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조사는 왜 한국타이어를 바꾸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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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출근이 두렵다⑦] 2008년 역학조사의 한계와 남은 과제들

※'2021년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 타이어 부문 13년 연속 1위, '2021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타이어 산업 부문 12년 연속 1위. 대전과 충남 금산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타이어의 수식어다. 하지만 한국타이어에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13년 전 노동자 10여 명이 심장 질환과 암 등으로 잇따라 숨지며 '죽음의 공장'이라 불리기도 한 것. 당시 집단 역학조사가 이뤄졌지만, 다양한 암과 작업현장과의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1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일하다 다치거나 죽고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노동부의 감독이 이뤄지고 수백 가지의 위반사항이 적발된다. 수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현장의 위험은 아직도 개선되지 않았고,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하루하루는 여전히 위태롭다. 대전CBS는 한국타이어의 작업현장 실태와 노동부의 관리·감독 현황을 살펴보고, 멈추지 않는 사고의 원인을 다각도로 조명해 해결책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멈추지 않는 한국타이어 사고…기계에 머리 끼고 가스 흡입
②"이틀에 한 명씩 다쳐"…한국타이어 6년간 1190명 산재
③정부 감독 중에도 2.6일마다 사고…감독, 하나마나
④노동자들이 말하는 사고 이후…복귀하니 사라진 '내 자리'
⑤'생산성'에 밀린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안전'
⑥노조 선거에 '투표 인증샷'…수시로 노조 보고 받은 노경팀
⑦13년 전 조사는 왜 한국타이어를 바꾸지 못했나
(끝)

지난 2007년 한국타이어에서는 1년여 새 10여 명의 노동자가 잇따라 숨졌다. 이에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집단 역학조사를 실시했지만, 당시 조사의 한계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노동자들 역시 13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타이어에선 다양한 양상의 산업재해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고, 위태로운 작업환경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대전CBS는 멈추지 않는 한국타이어의 산업재해를 끝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전문가들에게 대책을 물었다. 결국 중요한 건 '사업주의 마인드'란 대답이 돌아왔다. 

◇역학조사의 한계와 남은 과제들

한국타이어 공장 내부의 모습. 독자 제공

 

한국타이어에서 지난 2006년 5월부터 2007년 9월까지 7명이 급성심근경색, 관상동맥경화증, 심장마비, 급성심장사 등으로 숨지고 5명이 폐암과 식도암, 뇌수막종양 등으로 숨진 데 이어 1명이 자살하는 등 1년여 사이 모두 13명이 돌연 숨졌다.

이에 2007년 10월 역학조사를 요청받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1996년 이후 2007년 9월 30일까지 한국타이어에서 재직했거나 16개 협력업체의 생산현장 업무에 종사했던 전·현직 근로자 총 714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이듬해인 2008년 2월 20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한국타이어 역학조사 최종 결과 발표를 통해 한국타이어에서 발생한 심장성 돌연사 등 잇따른 질병사망이 직무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심장성 돌연사의 직업적 유발요인 중에서는 뜨거운 고무에서 발생하는 '고열'이, 기저질환인 관상동맥질환의 직업적 위험요인 중에서는 교대작업과 관련된 '과로'의 가능성이 확인됐다고도 했다. 다만, 한국타이어에서 위암으로 인한 의료 이용비가 높게 나온 원인에 대해서는 다각적인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위암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부위 별 암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도 "고무타이어 공장 근로자는 유해성이 밝혀지지 않은 다양한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발암물질에도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환기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이 확인돼 근로자들의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가능한 한 작업환경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도 쓰여있다.

역학조사 당시 유족대책위 자문의사로 활동했던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조사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임 병원장은 "당시 역학조사는 이른바 돌연사와 암으로 인한 사망으로 나뉘는데 과로사, 돌연사는 업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봤다"면서도 "타이어 공장에 워낙 발암물질이 많아 호흡기 질환의 암인 폐암은 쉽게 인정이 돼왔는데, 기타 나머지 암들은 조사나 연구가 상당히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임 병원장은 특히 현장 조사와 회사 측의 협조가 부족했다고 봤다. 그는 "타이어 공장은 공장 자체가 국제암연구소에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곳으로 많은 발암물질을 사용하고 있어 환경 개선이 굉장히 중요한 곳"이라며 "그런데 당시 현장에 들어가서 어떤 물질을 사용하고 그 물질이 어떠한 정도의 수준으로 노출되고 그게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런 것들에 대한 조사가 굉장히 부족했다"고 말했다. 또 "역학 조사한 사람들의 부족도 있었겠지만, 기업에서 협조하지 않으면 조사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역학조사를 진행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측 역시 "한국타이어는 당시 조사에 참여하지 않았다"면서도 "기업의 적극적인 협조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조사 권한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3년이 지난 지금 한국타이어의 작업환경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한국타이어 측은 대전CBS에 "작업환경 관리를 위해 연 2회 전문업체를 통해 공장 전체의 작업환경을 측정하고 있으며, 법 기준치보다 현저히 낮은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며 "법 기준치보다 현저히 낮게 설정해 관리하고 있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이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믿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타이어 노동자 송모씨는 "실제로 소음이 심한데도 작업환경 측정할 때는 정상으로 나온다"며 "일반적인 대화가 안 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소음이 없다고 나온다. 평상시 기계 정지했을 때도 75~80dB이 나오는데 가동할 때는 소음 기준치인 90dB보다 높다"고 주장했다. 

송씨는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하라도 10~20년 반복해 노출되면 건강에 큰 해를 끼칠 수 있다고 한다"며 "암 환자와 심혈관 질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노동자들이 환경 개선을 해달라고하면 회사는 기준치 아래인데 왜 개선을 해달라고 하느냐고 말한다"고 말했다.

