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부동산 투기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12명의 의원들에게 '수사를 받는 동안은 당을 떠나달라'는 초강경 조치를 한 데 대해 당내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당사자들은 물론 일부 의원들까지 "마녀사냥식 단죄"라며 거칠게 반발하는 가운데 당 지도부는 '설득과 엄포'를 병행하고 있다.
◇12명 탈당 권유에 충격…고육지책 vs 자학
김성기 기자
"지지율을 올리고 싶다는 욕구가 더해진 마녀사냥식 단죄. 12분 의원님, 응원합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이 이번 국가권익위 발표에 따른 당 지도부의 결정에 대해 비공개 단체 메신저방에 남긴 말이다.
4.7 재보궐 선거 이후 '자해라도 해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결단이라는 게 민주당의 중론이긴 하지만, 산발적인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농지에 어머니 묘소를 조성해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는 민주당 우상호 의원에 대해선 같은 586 운동권 출신인 의원이 "납득할 수 없다"며 적극 엄호에 나서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이후 부동산 트라우마에 빠진 당 지도부가 문제의 의원들로부터 소명조차 듣지 않고 일단 탈당 조치를 한 데 대해 "자학적인 희생양 찾기"라는 반응과 "대선을 이기려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교차하는 것이다.
또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는 김한정 의원을 필두로 공개 반발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 윤창원 기자
김 의원은 당 지도부의 조치가 나온 8일에 이어 9일 반발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그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공당이 과정과 절차를 생략한 채 정치적 기소를 했다"며 "인권 침해이자 사또 재판"이라고 비판했다.
차명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김회재 의원도 이날 오전 당 대표실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명백히 잘못된 것을 전제로 내린 조치이기 때문에 탈당 권유를 철회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다만 당사자들과 일부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에선 '억울하지만 의혹을 소명하고 돌아오면 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9달 앞으로 대선이 다가온 상황에서 당 지지율은 오를 기미가 없고 경선 연기를 둘러싼 잡음도 여전한 가운데 이번에도 '제 식구 감싸기'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의원들 사이에서도 팽배하다.
◇與 지도부, 일부 반발에 제명 가능성 열어놔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 윤창원 기자
당 지도부는 탈당 거부 등 일각의 반발에 "예상됐던 일"이라며 설득과 엄포를 병행하고 있다.
먼저 채찍을 든 건 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다.
한 수석부대표는 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문제가 된 의원들이 탈당을 거부할 경우 후속 조치를 묻는 질문에 "당 지도부 입장이 나간 만큼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제명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 지도부는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김한정, 서영석, 임종성 의원은 특히 문제가 크다고 보고 반드시 탈당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한 수석의 발언을 놓고 김한정 의원은 "누구를 협박하는 거냐"고 발끈하기도 했다.
민주당 고용진 대변인은 제명 가능성에 대해 "그런 논의는 하지 않았다"며 "해당 의원들을 충분히 설득하겠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여진이 증폭되는 것을 막는 데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문진석, 윤재갑, 김수흥, 임종성, 김주영, 서영석 의원 등 탈당 권유를 받은 의원들 중 절반 이상이 당의 조치를 수용해 최종적으로는 전원 당을 떠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