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판]'MZ세대' 노조? "세대 차이로만 보진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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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새로운 노조가 온다?①]
연초 '성과급 대란' 후에 대기업 사무직서 'MZ세대' 주축 노조 우후죽순 설립
일각에선 '공정성 민감한 세대 특성+강성 노조 대한 반감이 원인'이라는데…
"생산직만 챙기는 기존 노조, 사무직은 가입할 생각도 안했다"
대기업 사무직도 노조 문 두드릴 정도로 노동조건 악화됐다는 지적도
"고령화된 생산직-청년 중심 사무직, 노조 판도에도 영향 줄 수 있어"

※우리는 일합니다.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거리에서, 가정에서 오늘도 일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쉼없이 조금씩 세상을 바꾸는 모든 노동자에게, 일터를 찾은 나와 당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판깔아봅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MZ세대' 노조? "세대 차이로만 보진 말아줘"
(계속)

최근 전에 없던 새로운 노조들이 나타났다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MZ세대 노조'로 불리는 이들, 과연 한국의 노사 관계를 새로 쓸 수 있을까?

◇'성과급 대란'에서 노조까지…달라진 'MZ세대' 대기업 사무직

올해 국내 대기업 곳곳에서 MZ세대가 주축인 노조들이 앞다투어 결성되고 있다. 'M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1990년대 중반 출생)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 출생)를 합친 단어로, 간단히 말해 '요즘 청년층'이다.

지난 3월 LG전자 사무직 노조를 시작으로 4월에 금호타이어와 현대자동차에서 사무직·연구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했고, 현대중공업, 넥센타이어 사무직도 올해 안에 노조를 세운다고 알려졌다. 하나같이 조합원은 물론, 집행부도 2, 30대가 대다수를 차지한 노조들이다.

이들이 'MZ노조'로 묶여 주목 받은 계기는 지난 2월 SK하이닉스에서 촉발돼 대기업 곳곳으로 퍼진 이른바 '성과급 대란'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5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SK하이닉스에서 성과급은 연봉의 20%만 지급하기로 하자 직원들의 불만이 들끓었고, 곧 SK 계열사는 물론 LG, 삼성, 현대 등 대기업 곳곳으로 성과급에 대한 반발이 퍼졌다.

회사마다 경영진이 직접 나서 진화에 나섰지만, 한 번 회사에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한 대기업 사무직 노동자들은 불과 두 달여 만에 유행처럼 노조를 설립하고 나섰다.

◇'공정성, 노조에 대한 반감'만으로 MZ노조 설명 못해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MZ세대의 특징이 원인이라고 말한다. 조국 사태, LH 땅 투기 의혹 등에서 드러난 것처럼 '공정성'에 민감한 청년층들이 회사 운영에 불만을 가졌고, 투쟁 일변도인 기존의 낡은 노조를 거부해 새로운 노조를 찾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청년들이 기존 노조 문화를 낯설어한다는 비판은 30년 가까이 제기된 얘기다. 사실상 '상수'처럼 자리 잡은 청년들의 노조에 대한 거부감이 지금 MZ노조를 불러낸 '변수'라기에는 새삼스럽다.

또 공정성에 민감하다는 상투적인 표현만으로는 수백 명의 조합원이 모여 노조까지 세운 과정을 설명하기도 궁색하다.

물론 기존 노조에 대한 반감과 공정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MZ노조'에 영향을 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강성 노조'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뿐 아니라, 생산직 중심인 기존의 대기업 노조가 사무직을 찬밥 취급했다는 '불공정'에 대한 항의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과거 한국 산업의 중추인 제조업 사업장에서는 생산직이 회사의 주역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또 노사 관계에서도 하나의 생산 공정에서 일하며 집단 문화에 익숙한 생산직 노동자들이 노조의 투쟁을 주도하기 마련이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반면 회사 경영에 깊숙이 관련되기 쉬운 사무직들은 사측의 주장에 동조하는 경우도 많았고, 아예 노조 가입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 유준환 위원장은 "생산직과 사무직은 진급도, 임금도, 평가도 전혀 상황이 다른데, 생산직 중심인 노조의 규약 등을 보면 사무직에 대한 고려는 거의 없었다"고 비판했다.

유 위원장은 "기존 노조는 생산직만 가입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노조 역시 이를 바꾸려는 시도가 거의 없었다"며 "업무 교류는 하지만, 생산직과는 같은 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서로 다르다"고 별도 노조를 세운 이유를 설명했다.

◇정년 보장도 안돼, 처우도 불만족…대기업 사무직도 '노조 없이 못살겠다'

'MZ노조' 설립을 도맡아 지원하고 있는 대상노무법인의 김경락 노무사는 이제는 대기업 사무직조차 노조를 찾을 수밖에 없을 만큼 이들의 노동조건이 과거에 비해 나빠졌다고 강조했다.

김 노무사는 "예전에는 사무직도 정년을 보장받았지만, 이제는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졌다"며 "특히 연차가 쌓일수록 숙련공 대접을 받는 생산직과 달리 사무직, 연구직은 30대 후반, 40대 초반만 돼도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어 불만이 쌓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과거와 달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무직 노동자의 기여가 생산직보다 적지 않은데, 일의 강도 등을 감안하면 보상 수준도 높지 않다"며 "그럼에도 이들에게는 노조에도, 회사에도 소통할 창구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9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18 한국의 직업정보'를 보면 사무직의 평균 연령은 42세, 연구직 및 공학기술직은 38세인데 설치·정비·생산직은 44세로 더 높다.

특히 기술 고도화와 해외 공장 이전의 영향도 국내 생산직의 고령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9년 현대차는 기존 인원을 해고하는 대신, 신입 생산직 채용을 전면 중단해 정년퇴직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대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노조의 방패막이 없는 대기업 사무직을 중심으로는 '사오정', '오륙도' 같은 단어나 '퇴직 후 치킨집 창업'이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강도 높은 내부 경쟁에 시달린 지 오래다.

◇늙은 생산직, 젊은 사무직 구조 자리잡아…노사 관계에도 영향 줄까

이를 뒤집어 보면 'MZ세대'의 결집은 새로운 노조를 만든 '원인'이라기보다는 달라진 대기업의 연령 구조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즉 MZ세대가 따로 모여 노조를 꾸렸다기보다는 애초 40, 50대 비중이 낮은 대기업 사무직의 특성 탓에 MZ세대가 노조 설립을 주도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이러한 4050 생산직과 2030 사무직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노동운동의 중심 역시 변할 수밖에 없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정희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현대차의 경우 70년생보다 나이가 많은 노동자와 적은 노동자가 반반이라고 한다. 즉 10년 안에 87세대라고 할 노동자는 사업장에서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MZ노조가 다수를 차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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