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가 해당 사건에 대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과에 눈물을 흘린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서울시 전직 비서 A씨는 피해지원단체 및 변호인단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지금까지 제가 받았던 사과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입장문이거나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코멘트 형식의 사과였다"며 "그래서 오늘도 (오 시장이) SNS에 올린 사과문이 기사화된 것인 줄 알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사를 찾아보니 시청 브리핑룸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하셨다고 했다. 영상을 보고 가족들은 울컥하는 마음으로 가슴을 쥐었다"며 "무엇이 잘못이었는가에 대한 책임 있는 사람의 진정한 사과였고, 제 입장을 헤아려 조심스럽게 말씀하시는 모습에 눈물이 났다"고 부연했다.
앞서 오 시장은 이날 오전 시청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전임 시장 재직시절 있었던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해 서울시를 대표하는 현직 시장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향후 성추행을 비롯한 성비위 발생 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A씨가 조만간 업무에 복귀할 거라고 전하면서 "본인이 가장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부서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큰 틀에서의 원칙은 지켜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제가 돌아갈 곳의 수장께서 지나온 일과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살펴주심에 감사하다"며 "서울시청이 조금 더 일하기 좋은 일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저에게 보여주신 공감과 위로, 강한 의지로 앞으로 서울시를 지혜롭게 이끌어 달라"고 화답했다.
A씨의 지원단체들은 "상식적인 일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기관장의 '호의'로 끝나지 않고 더 나은 서울시가 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행보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직 내 성차별적 업무를 지시·평가하고 성폭력 발생을 묵인하며 2차 피해를 일으킨 책임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조치는 피해자의 의사와 진술에 기대 이뤄지기보다 조직 내 절차와 지침을 통해 이뤄지길 바란다"며 "성희롱 원스트라이크 아웃 조치는 피해자의 안전한 말하기, 2차 피해 없는 처리절차와 함께 있을 때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