임 병원장 역시 전문가들은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작업환경 측정은 노동자들의 유해화학물질 노출 정도가 어느 정도 나타내는지를 밝혀주는 유일한 자료"라면서도 "전문가들은 역학조사를 하며 나오는 작업환경 측정 결과를 잘 신뢰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측정은 사업주가 민간기관에 돈을 주고 의뢰하는데 사업주에게 잘못 보이면 내년에 그 사업을 못 하게 돼 큰 손실을 보게 된다"며 "그래서 여러 가지 다양한 편법들을 동원해서 측정의 결과들이 좋은 방향으로 나오게끔 하는 건 한국타이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기업에서 문제가 되는 공장에서 측정 기준이 다 그렇다"고 꼬집었다.

2008년 2월 20일 최종결과 발표 일주일 전 회의 자료로 제시된 최종보고서 결론에서도 해당 역학조사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자료에는 "조사 수행에 있어 가장 미흡했던 부분인 조직문화 내지 작업방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본 역학조사와 같이 측정과 분석, 조사와 비율 산출 등의 양적 연구 방법이 아니라 질적인 조사연구 방법을 통해 보다 심층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어 용역연구과제로 미루어 놓았다"고 돼 있다. 또 "심장 질환으로 의료이용을 했던 근로자들이 의료이용을 하지 않았던 근로자들에 비해 과연 어떤 특성의 차이가 있는지, 어떤 위험요인에 더 노출되고 있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역학조사 결과로 심장질환과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나 심층적인 연구는 부족했으며, 환자와 대조군에 대한 역학적 연구도 없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연구원 측은 스스로 필요성이 요구된다고 인정하며 미뤄놓은 용역연구과제 역시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타이어 측은 "최근 글로벌 타이어 산업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고무 제품 제조산업과 발암 관련성은 없거나 낮은 것으로 확인된다"며 "2008년 2월 한국타이어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의 전·현직 근로자의 전체 표준화 사망비는 84로 일반 인구 집단보다 16% 낮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타이어에서는 10여 명이 돌연사한 사건이 세상이 나오기 10년 전부터 공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로 인한 노동자들의 직업병이 보고됐었다.

지난 2004년 숨진 A씨의 경우 벤젠에 20년간 노출된 것으로 추정돼 급성골수성백혈병이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직업병 판정을 내렸다.

B씨와 C씨도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성형공정을 맡으며 솔벤트 등을 뿌리거나 발라주는 업무를 했는데, 소송 등을 통해 장기간 벤젠 노출로 추정된다는 판단을 받았다.

◇추가 역학조사 필요성…전문가 "경영자 마인드 바꿔야"

한국타이어 공장 내부의 모습. 독자 제공

 

과거 역학조사의 한계가 명확한 만큼 추가 역학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의당 남가현 대전시당위원장은 "한국타이어는 고무로 성형하는 산업 특성상 화학물질을 많이 다루고, 화학물질은 가습기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알려지지 않은 인체 미치는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서 추가적인 역학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역학조사 단계에서 어떤 물질들을 사용하고 있고 알리는 기업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기업이 늘 영업비밀을 이유로 들며 비협조적으로 조사들을 진행하는 게 문제"라며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국가가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한다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이 대전CBS와의 인터뷰에서 한국타이어의 멈추지 않는 산업재해 문제를 끝내기 위해 공통으로 이야기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사업주의 마인드'였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해 기업에 강력한 처벌을 하려는 것 역시 결과적으로는 사업주의 경영이념을 바꾸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박용철 부소장은 "문화는 하루 이틀 안에 형성되는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기존의 것을 다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면서 그 안에 경영 이념, 경영자의 마인드가 인간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정부 역시 잘못되고 있는 것들을 바로잡아가면서 함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혁 병원장은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딱 하나"라며 "기업의 정책과 문화 아니면 경영자의 마인드가 안전보다 생산을 우선시 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동자를 건강하게 일하게 하는 건 사업자의 책임이자 의무인데 그게 안 됐다면 사업주가 책임져야 한다"며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해도 잘 모를 수가 있다. 그럼 전문가가 도와줘야 하는데, 한국타이어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이기 때문에 환경안전팀에 사람도 많고 돈도 있으니 전문가를 불러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그게 안 됐다는 것"이라고 임 병원장은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노동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중앙대 이병훈 사회학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통해 기업이 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산재 공화국이라는 굉장히 부끄러운 이름을 가지고 있다"며 "그 점을 바로잡으려면 엄중한 산업안전 재해 관리가 돼야 하고, 그것에 걸맞은 법규가 마련된 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의 경우 기업살인법이라고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주한테 엄중한 처벌을 한다는 얘기가 산업안전을 소홀히 하면 사업을 망칠 수 있다는 경고나 응징의 시그널 효과로까지 작용했다"며 "그 결과 영국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못지않은 재해빈발국이었다 지금은 가장 재해가 없는 나라로 탈바꿈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변할 수 있는 게 가장 좋긴 하지만 그게 여의치 않은 가운데 특단의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사업주들의 산업안전에 대한 사고방식이 철저히 바뀔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변화, 제도에 따르는 행정조치 변화가 분명히 있어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기업 스스로 변화해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노동·산재 전문 손익찬 변호사는 "근본적으로는 '자율규제'로 가는 게 맞다. 스스로 개선 계획을 세운 다음에 사고 났을 때 최후 수단으로 엄벌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기업이 스스로 지키고 노력을 해야 된다. 정부가 모두 세세하게 감독하고 떠먹여주는 건 감독관을 2, 3배 더 뽑아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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