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청. 송호재 기자
부산 해운대구가 지역 내 한진CY 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을 활용해 신청사를 지으려다 관련법 개정으로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
애초 청사 이전이라는 대형 사업을 추진하면서, 확보가 불확실한 재원만 바라고 있던 해운대구 행정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산 해운대구는 최근 부산시 관계자를 만나 한진CY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 활용 방안을 놓고 논의를 진행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자리에서 해운대구는 한진CY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운대구청 신청사 사업 등 지역 공공사업에 적극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대구가 이처럼 다급하게 행동에 나선 것은 다음 달 시행 예정인 '국토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신청사 재원 마련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구는 한진CY 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 일부를 확보해 이를 해운대구청사 이전 사업에 활용할 예정이었다.
공공기여금은 2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청사 사업비 950억 원 가운데 최대 600억 원가량을 이 공공기여금으로 충당하기로 하고, 부산시와 협상을 계속한다는 게 해운대구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국토계획법 개정안은 지자체 간 협의에 따라 활용하던 공공기여금의 성격과 용도를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
개정안은 만약 사업자에게 지구 단위 계획 변경 등으로 인해 이익이 발생할 경우 이를 활용해 사업지 안에 공공시설을 설치하거나 부지를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다.
사업 부지 내 공공시설이 충분해 기여금이 남을 경우에도 관할 기초단체에 귀속되는 기여금을 최대 30%로 제한하는 등 지자체 간 배분과 기여금 활용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운대구가 신청사 건립 사업에 이 공공기여금을 활용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해진 것이다.
만약 협의를 통해 재원을 확보한다 해도, 애초 계획보다 훨씬 적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해운대구 한진CY부지. 부산 해운대구청 제공
부산시 역시 이런 이유로 해운대구의 요청에 원론적인 답변을 반복하며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애초 불확실한 재원에 의존해 신청사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산시 관계자는 "개정법에 따르면 공공기여금은 사업 구역 내 공공시설이나 지역 장기미집행 사업 등에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라며 "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도 않은 상황이고, 공공기여금도 아직 윤곽이 없는 상태에서 이를 이용해 구청을 짓겠다는 생각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는 한진CY 부지 개발과는 별개로 재원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공공기여금 확보를 위해서도 관계 기관과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공공기여금을 청사 이전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 추진 속도 등을 볼 때 시기적으로 맞지 않아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청사 이전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재원 마련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