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미국의 성 김 대북특별대표. 연합뉴스
최근 성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북미대화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됐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김 대표는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거듭 촉구함으로써 협상에 앞서 인센티브를 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북한도 거의 즉각적으로 “꿈보다 해몽”이라며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처럼 양측의 팽팽한 기 싸움으로 인해 앞으로도 한동안 교착국면이 불가피해졌다. 따라서 향후 북미대화 재개는 그 전제조건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게 됐다.
◇ 美, 북한에 ‘대화 회피’ 책임 전가하고 현상유지…다목적 포석
먼저, 전제조건을 반대하는 미국의 셈법은 다목적이라 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포용적 느낌의 메시지는 대화 회피 책임을 북한에 넘기는 효과가 있다.
이로써 현상 유지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한국이 대북접근에 나설 명분도 약화시킨다. ‘조건 없는 대화’는 근본적으로 강대국 논리다. 북한이 조건을 운운할 만한 처지가 아니라는 우월적 시각이 깔려있다.
상대를 기선 제압함으로써 협상력을 높이면 좋고, 만약 북한이 웅크린 채 시간을 끈다 해도 나쁘지 않다는 계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