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못 넘었지만 위기 속에도 완주…박영선의 득과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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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중 성과내던 중기부 장관직 접고 출마
전임시장 성추행으로 치러진 선거임에도 초반 박빙 구도 만들어
LH 사태 등 부동산과 2차 가해 등 내부 악재에 발목잡혀
피해자 사과도 늦었고 '피해호소인' 3인방 못내치는 등 결단력 한계도
오세훈 과거 프레임에 가두려 했지만 본인도 네거티브에서 못 벗어나
어려운 상황에서 출마해 완주한 희생정신은 당 안팎서 인정
"행정능력·인지도 등 검증된 만큼 자숙할 경우 다시 기회 올 것"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1층에서 입장 발표를 한 뒤 굳은 표정으로 당사를 떠나는 모습. 윤창원 기자

 

"회초리를 들어주신 시민들의 마음도 제가 모두 받겠습니다. 이제 새로 피어나는 연초록 잎을 보며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참패를 당한 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남긴 메시지다.

이번 선거에서 거센 민심의 바람을 확인한 박 후보와 민주당이 향후 어떤 모습으로 다시 국민들 앞에 나타날지 주목된다.

◇힘들게 결정한 보궐선거 출마…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는데

박 후보는 지난해 이낙연 지도부의 민주당이 이번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을 당시 출마 1순위로 꼽혔다.

이미 2011년 보궐선거와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 2차례 서울시장직에 도전했을 만큼 의욕을 보여줬고, 전직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인 만큼 여성 후보의 필요성 또한 대두됐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2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 주최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

 

다만 그런 박 후보라고 하더라도 이번 선거가 만들어진 과정, 남아있는 임기 등을 고려했을 때 선뜻 출마를 결심하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인 상황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맡아 '쥐어짜는 주사기' 보급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었던 만큼, 1년 2개월도 채 되지 않는 임기의 서울시장직에 도전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제언들도 나왔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후보는 본인이 정부 내 행정조직을 맡아 성과를 내는 것에 대해 흥미는 물론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며 "평소 서울시장에 대해 욕심이 없었다는 것은 거짓말이지만, 장관을 맡아 보람을 느끼는 상황에서 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에는 부담이 상당했다"고 당시 박 후보의 심경을 전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당헌을 고쳐가면서까지 어렵게 선거 참여를 결정한 상황인 만큼 경선 흥행과 본선 후보의 경쟁력 강화,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박 후보의 출마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뿌리치지 못했고, 장고 끝에 1월 말이 되어서야 출마를 선언했다.

박 후보의 출마로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우상호 후보의 외로운 독주가 마무리되면서 여권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지율도 함께 상승했다.

특히 민주당 후보로 박 후보가 결정됐음에도 범보수 야권 후보 단일화 성사가 지연되자 국민의힘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각자 출마해 박 후보가 어부지리를 거둘 가능성마저 제기됐다.

이런 기류가 반영돼 지난 3월초까지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와 야권 후보가 일대일 가상대결을 펼칠 경우 박빙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 인근에서 유세를 펼치며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

 

◇부동산와 2차 가해…내부 악재 넘어서지 못하며 한계 보이기도

박 후보의 시련은 3월 초 불거진 이른바 'LH 사태'로 불리는 부동산 악재가 시발점이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시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권의 지지율은 곤두박질 쳤다.

여기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보궐선거의 원인 제공자인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향해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냐"며 2차례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2차 가해 논란까지 불거졌다.

박 후보는 LH 사태와 관련해서는 여권 내에서 가장 먼저 특검을 제안했고, 2차 가해 논란에 대해서도 "앞으로 그런 일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자제에 나섰지만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대응 또한 비판을 받았다.

피해자의 기자회견 당일 사과 등 신속한 대응에 나섰어도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같은 날 있었던 열린민주당 김진애 후보와의 단일화 결과를 발표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은 단일화 결과를 발표하는 날"이라며 피해자에 대한 언급을 피한 것은 부적절한 태도라는 논란을 낳았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진선미, 남인순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연합뉴스

 

여기에 이른바 '피해호소인' 3인방으로 불리는 남인순, 진선미, 고민정 의원에 대한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캠프 내 역할에 대해서 박 후보 본인이 정리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들이 각자 직을 내려놨는데, 피해자에 대한 공감보다 이들 의원이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메시지를 내놨다가 여성과 젊은 층의 반감을 산 것이다.

선거 전략에 대해서도 한계를 드러냈다.

오 후보를 '과거에 아이들 급식을 반대하다 쫓겨난 시장'이라고 칭하는 프레임을 만든 만큼 자신은 미래 지향적인 모습으로 차별화를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21분 생활권, 수직정원 등 신개념 공약이 충분한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자 선거 막판에는 오 후보의 '내곡동 셀프특혜' 의혹 공격에 화력을 집중했지만 결과적으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네거티브 선거라는 이미지가 더해졌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통화에서 "이번 선거는 박 후보 때문에 진 선거는 아니다. 누가 후보로 나섰더라도 이기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그런 상황에서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한 것인데, 네거티브는 박빙일 경우에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이미 짜여있는 프레임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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