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모습. 박종민 기자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대체로 상승과 하락을 함께 한다. 최근 껑충 뛴 전세 가격이 하반기 집값 상승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집값과 전셋값의 오랜 '동조화'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명박정부가 시작된 2008년 3월 전국의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는 82.97에서 약 13년 뒤인 지난 5월 기준 110.39까지 상승했다.
부동산원의 매매(또는 전세)가격지수는 2017년 11월(표본 재설계일) 가격대를 100으로 뒀을 때 현재의 가격 수준을 지수화한 것이다.
이 통계에서도 전셋값은 매맷값과 유사한 선을 그리고 있다.
실제 2019년 10월부터 현재까지 매매가격지수와 전세가격지수는 나란히 연속 '플러스' 행진 중이다.
하락세에서도 마찬가지다. 2008년 11월에 이르러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47%로 하락을 시작했는데, 같은 시기 월별 전세가격지수 변동률 역시 -0.35%를 기록했다, 이러한 '마이너스 변동률'은 매매에서 이듬해 3월까지, 전세에선 2월까지 계속된다.
각각 상승과 하락의 폭이 다소 다르고, 정책 등 영향으로 '탈동조화' 양상이 나타나더라도 전반적으로는 유사한 모양새를 띠고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제공 가령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2011년 6월부터 전월 대비 하락세를 시작해 2013년 6월까지 22개월 연속으로, 또 석 달 후인 6월부터 8월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전세가격지수 변동률 역시 2011년 12월과 이듬해 1월, 3~8월 등 8개월간 전월 대비 감소치를 기록했다.
하반기 전세도 악재 계속…"매매시장 상승세의 발판"
문제는 현재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고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또 이것이 매맷값 상승세를 받쳐주는 식의 '악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전세시장 악재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전세의 추세는 매매에 약간 선행하되, 중장기적으론 동행하는 특성이 있다"며 "현재 계속되는 동반 상승세는 위험한 수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시중의 매물이 씨가 마를 텐데 전세가 오르면 또한 매매 압박감이 커지기 마련"이라며 "결국 전세 수요가 일부 매매 수요로 전환되고 공급대책이 불확실한 상태가 계속될수록 동반 급등세가 올가을부터 내년 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시장이 호황을 맞고 임대 수요가 늘어나는 점, 신규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새로운 전세 공급 역시 막히는 점, 임대차법 시행과 보유세 부담 증폭이 보증금 인상(신규 계약 시)으로 귀결되는 점 모두가 전세 수요자에겐 악재로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시 "전세가격이 먼저 상승하고 매매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라며 "다만 전세는 매매보다 '실수요' 그 자체라는 점에서 하방경직성이 큰 만큼, 상승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경고등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수치가 나오는 정부 공식 통계보다 민간 통계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KB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지난달 14일 기준)에 따르면,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전국 117.4,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119.9에 달했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일선 중개업소의 상승 전망이 우세한 것인데, 전월 매매가격 전망지수가 112.3, 전세가격 전망지수가 114.0을 기록한 데 비해서도 그 폭을 키운 것이다.
또,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값은 9.97% 상승해 지난해 연간 상승률(9.65%)을 이미 넘어섰는데, 특히 수도권의 경우 12.97%까지 올라 상반기 기준 2002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