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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원하청 노조간 창구단일화 O→X" 오락가락에 노사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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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에서 밝혔던 창구단일화 '원청단위설' 입장 폐기
'하청단위 창구단일화' 입장 선회 "이게 합리적"
오락가락 해석에 모호성 비판…"소송전 우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법 2·3조 현장 안착을 위한 공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법 2·3조 현장 안착을 위한 공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을 앞두고 원·하청 노동조합의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뒤늦게 번복하면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고용노동부는 원청과 하청 노조가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집하다, 교섭절차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때에 이르러서야 이를 철회하고 하청 노조가 독자적으로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에서 벌어질 충돌을 우려한 결론이지만, '오락가락'한 정부의 법 해석으로 일각에서는 줄소송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노동부에 따르면, 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전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최종 매뉴얼을 발표했다.

이번 매뉴얼의 핵심은 지난해 정부가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고수했던 이른바 '원청단위설'을 폐기한 데 있다.

당초 정부는 원청업체를 기준으로 삼아, 그 상대방인 원 ·하청 노조들이 함께 사측과 교섭하는 '창구 단일화' 원칙을 유지하고, 필요한 경우 교섭단위 분리 절차를 따로 거쳐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비록 교섭단위 분리 절차를 인정했다지만, 사실상 하청노조의 입을 틀어막을 것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원·하청 노조의 규모·조직력·교섭 경험 등의 격차가 클 수밖에 없는데, 양측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거나 안건에 대한 우선순위가 다른 경우가 잦다 보니 하청노조는 사측과 교섭하기도 전에 원청노조와 먼저 창구를 분리하느라 옥신각신해야 할 지경에 놓였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최종안에서 두 집단이 기본적으로 나뉘어 있다고 보고, 하청 노조가 원청 노조와 굳이 창구단일화 과정을 거칠 것 없이 원청 사측을 상대로 곧바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정책 기조를 급변침한 배경에 대해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원청단위설이 타당하다고 본다"면서도 "현실적인 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해서 합리적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 역시 하청을 전체로 묶어 교섭하는 것이 노조법 2조의 취지에 맞는 가장 적합하고 타당한 방안이라고 입장을 바꾼 이유를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변경 자체가 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이라고 봐달라"며 "중노위 등과 수많은 논의 과정에서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창구단일화, 원하청 노조 간은 면제…하청 노조 사이엔 유지

고용노동부 제공고용노동부 제공
문제는 원·하청 간 창구단일화는 면제됐지만, 하청 노조들 사이의 창구단일화 의무는 그대로 유지됐다는 점이다.

여러 하청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경우, 이들은 반드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대표 노조를 정해야만 원청과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각자 속한 하청업체가 달라도 '전체 하청 노동자 집단'을 하나로 묶어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전체 하청 노동자 가운데 직접 생산, 물류, 부품, 판매 등 직무 성격이나 이해관계가 크게 달라 단일화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노동위원회의 심리를 거쳐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는 우회로는 열어두었다.

하지만 노동계는 원·하청 노조를 나눈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여러 하청노조에 단 하나의 교섭창구만 허용하는 데 대해서는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원 ·하청 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에 제기됐던 우려들이 하청노조 간의 창구 단일화 논란에서도 되풀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호일 대변인은 "다행히 원청노조와 창구단일화는 할 필요가 없다고 한 점에 대해서는 그간 노동부 주장보다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하청노조 전체에 대해 창구단일화를 강제하고 있어서 교섭절차가 복잡하고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이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이지현 대변인 또한 "하청노조 내부 창구단일화 구조가 유지돼 모든 하청노조의 교섭권이 충분히 보장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면이 여전하다"라고 비판했다.

경영계 중심으로 '모호성' 지적도…"소송전 남발" 우려

경영계 역시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하청 노조가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의제를 추가로 요구할 경우 경영권 침해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하는 대상인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하청 노조와 근로자의 범위가 모호해 현장의 분쟁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정부가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 단일화 원칙을 고수하며 시간을 허비하다, 막판에 갈팡질팡하며 스스로 정책 기조의 명분만 약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노사가 정부의 '메뉴얼'에 승복하기보다 법정 다툼을 선택하며 갈등이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신하나 위원장은 "딱 정해진 법리가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며 원청단위설에서 하청단위설로 제도를 갑자기 바꾼 문제점을 꼬집었다.

또 신 위원장은 다양한 업무를 맡은 수많은 하청 노동자를 무리하게 하나로 뭉치도록 강요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며, 결국 "법원의 판단에 기댈 수밖에 없어 일선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나아가 이번 노란봉투법 매뉴얼이나 시행령의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도 나온다. 그동안 노조법 개정 운동을 이끌어온 시민단체 손잡고의 윤지선 활동가는 지난해 현대제철과 한화오션 하청 노조의 조정 중지 사례를 언급하며 "사측을 실질적인 교섭 테이블로 이끌 강제 수단이 어디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윤 활동가는 "적법한 쟁의권을 확보한 사업장조차 노동위원회가 사측의 출석을 강제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교섭 불참에 대한 명확한 제재 조항이 없는 매뉴얼은 노동자들을 또다시 파업으로 내모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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