 대해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심의위는 △A씨와 전국총학생회 중앙삼임위원회 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성인지 교육 △A씨의 사과와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금지 △A씨와 피해자들의 접촉 금지 등 공간 분리를 관련 부서에 권고했다.

이후 학교에서는 학생처를 통한 자체 조사에 들어갔고, 이를 근거로 징계위원회 역할을 하는 학생지도위원회를 개최했으나 결국 부결된 것이다. 이에 2차 지도위원회가 소집됐고, 이날 오전 열릴 예정이다.

2차 가해 이어지는데, 학생회는 '자치조직'이라며 방관하는 학교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문제는 A씨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심의위 결론이 나왔음에도 학교 측이 사건처리 과정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학생회가 자치기구라는 점을 들며 2차 가해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방송대 관계자는 "심지어 교무부처장이나 총장 등은 사법기관의 판단이 나오지 않았는데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A씨는 전국총학생회장 지위를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같이 학생회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2차 가해가 집중됐다"며 "공간 분리를 계속해서 요구했는데, 회의 등에 대리인을 보내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리인이 대신 회의에 참석하게 되니 2차 가해성 발언 등에 적절히 대응할 수가 없었다. 가해자는 버젓이 활동하고 있고, 피해자인 저희가 왜 피해야 하는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피해자 중 한 명은 사건 이후 전국총학생회 측으로부터 3개월 업무정지와 예산집행권 정지라는 징계를 받기도 했다.

다른 피해자는 "저는 따돌림을 당하고 있고 그분은 징계를 받았는데 사건 직후인 3월, 대구에서 열리게 된 회의를 보이콧하자고 했다가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징계에 회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총장이 간담회에서 '학생회가 한마음으로 화합하면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며 "사실상 가해자와 원만히 합의할 것을 종용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피해자들은 가해자와 지난 총학생회 선거부터 사이가 좋지 않아 이런 일을 벌였다는 음해성 소문에 시달리거나, 검찰의 보완 수사 요청을 두고 '검찰에서 사건이 반려된 것과 마찬가지다. 무죄가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협박성 발언에 시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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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못한 일부 방송대 교수들은 학교 측의 미온적 대응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 대학 문화교육학과장과 교육학과장은 지난 5월 학교 측에 '2차 가해 방지'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피해자들도 국민권익위원회에 학교 측의 처리가 부적절했다며 진정을 접수했다.

이들은 학교의 이같은 태도는 기관장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성평등 관련 정책과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한다는 교육부의 '대학 성희록·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에도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총학생회 중앙상임위원회 회의 전 2차 가해 예방을 위한 교육을 하거나 면담을 하는 식으로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다. 방송대 관계자는 "자치조직인 학생회장의 직무를 강제로 정지할 권한이 없다"며 "심의위 단계에서 충분히 의견을 청취했고, 학생회도 찾아가 2차피해 방지 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그 이후 개인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나 설명한 절차 등을 따르지 않는 부분에 대해 규제하기는 어려움이 있다"며 "징계에 관해서는 비공개가 원칙이라 답변이 어렵다"고 덧붙였다.A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2차 가해라고 할 부분이 없었고, 수사기관의 판단이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A씨에 대한 수사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5월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노원경찰서에 보완수사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는 어떤 것을 더 확인해달라는 취지인데 경찰은 이 부분만 확인해서 보내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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