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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CJ대한통운이 '진짜 사장'…단체교섭 즉각 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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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중노위 판정 후 긴급기자회견…"원청 사용자성 인정돼"
"대리점도 원청 대리인에 불과…택배사 법적 책임 다해야"
CJ측 "기존 판례 배치돼…결정문 검토 후 法 판단 구할 것"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은지 기자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자들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라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판정에 대해 "가뭄 끝에 단비처럼 반가운 일"이라며 CJ대한통운 측이 즉각 교섭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2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중노위에서 원청 CJ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핵심은 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자의 사용자이니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택배현장의 켜켜이 쌓인 문제들에 대해 '진짜 사장'과 법적 교섭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앞서 중노위는 이날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을 상대로 제기한 부동노동행위 관련 구제신청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의 결정을 깨고 부당노동행위가 '맞다'고 판정했다. CJ대한통운은 다른 대형 택배회사들과 마찬가지로 대리점과 위탁계약을 맺고, 각 대리점이 택배기사들과 개별 계약을 맺는 형태로 배송업무를 맡겨왔다.

지노위 역시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을 직접 고용한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중노위는 이를 뒤집으며 원청업체인 CJ대한통운이 노동조합법 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택배사들을 상대로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해온 택배노조의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리게 됐다.

택배노조 진경호 위원장은 "우리 특수고용직(특고)은 신분상 개인사업자이지만 실제로는 사용자에 대한 종속성을 갖는다. 특고를 넘어서서 2천만 이상으로 추산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해 원청 사용자가 교섭의무가 있다는 최초의 판결"이라며 "대단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원청과 대리점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동안 택배노동자들의 어려움은 더 가중됐다고도 밝혔다. 진 위원장은 "지난 한 해 동안만 6명의 CJ대한통운 관련 노동자들이 과로에 의한 죽임을 당했다. 지금 현재도 허리가 휘는 저탑차량(배송)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노동자들이 많다"며 "일반 사업장 같으면 산업재해로 인한 과로사가 6명 나온 곳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상 사용자가 형사처벌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정부로부터 '합법 노조'라는 필증을 받은 지 4년이 지났지만 CJ대한통운과 교섭은커녕 얼굴을 보고 대화조차 하지 못했다. 대리점들은 평균 12명의 기사들을 운영하지만 한편으론 원청 택배사들에 의해 갑질을 당하는 이중적 위치"라며 "대리점들은 '원청이 나서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을 되풀이해왔고 저희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돌이켰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진짜 사장' CJ대한통운 즉각 교섭에 나서라!", "교섭요구 거부하는 CJ대한통운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은지 기자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박석운 대표 또한 "택배 배송노동자들의 근로성과 계약관계를 살펴보면 마치 조선 왕조시대 지주와 마름, 소작인의 관계와 흡사하다. 모든 결정은 지주(원청)가 하고 마름(대리점)은 지주의 대리인에 불과하다"며 "지주는 소작인들이 마름과 싸우도록 '을'과 '병' 간의 갈등을 일으키면서 뒤로 싹 빠져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CJ대한통운이 행정소송을 제기한다 하더라도 중노위의 결정은 법적 효력이 있다. CJ 측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더 이상 꼼수 없이 성실하게 응하고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택배노조는 "하루 14시간의 장시간 노동에 공짜노동인 분류작업에 동원되고, 단 한 차례도 오르지 않는 수수료 등 택배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존재하지만 해결해줄 당사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택배사들은 노동법의 빈틈을 이용해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며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는 형태로 운영해왔다"고 비판했다. 하청노동자로서 모든 처우는 원청에 의해 결정돼 왔지만 정작 그 내용을 바꿀 힘과 자격은 없었다고도 했다.

또한 "CJ대한통운은 그동안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방치하고 사회적 합의 도출에도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왔다. 그간의 태도로 보면 교섭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법원을 찾아갈 가능성이 크다"며 "CJ대한통운에 경고한다. 만약 중노위 판결마저 무시하고 법적 판단을 받겠다며 교섭에 불응한다면 노조가 아니라 국민적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CJ대한통운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중노위 결정문을 통해 판정 배경을 먼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산업 현장에 미칠 파장도 우려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중노위의 판정은 대법원 판례는 물론 기존 중노위, 지노위 판정과도 배치되는 내용으로 다툼의 여지가 많다"며 "중노위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며 결정문이 도착하면 검토 후 법원에 판단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중노위 판정에 대한 불복 의사를 밝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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